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의 재해 예지력
동물들의 재해 예지력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7.03 19: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류재주/환경부 환경교육홍보단 경남환경연구원장

과연 지진이라는 현상을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자연현상인가? 지진이 발생하기 전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요즘의 과학기술로 지진현상정도는 충분히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인도네시아, 중국, 터키, 파키스탄, 일본, 미국 등 세계 각처에서의 지진을 비롯한 천재지변으로 인명재앙은 나날이 늘어만 가고 있다. 천재지변이란 기상과 지변, 생물 등의 급격한 변화로 입는 재난을 말한다. 천재지변은 예측하기 힘들어 항상 큰 인명 피해를 낳는다. 그러나 동물들은 이러한 재해를 미리 알 수 있다는 연구 사례가 늘고 있다.

세계적으로 볼 때 지진을 정확하게 예측하여 피해를 줄인 사례는 중국에서 찾을 수 있다. 1975년 2월 4일 중국 하이청현(海城縣)지진이 그것이다. 당시 중국 ‘국가지진국’에서 불과 5시간 전에 지진의 전조현상과 지하수변화, 지표변화, 전진현상, 동물과 인간의 행동 등을 종합하여 하이청현 지진을 예보하였으며 정확한 예측으로 규모 7.5의 강진이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인명피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가장 최근의 2011년 8월 23일 미국 워싱턴 D.C와 동부 일대를 강타한 5.9의 지진이 발생하기 전 동물들이 먼저 감지하는 현상이 8월 23일 미국 동부 지진에서도 확인되었다고 보도되어 자연재해에 대한 동물의 예지 능력이 다시 한 번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워싱턴을 비롯한 동부 일대에 규모 5.9의 강진이 발생하기 직전 가장 먼저 이상행동을 보인 것은 워싱턴국립공원의 붉은목도리 여우원숭이였다. 여우원숭이들은 지진 발생 15분 전부터 소리를 질러댔다. 지진 발생 5~10분 전에는 유인원 여러 마리가 먹이를 팽개치고 우리에 있는 나무구조물 꼭대기로 기어 올라갔다. 또 검붉은 코끼리 땃쥐는 아예 우리 속에 숨어 먹이를 먹으러 나오지 않았고, 홍학 64마리가 무리지어 모였으며, 비버와 오리는 물속으로 뛰어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코끼리들은 위험을 경고하듯 저음으로 소리를 질렀다며 미국 ABC방송이 전했다.

진앙에서 가까웠던 리치먼드 동물원과 볼티모어 국립 수족관의 동물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수족관의 돌고래는 훈련 도중 짝을 이뤄 조련사에게서 먼 쪽으로 헤엄쳐 나갔으며 지진이 끝날 때까지 헤엄치는 것을 멈추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사람들은 미숙한 지진대응을 드러냈다. 뉴욕타임스는 “지진이 발생하면 실내에 있는 사람은 책상 아래에 몸을 숨겨야 하는데도 대부분의 뉴욕 시민들이 건물 밖으로 탈출했다”며 “지진이 잦은 캘리포니아 사람들이 이 모습을 보고 경악했다”고 지적했다.

지진과 같은 재난이 발생하기 전 동물들이 이상 행동을 보인 것은 이전에도 수차례 보고된 바 있다. 1975년 중국 하이청현(海城縣)에서는 지진이 발생하기 몇 주 전 한 겨울에 뱀과 개구리가 갑자기 나타났으며, 거위가 나무로 모여들고 돼지가 서로 물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느낀 중국 당국이 백만 명에 가까운 시민에게 대피령을 내렸는데, 다음날 진도 7.5의 강진이 도시를 덮쳤다.

2004년 말 인도양에 지진해일이 몰아닥쳤을 때 파도 높이가 최고 15m나 됐다. 당시 수십만 명의 희생자가 생겼지만 바다의 고래나 물고기는 쓰나미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한다. 바다 생물들이 해일이 밀려오는 것을 피해 수심이 깊고 안전한 곳으로 피한 것으로 추정되며 스리랑카와 태국에서 코끼리와 원숭이가 더 높은 지대로 이동한 것이 보고 됐었다.
최근엔 2005년 10월 파키스탄 동북부에 발생한 강진에서 까마귀들의 예지능력이 주목받았다.
일부 지진학자들은 동물들이 사람들보다 먼저 지구의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전기 자극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동물의 행동이 지진이나 기후 변화를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얘기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과학기술은 동물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가교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야말로 인간이 자연재해에 대비하는 최선책일 뿐만 아니라 동물과 함께하는 지구촌을 만드는 비결이기도 하다. 동물이 가진 정밀한 파동 측정 장치를 토대로 지진 예보 장치를 개발하는 것도 지진에 대비하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우리는 동물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인간은 가지지 못한 위대한 능력을 가진 동물들, 그들의 능력을 미처 규명해 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수많은 동물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이 안타깝지 않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