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휠체어 주인공, 할아버지 할머니 칭찬하고 싶다
두 휠체어 주인공, 할아버지 할머니 칭찬하고 싶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8.1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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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파제(연극인)

나는 독거노인으로 신안동에 살고 있는데 신안녹지공원은 나에게 생명수 같은 유일한 벗이다. 10년 이상 아침마다 신안녹지공원 왕복 5km를 매일 달리며 각종 수목들의 향기를 마시고 새들이 지저귐 소리를 들으며 외로움을 달래고 건강을 다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정말 기이한 현상을 목격했다. 달리는 공원길에 두 대의 휠체어가 10m 간격으로 오고 있었다. 한 휠체어는 84세인 강 씨라는 할아버지가 앉아있었고 79세인 한 씨라는 할머니가 휠체어를 밀고 있었다. 또 한 휠체어는 75세인 윤 씨 할머니가 앉아있었고 76세인 한 씨라는 할아버지가 휠체어를 밀고 있었다.

휠체어에 앉아있는 두 사람은 거의 의식이 없는 듯 말없이 앉아있었는데 각각 부부라는 것이다.
결국 한쪽은 아내가 또 한쪽은 남편이 휠체어를 밀며 정성껏 간호하고 있었다. 내가 달려가며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건네면 간호하는 두 분은 고개를 숙이며 답하지만 앉아있는 두 분은 의식이 없는 듯 허공만 쳐다보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두분다 뇌졸중으로 쓰러져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는 것이다.
환자는 말이 없는데도 간호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정성은 지극했다. 두 팀이 부부인데 공교롭게 한쪽은 아내가 또 한쪽은 남편이! 남편과 아내의 건강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휠체어를 끌고 가다가 환자가 꿈틀거리면 몸 마사지를 정성껏 하는가 하면 더 어려운 일도 옆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해내곤 하셨다. 너무나 아름다운 사랑의 힘을 보며 옆에서 달리며 보던 나는 가슴이 울컥했다. 나도 아내가 곁에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이런 생각을 할수록 이 두 부부의 모습이 더 아름답고 거룩해 보였다. 항상 곁을 지키며 헌신하는 그림자 사랑! 정말 칭찬하고 싶다.
그런데 감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날아가고 달이가고 변함없는 이 두 부부의 정성어린 간호와 산책은 기적이 아닌 기적을 낳았다.
이 두 부부의 산책이 계속돼 3개월이 지났을 때 약속이나 한 듯 두 개의 휠체어에 앉아있어도 아무 말 없던 이 두 환자가 내가 지나가며 인사를 하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병세가 호전돼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달리며 지나갈 때마다 내가 “용기를 내세요!”했고 간호하는 두 분은 고맙습니다. 하고 밝게 웃으셨다. 그뿐 아니라 6개월이 지났을 때 두 환자가 약속이나 한 듯 휠체어를 타지 않고 일어나 두 부부가 휠체어를 잡고 같이 살살 걷기 시작한 것이다. 환자 두 분 다 한손엔 나무 지팡이를 들고 계셨다. 휠체어를 잡고 걷다가 지팡이에 의지해 홀로 서기 연습을 시작하고 있었다. 날마다 계속되는 두 분의 정성어린 간호와 재활 운동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일 년이 지난 후 두 부부의 곁엔 휠체어가 자취를 감추었다.
아침마다 지팡이에 의지해 걷기 시작했고 간호하는 두 분은 뒤에 따라가면서 만약의 사고에 대비하고 있었다.
그림자 사랑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아름다운 모습을 보며 아침마다 달리는 내 마음도 한결 밝아지고 두 부부애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심지어 내가 운동을 하지 않았던 날도 기억하시듯이 다음날 달리다 만나면 선생님 어디 아팠어요? 어제 안보이던데... 하고 걱정가지 해주셨다.
술 많이 마셔 나오지 못했다고 말은 못하고 네! 아주 바쁜 일이 있어서 못 나왔어요! 했지만 나까지 걱정 해주는 그들의 마음이 고마웠고 어느새 우리는 아침운동 친구가 돼 있었다.
내일 아침에도 나는 신안녹지공원을 달릴 것이고 이 두 부부가 이젠 남부럽지 않게 나란히 걸으며 운동하는 모습을 보며 감사하고 흐뭇해 할 것이다.
아픔을 딛고 일어선 이 두 부부의 내조와 외조의 헌신!
이게 바로 인간 승리요 부부사랑의 승리가 아니겠는가!
특히 간호하신 두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감사드리며 박수를 보냅니다. 이런 아름다운 모습은 천번만번 칭찬해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나도 아내에게 달려가고 싶다. 당장 달려가고 싶지만 그 길은 너무 멀고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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