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만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한 핵발전소
320만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한 핵발전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8.09 19: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수희/에너지정의행동 활동가

체르노빌에 이어 후쿠시마에서도 핵발전소 사고 이후 반경 30Km 지역이 폐쇄 되었다. 이 지역에서는 농사를 짓는 것은 물론 거주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출입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핵발전의 원료인 우라늄이 가진 치명적 독성 때문이다.
어떤 과학자들은 핵발전소의 사고 확률이 백만 분의 일이라 말한다. 그리고 또 어떤 공학 기술자와 정부 관료, 기업의 운영자는 소량의 방사능은 인체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들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미 우리나라에는 28개의 핵발전소가 가동 건설 중에 있고,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사고 영향으로 공기와 물, 농산물, 식품 등이 방사성 물질에 오염 됐기 때문에 국민들이 큰 불안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실을 숨기거나 다르게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전 세계 오백 개 가까이의 핵발전소가 있는데 후쿠시마 발전소를 포함하여 이미 6개의 핵발전소가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대형 폭발을 하고 말았다. 공학적으로는 핵발전소 100만개 중 한 개가 폭발한다는 계산이 나올지 몰라도, 현실의 복잡한 환경 구조 속에서는 500개중 6개가 폭발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를 통해 발생하게 되는 방사능 오염은 그것의 양과 거리의 제곱에 비례하여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부와 핵산업계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일까. 아니다. 이들 역시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가동된 핵발전소는 고리핵발전소인데, 고리1호기 건설이 시작되던 1972년 무렵, 한국전력은 만약의 사고에 대비하여 고리핵발전소 주변을 저인구 지대로 설정할 것을 요청하였다. 저인구 지대란 인구 2만5000명 이상이 거주하는 인구 밀집 구역이 없는 지대를 말하는데, 당시 정부는 한전의 요청을 받아들여 고리 발전소 인근 주변 8Km 구역을 그린벨트구역으로 지정하였다. 고리핵발전소가 소재해 있는 장안읍의 경우는 읍 전체가 그린벨트로 지정이 되었고, 인근 6개 읍면 면적의 88%가 그린벨트로 지정 되었다.
그러나 한전과 정부의 안전의식은 곧 해이해져 고리 외에 다른 발전소 지역들은 이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리고 1970년대와 80년대 부산과 울산의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고리발전소 주변 30Km 이내에는 약 320만명의 시민들이 살게 되었다. 경주와 울산의 경계에 있는 울진 핵발전소 주변에는 약 100만명, 영광에는 15만명, 울진에는 6만명의 시민들이 살고 있다.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발전소 인근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한전은 발전소 시설을 확대하고 수명을 연장하는 등 핵발전소 사고의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핵발전소는 한 번 우라늄이 타기 시작하면 4년에서 5년 정도를 쉬지 않고 타는데, 이런 이유로 그동안 핵발전소는 대량의 에너지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시설로 선전 되었다. 그러나 다르게 질문해보자. 부산과 울산, 경주, 영광과 울산이 핵발전소를 가동할 만큼 전기가 많이 부족한가. 이들 지역이 전체 전기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1%인데, 현재 건설 중이고 계획 중인 발전소가 모두 가동이 되는 2024년에는 48%가 될 예정이다. 엄밀히 이야기 하자면 우리나라 전체 전력의 절반을 전국 4군데의 작은 어촌 마을에서 만들어 내는 셈이다. 이 전기는 발전소 지역이 아니라 다른 지역의 전력 공급을 위해 만들어 진다.
몇 해 전 서울시가 서울시민의 건강과 쾌적한 생활을 위해 서울시의 마지막 남은 화력발전소를 폐쇄하였다. 서울시가 건강하고 쾌적한 전기 사용을 위해 화력발전소를 폐쇄하는 동안 전국의 네 곳의 핵발전소에서는 수백 만 명의 시민의 생명을 볼모로 핵발전소가 확대 되었다.
부당하지 않은가.
고리핵발전소의 경우를 보자. 부산과 울산의 경계에 있는 고리핵발전소에는 5기의 핵발전소가 가동 중이고, 3기가 곧 완공될 예정이다. 또한 2024년에는 4기가 추가로 더 완공될 예정이어서 총 12개의 핵발전소가 가동 예정이다. 그리고 여기 고리발전소 인근에는 320만명의 시민들이 살고 있다. 우리는 이 위험과 부당함을 지금부터라도 바로 잡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