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조류 종자전쟁의 시대
해조류 종자전쟁의 시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5.3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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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길/경상대학교 해양생명과학과 교수

우리나라에서는 식물신품종 육성자의 권리를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신품종 보호제도를 도입, 시행해 오고 있다. 이는 식물 품종 육성자가 신품종을 육성하였을 때 당해 신품종을 출원하여 품종보호권이 설정되면 독점적 권리를 행사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육성자의 지적재산권을 최대한 보호해주는 일종의 특허제도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품종보호제도는 '98년의 종자산업법 시행과 2002년 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UPOV)의 50번째 가입국으로 농업분야부터 시작되었다.

이 동맹은 1961년에 유럽의 프랑스, 독일, 영국, 네덜란드가 중심이 되어 식물육종가의 권리를 보호하자는 목적에서 시작된 것이 모태가 되어 국제협약으로 발족되었고 현재 68개 국가가 회원국으로 가입되어 있다. 신품종 보호제도란 품종보호권에 대한 법적 보호가 없으면 신품종 육성자는 신품종육성에 대한 연구, 기술개발비용을 전혀 부담하지 않는 사람의 권리 침해, 즉 신품종의 상업화를 막을 수 없게 된다.따라서 육성자에게 신품종 육성에 대한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품종보호권은 국내적으로는 신품종에 대한 투자, 기술개발을 유도하여 종자선업을 발전시키고 국제적으로는 종자전쟁에서 국제적인 비교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하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정부에서는 화훼류, 식량작물, 채소나 과수작물 등 농림산물 중심의 품종개발 및 육종연구에는 상당한 예산과 인력을 집중하여 왔으나 우리나라 해조류 산업의 대표종인 김, 미역 등에 대해서는 국립수산과학원 산하 해조류 바이오센터로 하여금 해조류의 품종개발 및 육종업무를 일임시켜 왔는데 그 역사는 매우 일천할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품종보호를 받을 수 있는 한국산 해조류 재배품종의 개발은 한 종에 불과하고 보급품종은 아예 없는 형편이다. 수산업이 어업인구나 가구 수 등에서 농업에 미치지 못하지만 농업중심의 품종개발 및 육종정책에 밀려 예산과 인력 등 지원정책 측면에서 푸대접을 받다 보니 관련 연구가 뒷전으로 처져있고, 성과도 적어 항상 후 순위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환경 하에서 해조류 종자산업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정부가 2012년 1월 7일 품종보호 대상식물로 지정될 예정인 해조류 종자와 연관 산업에 대해 무관심으로 대응한다면 우리국민들의 대표적인 기호식품인 김, 미역, 다시마와 같은 해조류는 매번 먹을 때마다 로열티를 지불하게 되어 이웃나라인 일본 어민들만 이롭게 만들어 종국에는 해조류 종자전쟁의 패전국으로 전락할지 모를 일이다. 해조류 양식업은 그 특성상 재배어업의 한 형태로 이루어지는데 필자가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국내에서 양식되고 있는 김과 미역 종자의 태반이 일본으로 유입되고 있으며 그 유통경로도 불분명하여 김의 경우 3000명 이상이나 되는 일본의 종묘업자 가운데 어느 지역의 누구에게서 구입하여 유통하고 있는지 종묘의 출처를 알 수 없는 것이 부지기수다.

또한 미역의 경우에도 지진해일로 피해 컸던 일본 산리쿠산 종자가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실제로 미역의 최대산지인 완도의 경우 사용하고 있는 종묘의 상당수가 일본이 원산지라는 점과, 완도산 종묘를 가져다 양식하고 있는 부산 기장산 미역도 결국엔 일본산 종묘를 가져다 재배하고 있는 셈이 되니 한국산 고유종을 원조로 한 신품종개발 없이는 우리 어업인의 수익을 일본 어업인이 고스란히 가져가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더구나 이러한 사실들을 우리 어업인들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데 큰 문제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업인들에 대한 교육 및 홍보는 물론, 우리나라 연안에 자생하고 있는 고유 해조류 자원 가운데 재배형질과 식감이 우수한 종을 선별한 후 신품종으로서 갖추어야 할 요건인 신규성, 구별성, 균일성, 안정성에 더하여 고유한 한 개의 품종 명칭을 갖출 수 있도록 지속적인 선발과 육종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해조류 종자전쟁의 패전국이 되어 남의 나라 좋은 일 시키는 꼴을 면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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