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상황에 감사하라
현재의 상황에 감사하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6.2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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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금인산 여래암 주지

 
오늘도 가뭄에 소낙비오고, 정전 때 전기 들어온 것 같은 상쾌한 기분으로 살아가자.

날씨가 덥고 습도가 높을 때일수록 마음을 넓게 먹고 짜증내지 말라. 하는 일이 더디고 힘들고 괴롭더라도 조급하게 서둘지 말고 좋은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도록 하라. 힘들었던 일터에서지친 몸으로 귀가(歸家)할 때도 성지에 들어가듯, 불타던 욕망을 내려놓고 조심스레 귀가하라. 타던 불이 꺼져야 끓던 물이 잠잠해진다. 집안에 하느님이나 부처님이 계셔서 그분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는 성지에 들어갈 때처럼 조심스럽게 들어가라는 말이다.

가정은 사적인 공간이면서도 온 가족의 재산이 집결되어 있는 공동생활공간이다. 서로가 친밀한 대화와 정을 나누고 휴식을 취하여 내일의 생기를 회복하는 중요한 장소이다.

“아무리 초라해도 내 집만 한 공간은 없다”는 속담도 있다. 그러나 가족들도 생각이서로 다르기 때문에 사랑과 은혜만 가득한곳만은 아니다. 가끔은 소통의 부재로 인해 마음고통이 심한 가족도 있을 수 있다. 가정이란 식욕, 수면욕, 재물 욕, 성욕, 명예욕을 충족하는 오욕의 공간이다.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사람으로 대우하며 최고의 명예를 누리는 곳이어서 가족 간에는 잘나고 못난 것도 없다. 항상 내가부족하다생각하고 좋게 보며 건실하게 살아가도록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내 마음이 넉넉해야만 가족이 건강하게 되고 가정도 윤택하게 된다. 서로를 부드러운 눈길과 온화한 마음으로 대하고 양보한 것이 일행일불(一行一佛)이다. 이런 것이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산에 가야 범을 잡는다.

화목한 가정의 기반도 하루아침에 잡히지 않아 끈질긴 노력과 성실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 노력이나 의지 없이는 그 어떤 것 하나도 이룰 수 없다. 특히 가장들은 퇴근 시에 술집을 배회한다거나 저잣거리에서 방황하지 말라. 자기 양심에 의지하여 털끝만큼도 가족을 속이지 말라. 양심 가다운 삶을 살아가야한다. 비겁자에게는 안전한 곳이 없고, 떳떳하고 당당한자에게는 불안한 곳이 없다. 또한 가족에게도 많은걸 바라지 말고 현재의 상황에 감사해야한다. 자신이나 배우자가 부자(富者)집에서 태어나 더 많이 배우고 더 비상한 재주를 가졌다면 그 재산과 재주를 믿고 지금쯤 교만하고 나태하여 어두운 슬픔의 골짜기에 떨어져 헤매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자본, 학위, 재주, 메달, 훈장 없는 것을 탄식하지 말라.

이 만큼 배운 것, 이만큼생긴 것, 이정도의능력에 감사하라. 자신이 못난 것을 알고 남보다 두 세배의 노력을 하는 것이 밑천이라 생각하라. 필자가 어린 시절, 이때쯤의 계절이면 보리방아를 찧고 보리 겨를 모아 쑥과 버무려 일명 쑥 털털이나 보리개떡을 만들어 먹었다.

어른들은 긴 장죽 담배에 부싯돌로 불을 붙이셨고 비온 날은 우장과 삿갓을, 날씨가 좋은날은 상투머리에 갓을 쓰고 다니셨다. 역전이나 부두에는 지게꾼들이 등짐을 졌고, 꽁보리밥 한 덩어리로 허기를 때우셨다. 왕복 20K 이상의 거리를 무거운 짐을 이고지고 걸어서 장에를 다니셨다. 자신들은 허리띠 졸라매고 근검절약하고 검소하게 사시면서도 우리들을 가르쳐서 무지에서 눈을 뜨게 하셨다. 덕택에 우리는 오늘의 풍요를 맘껏 누리며 살고 있다.

그분들은 수많은 시련을 거듭 하면서도 기어이 살기 좋은 기반을 다지셔서 우리에게 넘겨주셨다. 생각할수록 고맙고 가슴 벅차다. 오늘 우리에게 과연 무엇이 부족한가. 이까짓 시련은 시련도 아니다. 오늘의 시련을 두려워 말라. 시련 속에서 실력이 자라고무대가 넓어진다.

능력 있는 사람일수록 험난한 시련을 겪게 되고, 그 시련을 이겨낸 만큼의 더 큰 미래의 영광이기다리고 있다. 구름이 걷히고 나면 밝은 태양은 드러나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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