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후엔 암을 치료하는 약이 나온다?
3년 후엔 암을 치료하는 약이 나온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8.1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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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경/다움생식 회장·이학박사

1977년 봄, 어느 새벽이었다. 손아래 동서에게서 전화가 왔다. 며칠째 기침이 나고 목에서 피까지 올라오니 어떻게 해야 되겠느냐는 얘기였다. 깜짝 놀라 회사에 휴가를 내게 한 후 함께 결핵 전문 내과를 찾았다. 진료를 마친 의사는 폐암이 의심된다는 소견서를 써줄 테니 바로 S대학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요즘에야 어림없는 일이지만 그때만 해도 시쳇말로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이라 S대학의 당일 입원과 진단이 가능했기에 곧바로 입원을 하고 몇몇 정밀검사를 받았다. 며칠 후 보호자도 없는 병실로 담당 주치의가 찾아와 ‘폐암’이라고 선고를 하고는 3년 후면 암을 완치하는 약이 나올 테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3년만 살아 있으라고 하더라는 것이었다.
그 담당의사는 나중에 대통령 주치의까지 지낸 아주 유명한 내과 전문의였다. 그 시절만 해도 항암제는 국내에서 생산이 안 되고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오는 아드리아 마이신이라는 약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조차도 종로 5가에서 취급하는 약국이 한 곳밖에 없어 미리 부탁을 해놓고 약 값은 달라는
대로 주어야 했다.
암 환자들이 거의 다 그렇듯 나름대로 최선을 다 해봤지만 동서는 6개월 만에 37세의 나이로 세상을 버렸는데 그 당시 S대 병원에서 폐암 진단을 받은 환자 가운데 가장 젊은 사람이었다.
3년만 기다리면 암을 고치는 특효약이 나온다고 한 지가 3년의 12배인 36년이 지난 지금도 암을 고치는 약은 등장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 몇 배의 세월이 지난다고 한들 필자의 소견으로는 암을 치료하는 약은 만들어지지 않을 것 같다.
페니실린이 만들어지고 수십 년이 지나는 동안, 다행히도 몇 가지 법정 전염병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문제는 그에 고무된 의료계에서 앞으로 세균성 질환은 영영 지구상에 존재하지 못할 것처럼 생각들을 하곤 하였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았다는 데 있다. 최근, 약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슈퍼 박테리아가 맹위를 떨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나 보건 당국이 대책을 만들어보려고 애를 써도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신약을 개발하는 데는 천문학적인 돈과 10년 가까이 걸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세균이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변화시키는 데 필요한 시간은 불과 얼마 걸리지 않는다. 신약 개발을 거북이 걸음이라 하면 세균의 변신은 제트기 수준이라고나 할까?
암은 자기 자신의 삶의 결과이다. 지난 세월을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결과로 암이라는 전신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병이 나타난 부위만을 제거하면 되는 것으로 치료의 기준을 삼는 현대의학 입장에서는 항생제를 만드는 식으로 항암제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을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잘못된 삶을 약으로 고친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부부 싸움을 약이나 수술로 못 고치듯 잘못된 삶의 결과로 나타나는 증상을 어떻게 약으로 고칠 수 있을까? 삶을 고치지 않고 3년쯤 지나면 암을 고치는 항생제 같은 약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많은 환우들을 보면서 1977년, 그때의 사랑하는 동서 입장과 그 당시의 필자의 입장을 한번 떠올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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