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말도 골라서하라
인사말도 골라서하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7.0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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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금인산 여래암 주지

현대인들은 너무 많이 배운 것이 탈이다. 학문과 재능은 양날의 칼과 같고, 도덕과 선악(善惡)을 구분하는 수준은 그 칼을 다루는 사람과 같다. 학문과 재능만 높고, 선악의 구분이나 도덕의 수준이 낮으면, 그 학문과 재능이 많은 사람을 해롭게 한다. 그동안 너무 학문과 기술습득에만 몰입한 결과 도덕적 판단이나 선악의 행위의 습관을 보고 익혀서 연습할 롤 모델이 사라져버린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날이 갈수록 사람들은 자기밖에 모른 이기적인 인간으로 변해버려 자신에게는 너그럽고 남에게는 엄격한 것이 도가 넘쳐 탐욕과 증오와 편견 속에 세상이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혼돈과 무질서한 삶속에서 자기중심적 이기주의는 반사회적 행동을 낳기 마련이다. 자기중심적 삶에서 벗어나야만 집착과 고통에서 해방된다. 서로가 협력의 손을 잡고평화와 행복과 번영의 길에 동참하도록 하자.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의 말에는 깊은 경청과 자애로운 말로 답하는 것이다.

수행의 근본 목적은 이고득락(離苦得樂)에 있다. 괴로움을 벗어나 즐거움을 얻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만나고 헤어질 때 짤막한 인사말 한마디라도 상대를 즐겁게 하여야한다. 어디가 아프냐? 무척 피곤해 보인다. 많이 늙으셨다. 많이 뚱뚱해졌다. 얼굴이 많이 상했다. 이런 인사를 받는다면 두고두고 불쾌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상대를 멍들인 인사말은 안함만 못하다. 설망어검(舌芒於劍)이라, 혀가 칼보다 날카롭다. 솔구이발(率口而發)즉,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함부로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세 치의 혓바닥으로 다섯 자의 몸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이왕이면, 좋은 일이 많아 보인다. 더 젊어지셨다.

얼굴이 훤하다. 처녀 같다. 날씬해졌다. 이렇게 좋은 말이 얼마나 많은가. 질 떨어진 혀는 질 떨어진 손보다도 나쁜 것이다. 현대인들은 생활 공해로 찌들대로 찌들어있다.

그래서 매일 억지로 자신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간다.

“잘 생각하지도 않고 하는 말은 겨누지 않고 총을 쏘는 것과 같다” 사람을 대할 때는 곧바로 가벼운 인사와 유쾌한 대화로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고 생산적이다. 상대의 감정이 곤두박질하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 서로간의 화목을 위해서도 좋다. 고운일하면 고운 밥 먹는다.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덕택으로 살아가고 있다. 자기 혼자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우리를 사랑하고, 돕고, 용기 갖게 하고, 웃기고, 괴롭히고, 화나게 한 사기꾼까지, 모든 사람들의 작용으로 이만큼 성장한 것이다. 구름에 달 가듯 세상은 거침없이 변해가고 있다. 사람구실하며 살려거든 공부 열심히 하고 정신 똑바로 차려서 우선 지혜를 넓혀가는 데 중점을 둬야한다. 현대인들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발달로 엄청난 지식을 쌓고 있으나 지혜가 부족하다. 인생은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망망대해(茫茫大海)에 표류한, 한 점의 낙엽과 같다. 나 혼자만 사는 세상이 아니고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기에 말 한마디라도 이웃과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자. 이런 것은 어른들이 먼저 진실한 생활의 모범을 보이며 젊은이들을 향해 나를 닮으라고 큰소리칠 떳떳한 인간으로 돌아가야 한다. 평생을 청빈한 수행으로 일관하셨던 우리의 큰 스승 성철스님의 유시는 지계청정(持戒淸淨), 화합애경(和合愛敬), 이익중생(利益衆生)이다. 계율(法)을 지키고 화합하고 공경하며 중생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라는 당부의 말씀이시다. “세련되었을 때, 담화는 뛰어난 기술이며, 예술에 가까운 것이다. 독일 속담에 ‘입을 열면 침묵보다 뛰어난 것을 말하라. 그렇지 않으면 가만히 있는 편이 낫다’고 했다” 간단한 인사말 한마디가 그 사람의 전인격을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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