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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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7.2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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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경/다움생식 회장·이학박사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의 역사가 직립 보행, 작물 재배, 불의 발명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작물 재배와 불의 발명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인간의 영악한 머리와 합쳐지면서 각종 모순 덩어리의 식생활 문화를 낳았다는 사실이다.

자연 그대로 자생하던 식물을 채취하여 먹던 인간이 필요한 먹을거리들을 대량으로 생산, 재배하기 시작함으로써 과다 생산과 과다 소비의 악순환 고리에 빠져들었다는 것은 정말 불행한 일이다.
지구 한편에서는 굶어 죽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치우는 데 엄청난 돈을 갖다 붓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필요한 영양소보다 더 많은 것을 섭취하고 싶은 인간의 욕심이 불러온 것은 비정상적인 작물 재배법이고 그 종착점은 각종 성인병 뿐이다. 성인병이 얼마나 널리 퍼졌으면 이제는 더 이상 성인병이라 하지 않고 생활습관병이라고 부르겠는가. 그렇다면 의료는 어떤 양상을 띠며 발전해왔는가.

현대의료의 발전은 외과적 수술의 발달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후 미생물의 존재가 발견되고 항생제가 만들어짐으로써 지난 100년간 괄목할만한 성장을 해왔다. 그러니 외과적 수술과 항생제로 대표되는 현대의료가 고령화 시대를 열게 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셈이다.

외과적 수술이 일반화되고 항생제가 세균성 질환을 차례로 정복해나가는 동안 전술한 바와 같이 농업정책, 영양학, 식품가공학 등을 통한 포식 시대가 문을 열었다. 이와 함께 대사성 질환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성인병, 식원병, 생활습관병이라는 말들이 심심치 않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 것도 그때부터이다. 하지만 의료 부분에서 손을 댈 겨를이 없었고 의료 커리큘럼에서 소외되기도 했다.

그러나 10여년 전부터 FDA(미국 식품의학국)를 중심으로 대체의학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의 의학이 대두되고 있다. 물론 아직은 기존 의료인들의 의식 부족과 국가 정책에 따른 확산 부족으로 만성병 시대를 정복해나가는 데는 아직까지 절대적으로 역부족인 상황이다.

미국을 위시한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공공의료정책이나 의료보험 등의 분야는 모두 현대 의료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아무리 새롭고 효과적인 질병치료법을 개발한다고 해도 의료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다. 어쩌면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아무리 운전을 잘한다고 하더라도 운전면허가 없다면 무면허 운전으로 처벌을 받는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라면 말이다. 마찬가지로 현행 의료법 안에서는 의사나 한의사가 아닌 사람들이 의료를 논한다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필자의 생각으로, 국민들이 농업에 대한 이해, 영양학에 대한 이해, 식품 가공학에 대한 이해, 의학에 대한 이해를 폭넓게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어느 한가지 방면에만 치우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건강은 남이 지켜주는 것이 아니고 자기 스스로 지켜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는다면 자신의 몸을 돌보기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할는지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지금보다 환자수가 반으로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예외성을 가지고 있다. 남은 안되더라도 나만은 될 것이라는 기대. 특히 질병에 관한 한 더욱 그렇다. 막연하게나마 누가 나를 도와줄 것이라는 기대심리 속에 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생명현상에 관한한 예외는 없다. 내가 나를 지키지 않는데 누가 나를 지켜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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