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죄수
의사와 죄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8.0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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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경/다움생식 회장·이학박사

 
허물없는 사이인 의사들에게 필자는 가끔 ‘의사는 환자를 간수로 둔 죄수’라는 농담을 던진다. 간수가 무엇인가. 감방의 죄수를 지키는 사람이다. 죄수들을 지키다보니 간수는 근무시간의 대부분을 감옥 안에서 죄수들과 함께 보내는 삶을 산다. 그래서 간수들을 반 죄수라고 하는 것이다.

의사들의 삶은 어떤가. 환자가 간수요, 의사는 죄수인 경우가 제법 많지 않은가. 개인병원을 제외하고는 입원환자가 있게 마련인데 당직의사쯤 되면 환자가 편안하게 다리 뻗고 침대에서 잠을 자는 밤에도 의사는 의자에 웅크리고 앉아 언제 환자들이 호출을 할 것인지 귀를 세우고 잠을 청하지 못한다. 간수가 죄수에 비해 출입이 자유롭다고 볼 때, 의사는 어떤 경우 환자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삶을 사는 것이 현실이다.

환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병원은 병을 고쳐주는 곳이다. 그러니 병을 잘 고쳐주는 것은 기본으로 친다. 병원 입장에서는 병을 잘 고쳐줘야 본전인 장사가 의료인 것이다. 최고, 최상의 방법과 수단을 동원하여 병을 고쳐놓는 것이 본전인 장사인 까닭에 의사라는 직업이 엄청 좋은 것 같지만 그 내면세계를 보면 여간 힘든 직업이 아닌 것이다. 환자를 간수로 모시고 사는, 죄수와도 같은 직업이 의사라는 말에 많은 의사들이 동의하리라 생각한다.  

간수는 그 직업을 유지하는 동안 만나는 사람들이 모두 죄수일 것이다. 한정된 공간에 갇혀 자유를 잃고 일정한 스케줄에 맞춰 사는 사람들과 늘 같이 있다 보면 세상 밖의 삶에 대해 잘 모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쇼생크 탈출’이라는 영화를 보면 20년 넘게 감옥살이를 한 사람의 사회 적응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웅변하고 있다. 정상적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과 범죄를 저지른 후 감옥에서 지내는 사람들의 삶은 다르다. 생명현상의 본질은 같을지 몰라도 폐쇄된 공간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사람들의 의식 세계는 완전히 다를 수 있다. 간수의 입장에서도 늘 죄수만 바라보고 살다보면 인간은 착한 존재가 아니라 당연히 악한 존재라고 지례 판단해버릴 수 있다. 레미제라블의 장발장처럼 억울한 죄인도 많겠지만 말이다.

병원에 있다고 다 환자는 아니다. 상점에 오는 사람들이 다 고객이 아님에도 대부분의 점포에서 모든 고객을 향해 고객님이라 부른다. 모르긴 해도 유치장에 있는 사람들이 다 죄인은 아닐 것이다. 법적으로 아직 죄를 선고 받지 않은 사람들을 미결수라 하듯  아직 병이 없는 상태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병원에 출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미결수로 감방에 갇혀 있는 사람들도 죄인 취급을 받고 병원에서 아직 진단 결과가 나오지 않은 사람들도 환자 취급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병원에 있다고 다 환자는 아니다. 그러나 더 곤란한 사실은 병원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환자가 아니던 사람이 병원에서 진단이 나오는 순간부터 환자로 바뀐다는 점이다. 당뇨라는 진단을 받기 전에는 약도 안 먹고 정상적인 삶을 살던 사람들, 혈압이 뭔지도 모르고 쉽게 잘 살던 사람들이 진단을 받는 순간부터 환자로 바뀌는 경우를 너무 자주 접하게 된다.

죄수에게는 감형이라는 특사 제도가 있다. 모범수로 형무소 생활을 잘 감당하면서 죄를 뉘우치고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는 의지와 함께 모범을 모이면 죄를 용서하고 집에 돌아가 정상적인 삶을 살라고 하는 제도이다.
환자에게도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감형 제도가 있다. 환자가 삶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면서 삶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섭생이라는 감형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심어준다면 환자들도 병으로 부터 많이 자유로운 삶을 살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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