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로운 보훈을 위하여
명예로운 보훈을 위하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7.28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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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구/진주보훈지청 보훈과장

 
국가유공자는 자신들의 명예가 높임 받는 것이 최상의 예우를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라를 위하여 목숨까지도 내놓은 그 분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국민들로부터 자신들의 공훈을 정당하게 평가받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분들은 공통적으로 나의 희생과 헌신이 밑거름되어 우리 대한민국이 이렇게 잘살고 있다며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분들에게 자부심을 불러 일으켜주고 명예를 선양시키는 일이 보훈의 요체(要諦)가 아닌가 한다.
 
진주관내 하동군 화개면 탑리에 있는 6·25 화개지역 전투 학도병 전사자 충혼비에서는 ‘화개전투 전몰학도병 추모제’가 올해 63회째로 해마다 열린다. 나라의 부름도 없었고 그 누구의 강요도 없었지만 공산군 앞에 무너져 가는 조국을 바라볼 수 없어 중학생 180여명이 혈서를 쓰고 용약 지원 입대한 시기는 조국이 공산군에게 빼앗기기 직전이었다. 학생들은 1주일 남짓 총 쏘는 훈련만 받고 구례, 진주지구 전선에 배치된 후 이곳 화개지구 전투에서 소총 한 자루로 북한군의 전차와 맞붙어 현장에서 30명이 장렬하게 전사하였다. 당시 15세 정도의 어린 소년이었던 학도병들이 “어머니 상치쌈이 먹고 싶어요”를 외치며 숨져간 그분들의 빛바랜 편지는 우리를 울린다. 이 이야기는 60년 전의 잊혀진 과거가 아니라 우리들의 가슴속에 꺼지지 않는 불로 남아 가슴에서 가슴으로 이어져야 할 나라사랑의 표본이다.

우리 보훈공무원들은 이런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찾아서 국민들에게 홍보함으로써 그 분들의 명예를 드높이고 이를 나라사랑의 귀감으로 삼도록 해야 할 책무를 지니고 있다. 한 나라의 국격(國格)은 나라를 위해 희생한 용사들을 얼마나 명예롭게 예우해 주는가 하는데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경우를 보자. 미국은 군에서 전사한 군인들을 국가원수가 나서서 애도하고 국민들이 순교자처럼 대우한다는 글을 읽은 일이 있다. 그리고 국립묘지 안장식 때는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대통령이 거수경례를 하는 가운데 장엄하게 국립묘지에 안장된다고 한다. 이렇게 국가를 위하여 신명을 바치신 분들에 대해 국가가 고귀한 명예를 부여함으로부터 보훈은 그 정점을 이루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7일 워싱턴 DC 한국전 참전기념비 공원에서 열리는 정전 60주년 기념행사에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했다. 이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6·25 전쟁 당시 전사한 미군 3만6516명의 이름을 한명씩 부르기 시작하여 2박3일간 밤낮으로 그분들의 이름을 부르는 행사일 것이다.

마치 살아있는 사람을 부르듯이 사위가 적막한 깊은 밤을 지나 새벽의 여명 속에서도 계속 울려 퍼지는 그리운 사람들의 이름은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을 것이다. ‘조국을 위해 죽는 것 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다’라는 호머의 시구가 실감나는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정전 60주년을 맞는 우리는 우리를 위하여 대신 희생한 15만4000여명의 국군과 유엔군께 무한한 감사를 드리는 한편 그분들과 나라를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내면에서 국가를 위한 국가유공자의 희생과 공헌이 국민들로부터 진정으로 명예롭게 인식되고 있는지도 한번 되돌아보는 그런 하루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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