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라이브 콘서트
피아노 라이브 콘서트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7.23 16: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봉진/수필문우회 회장

음악을 오랜 세월 들어왔다. 주로 오디오를 통해서였다. 애써 연주회에 가서 음악을 듣기도 했으나, 젊을 때는 그런 사치(奢侈)를 일상화할 수 있을 만큼 여유롭지 못했다.

1980년대 말경에는 소위 브리티시 사운드라는 것에 매료되어 쿼드(Quad) 앰프에 탄노이(Tannoy)의 웨스트민스터 스피커를 물려 놓고 들었다. 그때는 이렇게 갖춰진 시스템에서 나오는 현악기 소리가 정말 원음에 가까운 소리라고 믿었다.

그러나 1988년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이 완성되었을 때, 개관 공연의 하나로 로스트로포비치의 첼로 연주회가 있었다. 그가 연주한 레퍼토리 가운데 ‘베토벤 첼로 소나타 5번’이 포함되었는데, 1961년 그가 피아니스트 리히터(Sviatoslav Richter)와 함께 취입한 같은 곡 레코드를 자주 듣고 있던 차라 실제로 그의 연주를 듣고는 크게 감격했다.

집으로 돌아오자 연주회서 받은 감동을 한번 더 되새기기 위해 바로 그 디스크를 오디오에 걸었다. 그러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서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던지 지금도 그 당황스럽던 느낌이 생생하게 회상된다. 피아노 소리는 말할 것도 없었지만 그렇게 절절히 실감나게 울리던 첼로 소리도 방금 듣고 온 소리하고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관현악이나, 성악, 팝음악 등 더 다양한 음악을 즐기기 위해 시스템을 ‘마크레빈슨(Mark Levinson)’ 앰프와 JBL 스피커로 바꾸었다. 그러나 정작 음악을 차분히 듣고 즐겨야 할 나이가 되고 보니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전국 도처에 ‘예술의 전당’이 들어서고, 많은 악단과 아티스트들이 배출되어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각종 연주회를 찾아 다니며 듣고 싶은 음악을 즐기는 일이, 좋은 오디오 시스템을 유지하며 오디오 음에 만족하고 매달리기보다 오히려 정력과 비용 면에서 절약도 되고 즐거움 또한 더 크리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오디오 시스템을 최선으로 유지해야 해야겠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최근 10여 년 동안은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 같은 것들로 음악을 적당히 듣고 있다. 컴퓨터나 휴대폰에 수많은 음악을 담아 두고, 듣고 싶을 때는 언제나 쉽게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기를 통해 음질 좋은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고급 헤드폰이나 전용 스피커, 미니오디오컴포넌트가 필요하다.

이렇게 엉거주춤 음악을 듣고 지나는데 뜻밖에 하나의 새롭고 놀라운 세계를 경험하게 되었다. 작은 음악 콘서트에 참석을 하게 된 것이다. 철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니까 ‘라이브 콘서트’를 여는 것이 주목적은 아니지만, 언제나 회의장에는 그랜드피아노가 놓여 있고, 멤버 중에는 국내 정상급의 피아니스트들도 포함되어 있어, 그분들 중 한 분이 아름다운 피아노곡을 몇 곡 연주하는 것으로 피날레를 장식한다. 피아노 한 대가 하나의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능가하는 호소력을 가진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고, 리스트가 베토벤의 9개 교향곡을 모두 피아노 곡으로 옮겨 놓은 까닭도 알 것 같은 심정이 든다. 요즘은 피아노 라이브 콘서트의 환상적인 매력에 완전히 압도당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