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에 찾아든 가을 정취…남해군 용문사(龍門寺)
산사에 찾아든 가을 정취…남해군 용문사(龍門寺)
  • 한송학 기자
  • 승인 2013.08.29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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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문턱 자연의 소리와 시원한 바람의 여유

한낮의 뜨거운 햇볕은 한여름 못지않은 열기를 내뿜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한 날씨를 보이는 요즘 초가을의 정취가 세속보다는 조금 더 먼저 찾아든 산사(山寺)에서의 하루는 어떨까?


남해군에 위치한 천년고찰 용문사는 울창한 숲 속에서 계곡을 타고 불어오는 바람에 절간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이 청량한 소리를 내고, 어디 숨어있는지 모를 산새는 풍경소리에 화음을 더한다.

가을색으로 물들어 가는 나뭇가지 사이로 올려다본 하늘은 벌써 저만치 높아져 있고, 귓바퀴를 감아드는 청아한 자연의 소리와 계곡에서 불어온 시원한 바람은 방금까지 온몸을 휘감던 여름의 열기를 한꺼번에 씻겨준다.
초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고즈넉한 용문사에서 마시는 녹차 한 모금의 여유는 한여름을 피해 달려온 이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다독인다.

◆용문사(龍門寺)
남해군에 위치한 사찰 대부분은 천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지녔다. 용문사도 그 중 하나다.

용문사는 신라 문무왕 3년(서기663)에 원효대사가 창건한 금산 보광사를 그 전신으로 하고 있다. 조선 현종 원년(1660) 백월대사는 1000년이 넘게 그 명성을 떨친 보광사의 사운이 기울자 남해군 이동면 호구산에 터를 정하고 사찰을 옮겨 지금의 용문사를 창건한다.

이후 용문사는 임진왜란을 맞아 여러 차례 불에 타 중건했고 임진왜란 당시 승병활동의 근거지였던 이곳을 조선 숙종(1675~1720) 임금은 수국사(守國寺)로 지정하고 공을 들였다.

그 파란만장하고 유구한 역사 탓에 용문사는 그 당시 왕실로부터 하사받은 연옥등, 촛대와 번 그리고 수국사금패 등 혁혁한 역사의 기록을 보물로 간직하고 있다.

왜란때 사용했던 삼혈포와 승병, 의병들의 끼니를 담았던 큼지막한 목조 구시통이 지금도 원형 그대로를 유지한 채 이 곳을 찾은 이들에게 먼 조선시대 중반으로 시간여행을 안내하고 있다.

◆천왕각과 대웅전
이 절의 입구에는 천왕각이 있다. 이 건물은 조선 숙종 28년(1702)에 지었다고 전해지며 앞면 3칸 옆면 3칸 규모의 맞배지붕집이다.

이 건물 안에는 좌 우측으로 목조 사천왕상이 각각 2구씩 배치돼 있다. 일반적으로 사천왕상은 마귀를 밟고 있는 형상이지만 이곳의 사천왕상은 부정한 양반이나 관리를 밟고 있다는 점에서 색다르다.

천왕각을 지나 봉서루로 들어서면 마주하게 되는 대웅전은 숙종 29년 성화스님이 낡은 대웅전을 고쳐 새롭게 지은 전각으로 조선시대의 전형적인 법당 건축양식을 자랑한다.

대웅전은 앞면 3칸 옆면 3칸 규모의 화려한 다포계 팔작지붕으로 겹처마의 덧서까래가 길어서 전체적으로 지붕이 위로 활처럼 휘어져 있으며 네 귀퉁이에 추녀를 받치는 기둥인 활주가 있고 처마 아래에는 여의주를 입에 문 용의머리가 장식돼 있어 상서로운 기운을 더한다.

법당 안에는 목조 아미타삼존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각각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이 모셔져 있다. 법당 뒤편 벽에 걸린 영산회상탱화는 1897년에 조성된 것으로 그림 중앙에 있는 석가모니를 중심으로 좌우측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배치돼 있다.

대웅전 우측에는 문화재자료 제151호 명부전이 자리하고 있다. 원효대사가 직접 조성하고 백일기도를 드렸다고 전해져 더욱 유명해진 명부전에는 지장보살과 명부의 시왕이 좌우에 자리 잡고 있다.

이밖에도 석가모니 부처님 제자인 나한을 모신 영산전과 칠성탱화, 산신탱화, 독성탱화를 모신 칠성각이 있다.
또한 용문사에는 보물 1446호 괘불탱화와 유형문화재 7점을 비롯해 지방문화재 2점 문화재자료 7점 등 1000년 사찰에 걸맞는 문화재가 잘 보관되고 있다.

◆녹차밭과 자생식물단지
호구산 정상에서부터 시작된 계곡을 따라 생겨난 오솔길을 걷다보면 용문사 주변으로 잘 조성된 녹차밭을 만나게 된다.

아담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곳의 녹차밭은 주변의 진녹색 소나무와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킬 만큼 아름답다. 이곳의 녹차 잎은 스님들의 정성이 깃든 탓에 하나같이 연푸른 빛깔을 띠고 있다.

가족단위 나들이객이라면 용문사 뒤편으로 조성된 자생식물단지를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이곳에는 도라지 외 6종의 식물이 심겨져 있는 양용식물원과 구절초 외 19종이 심겨져 있는 자생식물원을 비롯해 치자, 비자, 유자 등 남해를 대표하는 나무들을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용문사 주변에는 독립선언 민족대표 33인 중 한 사람인 용성스님, 조계종 종정 석우스님과 성철스님이 수행처로 삼았던 백련암이 있어 불교신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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