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儒敎)의 현실주의(現實主義) 사상(Ⅰ)
유교(儒敎)의 현실주의(現實主義) 사상(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8.0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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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웅/한국국제대학교 국제한국어교원학과 교수

유교는 현실적인 수요에 따라 실제에 편중했고, 현상 속에서 과거를 추정했고, 현재에서 미래를 추구했다. 결코 추상적이거나 애매하게 기원을 따지고 미지의 내세를 토론하질 않았다.

서양적인 종교의 당연성에 의지를 자유와 영혼의 불후(不朽), 하느님의 존재 등의 문제를 표현한다면, 유교를 종교시해야 할 근거는 박약해진다. 유교에게 비록 신의 긍정과 불후를 추구하는 의지는 있을지언정 신의 존재 확신과 불후에 대하여 보다 적극적인 내세의 설정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유교에는 종교적인 인소(因素)가 없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 종교여부를 결론지을 수 있는 기준이 문제가 되고 있다. 즉, 서양에서 수입된 기독교의 입장에서 본다면 유교에서는 종교적 인소가 적을 수 있겠으며, 또 만일 유교를 다만 선진 제학파 중의 ‘유가’라는 학파에 불과하다고 볼 때 역시 종교시 할 수 없는 것이다.

2000여 년 동안 유가가 중국문화에 깊이 끼친 영향으로 볼 때 종교가 아니라고 가볍게 반박할 수 없다. 그래서 ‘유가’는 철학의 일면을 지니고 있거니와, ‘유교’는 현실적이고 자주적인 특색 있는 종교성도 지니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유교에 신앙적인 면과 비신앙적인 면을 고찰해 본다.
첫째, 제천(祭天)·사조(祀祖)·제공(祭孔) 등 일면의 제사를 통한 종교활동이 있다. 유교가 경배하는 근본적인 대상은 세 가지이며, 따라서 삼제(三祭)는 유교가 종교적 활동을 하는 중요한 내용이다. 그 세 가지는 곧 천지·선조·군사(君師), 즉 성현이다.

사실은 이 삼제에 대한 활동이 너무 보편화되었기에 중국인은 거기에 담긴 종교성을 등한시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은·주(殷周) 때의 전통을 계승한 삼제는 결국 인간이 천지와 함께 존재하며 천지와 함께 자란지라 사람의 뜻과 자연의 뜻이 합치됨, 즉 천인합덕(天人合德)이나 천지인 병존(天地人幷尊)사상에서 기원한 것이다.
인간의 본연의 마음에서 하늘에 비는 일, 예를 들면 탕왕(湯王)이 뽕나무 숲에서 비오기를 빈 것이나 교사(郊祀)의 예를 통해 하늘의 도움을 빌면서 오곡이 풍성하여 국태민안(國泰民安)을 바란 것은 바로 하늘에 빌면 얻을 수 있다는 간절한 신앙의 표시였다.

사조(祀祖)의 기풍은 보다 현실적이다. 대아(大我)의 세계에서 소아(小我)의 세계로 좁혔으며, 자연의 세계에서 인위의 세계로, 다시 인위의 세계에서 근친(近親)의 범위로 끌어들인 것이다. 다만 조상을 통해 자기 소원을 기구하는데 미래성을 기여하고 있다.

군사(君師)에 대한 숭배는 특수하다. 그 임금이나 성현의 사회에 끼친 공헌이나 고매한 인격을 숭배하는 것인데 여기에도 상당한 현실성이 작용한다. 그런데 여기서 천(天)에 관한 관점은 따로 종교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둘째는 천(天)을 우주정신의 중심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중국인은 천이나 신이 만물에 내재한다고 생각하지 결코 회교나 기독교처럼 하느님의 초월성을 인정하지는 않는다. 바로 중국의 전통적인 유가 사상에 천신의 세계창조설이 결핍되어 있다. 오히려 사람마다 천덕(天德)을 지닌다고 생각했고, 이 천덕은 바로 인덕이라고, 혹은 천심(天心)은 민심(民心)이라고 믿어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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