보도연맹을 밝힌다(3)
보도연맹을 밝힌다(3)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5.30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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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우/전 남해문화원장


아버지와 아들을 무참히 학살당하고도 빨갱이 가족으로 취급당할까봐 억울하다는 말도 제대로 못한 체 죄인으로 살아온 유가족들은 아직도 의문이 풀리지 않은 체 울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유가족들은 보도연맹원 의문(?)의 집단 학살사건에 대한 정부당국의 책임과 그에 대응하는 보상책 또는 명예회복이 뒤따라야 한다면서 뒤늦게나마 강력한 대책을 촉구 했다.

이러한 사건 때문에 남해에는 해마다 음력 6월12일이면 군내 100여 가구에서 떼 제사를 모신다는 것이다. 흔히 복곡 학살사건을 전후해 아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그러나 남북정상이 금단의 땅 평양에서 악수를 나누는 이 시점에서도 유족들은 물론 7월의 학살에 대해 말하려 하지 않는다. 누가 그들을 왜 죽였는지 이제는 밝혀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이들이 죽어 구천을 떠도는 이들의 혼을 달래고 자식과 부모를 잃고 비통함을 삼켜온 가족들의 한을 풀어주는 길일 것이다.

1950년 7월 중순께 남해군 설천면 문항마을 앞 진섬(긴섬)에서 시체 12구가 떠밀려 왔다는 것이다. 3~5명의 시구가 쇠사슬에 묶인 채 가슴에 총구멍이 3개씩 난 시체들이 뒹굴어 있기도 했으며 줄에 묶인 시체들이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등 유가족들은 신원확인에 해변 마을을 찿아나서기도 했다. 선창가 술집에서 마을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있던 박홍규(80세)가 발견 후 한걸음에 설천파출소로 달려가 신고했던 것이다. 그런데 파출소에서는 아무소리 말고 떠 밀려온 시체를 해안가에 묻어버리라고 했다는 것이다.

박씨는 유족들이 찾아 올 것을 고려해 이들의 신원들을 조목조목 기록했다. 사나흘 지나자 이동면 강두, 상주면 등지에서 유가족들이 찾아 왔으며, 창선과 사천등지에서도 시체가 떠올랐다는 소문들이 이어졌다. 때때로는 퉁퉁 부은 몸엔 무수한 총탄 구멍이 난 얼굴도 있었는가하면 시신조차도 못거둔 게 천추의 한이라며 그 울분을 참지 못했다.

그 당시 이영식(사천 출신)씨를 비롯해 경찰들의 구타와 고문이 자행됐다. 조사가 끝나자 등급별로 구분 귀가 시키고 진주형무소 또는 일부는 경찰서에 남겨졌다. 밤이 되자 경찰서에 남겨져있던 수십 명은 도망가지 못하도록 앞뒤 사람 허리를 나일론 끈으로 결박당하고, 얼굴에 보자기가 씌어져 선소 선창으로 끌려간 이들은 배에 실렸다. 배는 캄캄한 밤바다를 헤치며 강진만을 갈랐다. 속도를 줄이라는 지시가 떨어졌고 공포에 떠는 이들과 뱃전에 세운 학살자들은 그들을 바닷속에 쳐 밀어 넣었다. 탕 탕 탕 총소리와 함께 비명이 울렸다.

물위로 고개를 내미는 사람에게는 조준사격을 가했다. 무슨 죄를 지었는지 알 수 없이 이들은 죽어만 가야 했다.

1950년 음력 6월12일경 또 민간인 33명이 남해경찰서에서 트럭에 실려 이동면 신전리 복곡으로 갔다. 얼마 후 총소리가 깊은 골을 울렸다. 손이 뒤로 돌려져 4~5명씩 나일론 줄로 묶인 체 총알에 짖이겨진 시체로 발견되었다. 이마에 가슴에 총알 4발씩이 뚫고 지나간 시체의 흔적들이 있었다. 그 후 유가족들의 통곡이 내내 복곡을 울렸다. 보리타작을 하다 바람 쐬러 나간 동생 재식씨를 찾아 나섰던 상주면 김재수(75세)씨는 한참동안 시체더미를 뒤져서야 발견, 보리 한가마를 달라는 사돈 부탁에 등짐 한번 져보지도 못하던 상주면 김아무개씨도 그렇게 죽었다고 한다.

또한 강진만 수장과 복곡학살만이 아니었다. 진주형무소에 수감되어 있던 500여명도 진주서 집단학살 당했다. 남해경찰서에서 진주 교도소로 끌려간 수십 명도 그때 학살되었을 것으로 보고 시체를 찾지 못한 유가족이나 아직까지 사망처리도 되지 않은 행방불명자 상당수가 학살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보도연맹과 관련해 학살당한 이들은 남해에서만 최소 160여명이 죽은 것으로 추정한다.

 따라서 이들 유가족들은 보도연맹원 학살사건에 대한 정부당국의 책임과 그에 대응하는 보상책 또는 명예회복이 뒤따라야 한다면서 뒤늦게나마 강력한 대책을 촉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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