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의 설악산 여행
아들과의 설악산 여행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7.21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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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상/경남과학기술대학교 식품과학부 교수

 
아들이 스물하고도 두살이 되도록 둘만의 추억이 적어 매주 등반을 하자고 제안은 하고 있으나 이런저런 일상의 일로 인해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여름 방학을 시작하면서 무엇인가 아들과의 시간을 함께 할 기회를 갖고자 했다.

목적지는 춘천의 남이섬, 설악산 케이블카, 삼척 환선굴 그리고 영주 부석사를 2박 3일간 둘러보기로 했다. 일정에 꼭 매달리지 말고 설렁설렁 여행이 되기를 바라면서 출발!

남이섬은 ‘밤이 좋다. 별밤은 더 좋다. 하지만 새벽을 걷어 올리는 물안개를 마주하면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라고 소개하고 있었다. 남이섬에 방을 예약하려 했으나 이미 호텔, 방갈로 등 일찌감치 완료됐다고 한다. 좋은 구경을 하려면 미리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어쨌든 남이섬 선착장에 도착해 안개로 뒤덮인 섬을 바라보며 인근의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아침에 노래배를 타기로 했다. 오랜만에 아들과 장거리 여행에 동참해서 일상탈출의 기쁨을 나누면서 막걸리로 축배를 했다.  

다음날 아침 역시 온통 물안개로 덮여 있다.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안개 틈으로 기념사진 몇 장 찍으니 동승한 사람들이 내릴 준비를 한다. 남이섬은 최대 폭이 약 1.2km 정도의 작은 섬이다. 자전거를 타볼까 했는데 비가 너무 쏟아져서 우산 받혀 걷기로 했다. 잘 아는 것처럼 관광지에 가면 주차료, 입장료, 관람료, 임대료 등, 개발이 될수록 요구가 많아진다. 잘 관리된 숲과 정원, 방사된 타조, 토끼, 오리를 비롯한 다람쥐 등 자연을 그대로 보존하려는 관리자들의 노력이 묻어난다. 혹시나 다음 기회가 주어지면 미리 예약해서 집사람과 동행하리라 마음 한편에 다짐하면서 차에 올랐다.

2~3시간을 가는 중에 춘천막국수를 곱빼기로 해결하고 처음 맞이하는 설악산에 도착했다. 장마철이라 여름 산들은 수줍어서 자태를 잘 안보여 주는 구나! 그래도 먼길(진주에서 약 625km)을 왔으니 케이블카를 타야했다. 케이블카로 5분, 내려 빗길을 따라 20분 정도 올라가니 권금정의 정상에 도착한다. 온통 바위투성이에 촉촉한 비가 방문을 축복하니 미끄러질까 한발 한발 주위는 밑을 헤아릴 수 없는 낭떠러지 아찔하다.

권금정은 서기 1253년 고려 고종 몽골 침입 때 권씨와 김씨 두 장수가 하룻밤에 축성했다고 한다. 여기서는 울산 바위와 흔들바위가 보인다고 안내 받았다. 과연 어떤 조망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했다. 이곳은 지금 어떤 경치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설악산은 기본적으로 네번의 계절에 와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아들은 다음 기회에는 여자친구와 꼭 함께 와서 안개 걷힌 절경을 감상 해 보고 싶단다.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제178호는 환선굴(幻仙窟)이다. 약 53억3000만년 전 생성된 석회암 동굴로 동양 최대의 크기, 자생 동물도 47종이다. 현재는 모노레일이 설치되어 가파른 동굴을 쉽게 오를 수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구경 할 수 있다. 현재 개발된 굴의 길이는 약 1.6km 정도 되는가 보다.

입구에 길게 늘어선 한 잡화점의 주인이 걷기만 하는데 두어 시간 걸린다고 배고픔을 달래기 위한 먹을 것을 권한다. 귀가 얇아서 3000원 주고 덤성덤성 팥이 박혀있는 넓덕한 술빵을 하나 샀다. 입구에 기념촬영을 하려는데 벌써부터 초겨울과 같은 시원한 바람이 분다. 반팔 차림이라 모두들 감기 걸릴까봐 걱정된다. 동굴 내부는 미인상, 거북이, 성모 마리아상, 만리장성, 등의 종유석, 석순, 석주가 잘 발달되어 있다.

삼척의 환선굴에서 경북 영주로 가기 위해서는 국도를 따라 태백시를 거쳐 가는데 백두대간을 넘어서 가야하는 길이라 아스팔트로 잘 포장되어 있지만 그야말로 산길이다. 지나는 길에 영월군 김삿갓면에 소재한 감삿갓기념관에서 아들이 삿갓을 하나 장만하고자 해서 들렀다. 과거에 장원을 하면서 적어내었던 시제가 자신의 조부를 욕되게 했다고 해 천재시인 방랑객이 되어 팔도를 떠돌며 후세에 회자되는 많은 시를 남겼다. 운우의정(爲爲不厭更爲爲 不爲不爲更爲爲) 남녀의 정은 끝이 없다는 것을 비유한 시이다. 일상을 탈출해 아들과 보낸 의미 있는 시간은 많은 것을 남기고 금세 사라졌다. 또 삶의 현장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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