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출산에 대한 단상
결혼과 출산에 대한 단상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8.02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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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지/
SK에너지 사보 편집기자
저출산으로 한국 경제가 좌초할 거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지상파방송에서는 만혼과 낮은 출산율로 2100년에는 한국 인구가 절반이 되고, 2500년에는 나라가 완전히 사라져버린다는 소식을 ‘노처녀가’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전했다. 그러나 누구도 이러한 사실과 수치 때문에 결혼이나 출산을 결심하지는 않는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연령과 결혼적령기 사이에 주어진 시간을 5~8년 정도로 가정해보자. 취업난, 저소득과 고물가, 학자금대출 때문에 20대의 태반이 사회생활을 시작하기도 전에 빚쟁이가 되고 있는 현실들을 국가가 말끔히 해결해줄 수 없는 상황에서, 결혼에 들어가는 제반비용을 모두 자력으로 마련할 수 있는 젊은이가 얼마나 될까. “돈 없는 놈 결혼도 못한다!”라고 단정할 순 없겠지만 돈 없이 결혼하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다.
애정의 결실을 맺는 데에 한 치의 보탬도 되어주지 않았던 국가를 위해 국민이 아이를 낳을 순 없다. 당연하게도 국가가 아이를 키워줄 순 없어서이다. 대한민국 젊은 부부들의 대다수의 머릿속은 새로운 생명의 태동에 신비로움을 느끼고,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행복한 장면과, 분유 값, 사교육비, 등록금과 같은 현실적 걱정이라는 장면의 어지러운 교차편집 같을 것이다. 
국가는 “아이는 당신과 대한민국의 미래입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낙태근절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저출산 문제의 미봉책을 낙태근절에서 찾는 국가의 시각과 개인의 문제는 또 한참 다르다. 원치 않는 임신을 한 경우, 생명의 존엄성과 양육능력에서 시작된 문제는 결국엔 낙태를 금지한 법률과 단속 탓에, 높아진 수술비용과 낙태 가능한 병원 찾기의 어려움이란 문제로 이어지고 만다.
입양기관에서 일하는 친구는 돈이 없어서, 무서워서, 혹은 임신한 줄도 모르고 있다가 시기를 놓쳐서, ‘본의 아니게’ 낳고 만 아이가 어떤 방식으로 기관으로 맡겨지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엄마젖을 찾을 새도 없이, 보호자의 동의와 서류작성이라는 간단한 절차만 끝나면 아이는 병원에서 곧바로 기관으로 이송된다. 해외입양에 제한을 둔 법률 탓에 입양을 원하는 해외의 부모들은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고, 입양에 소극적인 국내의 현실에서 양부모를 찾지 못한 아이들은 위탁모의 손에서 뒤집고, 기고 걸으면서 자라나고 있다. 아이가 자랄수록 입양이 성사되기는 더 힘들어지니, 이 모순된 악순환은 끝날 줄을 모른다.
이러한 문제마저 경제적 관점에서만 바라볼 수는 없는 일이다. ‘설마 위탁모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는 않겠지.’라는 엉뚱하고도 무서운 상상과 더불어, 그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해보았다. 아이가 대한민국의 미래임을 외치던 이들은, 이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을까. 출산을 ‘노동력과 소비자의 창출’로 보는 나라에서 태어날 내 아이는 행복할 수 있을까. 나는 “임신입니다.”라는 진단에 기쁨과 절망을 동시에 느끼지 않는 부모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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