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는 진주시민과 맺은 미술관 건립 약속 지켜라
LH는 진주시민과 맺은 미술관 건립 약속 지켜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7.2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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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선/진주시의원(새누리당)

 
LH 본사 진주 이전이 확정되는 날, 진주는 정말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다른 뜻이 있었겠나. 부양가족까지 하면 5000명이나 되는 임직원들이 진주 식구가 되는 일이며, 지역 입장에서는 지방세수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이들이 먹고 쓰는 것만으로도 지역경제에는 큰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그 뿐인가. 당장 3577억원이 투입되는 신사옥 신축공사는 그 동안 침체되어 있던 지역건설 경기에 활력을 불어 넣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많은 지역 건설사들이 공사에 참여하게 되면서 지역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불 보듯 훤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부푼 기대를 안고 LH 신사옥 건립 공사는 내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8일, 무장애 도시 선언 1주년을 하루 앞두고 이창희 시장과 유계현의장. 시의원들이 공사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LH공사 측은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자리에서 터졌다. 보고를 마치고 질의응답을 나누던 중 ‘이성자 미술관’ 건립 상황에 대한 질문이 나왔고 이에 대해 ‘계획이 없다’는 LH 관계자의 무성의한 답변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순간 분위기가 급속도로 냉각됐다. 이미 여러 차례 만남을 통해 약속된 사항이 손바닥 뒤집듯 뒤집혔기 때문이다.

이미 기초 골격공사가 상당히 진척된 상황에서 갑자기 계획조차 없다니 참석했던 이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당황한 LH측이 사장이 바뀌고 나서 보고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급하게 변명을 했지만 이미 미술관 건립을 큰 틀에서 합의하고 미술관 명칭과 규모에 대해 세부사항을 논의해 왔던 진주시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 자리에서 이창희 시장은 ‘신뢰관계가 중요하다. 약속을 어기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며 크게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실 이 같은 불만은 갑작스럽게 나온 것이 아니다. 우리가 LH 본사 이전에 쌍수를 들고 환영했던 것과 달리 LH는 우리의 기대와는 사뭇 다른 행보를 계속 보여 왔기 때문이다. 침체된 건설경기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했던 신사옥 건축 공사는 지역 국회의원과 진주시장의 계속된 요구와 주문에도 불구하고 현재 공사 수주를 받은 진주 지역업체는 3%도 안 된다는 말이 들릴 정도다. 공사 인력까지 모두 멀리서 데리고 들어와 일자리 창출은커녕 진주시민에게 박탈감마저 들게 하는 것이 지금 LH 신사옥 건축 공사의 실상이다.

뿐만 아니다. LH가 무장애도시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신사옥 앞을 지나는 자전거도로의 폭이 양방향으로 설계된 것이라고 하지만 턱없이 좁아 보이는 실제 체감도에 지적을 했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작년 대선 때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이 혁신도시 건설 현장을 직접 찾아 김병두 LH 건설단장을 격려하며 했던 말을 LH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지역 업체들이 많이 참여를 한다고 들었다. 그게 혁신 도시 취지에 맞는 일이고 앞으로 공공기관에서 지역 인재들을 가능한 많이 등용했으면 한다”는 말. 아마 LH는 정확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굳이 신뢰를 중시하는 박 대통령 얘기를 하지 않더라도 약속을 지키는 것이야 말로 신뢰와 공감의 첫 출발이다. 그러나 초장부터 미술관 건립의 약속도 뒤집고 지역업체 참여 약속도 호떡 뒤집듯 뒤집어 버리는 LH를 앞으로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오랫동안 미술로 한국을 빛내고 진주를 빛냈던 故이성자는 프랑스정부로부터 무려 두 차례나 예술문학훈장을 받았고 대한민국으로부터도 문화훈장을 추서 받은 불세출의 거장 예술가이다. 그럼에도 고향에 대한 애끓는 마음으로 이제는 유작이 되어버린 370여점의 작품을 생전에 진주시에 기증했다. 그러나 철떡 같이 믿었던 LH가 약속을 저버리는 바람에 애초의 협약대로 2014년이 지나면 이 작품들은 진주시민의 품이 아닌 유족들의 품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는 진주시를 거짓말 장이로 만들고 고인을 욕되게 하는 것도 모자라 진주시민을 한꺼번에 기만하는 결과가 아닐 수 없다. LH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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