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과 계곡이 어울어진 거창군 건흥산
산성과 계곡이 어울어진 거창군 건흥산
  • 한송학기자
  • 승인 2013.10.17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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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계정.거열산성 등 아름다운 장관 연출

 
결실의 계절 가을, 누구에게나 풍요로운 정감과 물들어가는 가을 풍경을 담기 위해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가을의 추억을 담기 위해 도심의 생활 속에서 잠시 탈피에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만 일정이 만만치 않아 포기한 경우가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여기 가족, 연인과 함께 가벼운 발걸음으로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는 거창군의 건흥산을 추천해 볼까 한다.

도심 주변에 간편하게 등산과 지역의 역사를 함께하고 있는 산성이 있고 그 아래 아름다운 계곡이 펼쳐져 있는 곳이라면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을 것이다. 거창에 그러한 곳을 다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건흥산이다.

▲건흥산

거창읍의 서쪽 자락에 위치한 해발 563m의 건흥산은 덕유산 대봉(臺峰)에서 남쪽으로 내린 산줄기의 호음산, 석부산, 아홉산을 거쳐 그 끄트머리에 솟은 덕유산의 지맥으로 고제면 삼봉산 다음으로 지역을 품에 안아 지켜주는 아버지 산인 거창읍의 진산(鎭山)이다.

건흥산은 1983년 11월 공원면적 4.25㎞가 거열산성 군립공원으로 지정됐으며 산을 오르다보면 거창읍의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고 산 정상 부근에는 산을 오른 이들만 맛 볼 수 있는 시원한 샘터와 체육시설들이 갖춰져 있다.

건흥산이란 이름은 옛날 산정 기슭에 건흥사란 절이 있었던 것이 유래되어 불리게 됐으며 산을 오르다보면 수많은 나무들이 피톤치드를 뿜어내 신선함을 선사하고 등산로 주위에 예쁘게 핀 야생화와 이름 모를 새들의 노래 소리가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한다.

산 정상을 오르다보면 오랜 옛날 전쟁을 치른 거열산성이 눈에 들어온다.

▲거열산성

거열산성은 건흥산에 있는 성이라 하여 건흥산성이라고도 불리며 산 아래쪽에서 성곽이 보이지 않게 산의 지세와 능선의 기복을 이용해 축성한 요새와 같은 산성으로 성벽은 자연석과 잘 다듬은 돌을 이용해 지형에 따라 3∼9m의 높이로 쌓아 올렸으며 성벽의 둘레는 약 2.1㎞로 산성의 대부분은 허물어졌지만 남서쪽 일부가 복원 정비돼 성벽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산성의 주변에는 성벽에 쓰였던 석재가 그대로 남아 있으며 성안에는 당시 건물 터와 부서진 기와조각, 군사 훈련지 등 여러 부대시설의 흔적이 남아 있다.

거열산성의 축성방법은 복원된 남쪽은 퇴물림으로 쌓아 신라의 축성방법으로 볼 수 있으며 서북쪽은 곧바로 쌓은 모습으로 볼 때 이 곳이 신라와 백제 간에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던 곳으로 삼국시대 말기에 부분적으로 신라와 백제가 쌓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거열산성은 백제가 멸망한 뒤 그 유민들이 백제의 부흥을 위해 거창에 거열성, 전북 남원에 거물성, 구례에 사평성, 장수에 덕안성을 쌓았으며 거열성이 규모가 제일 커 백제가 망한 후에도 3년 동안이나 백제의 부흥운동이 치열하게 전개된 곳이라고 전하고 있다.

건흥산 아래엔 덕유산 삿갓샘에서 발원된 서출동류의 물줄기와 송계사 계곡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만나 굽이굽이 흘러 닿아 아름다운 계곡을 빚은 건계정이 자리하고 있다.

▲건계정

건흥산 아래로 푸른 물결이 너른 천을 이루며 흐르고 바위를 휘감고 돌고 돌아 고요한 모습이 되어 잔잔한 물결이 멈춘 곳에 아름다운 모습의 정자, 건계정(建溪亭)이 자리잡고 있다.

건계정은 1905년 거창 장씨 문중이 세운 것으로 건계는 거창 장씨의 시조 장종행이 중국 건주(建州:建溪)에서 건너왔으므로 후손이 선조의 뜻을 잊지 않는다는 뜻으로 면우 곽종석 선생이 붙인 이름이다.

건계정은 정면 3칸, 측면 2칸으로 구성돼 있으며 정면 중앙의 배면 칸에만 벽체를 구성했을 뿐 정자가 개방돼 있어 주위의 경치를 관망하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이다.

또 거북과 같이 생긴 자연암반 위에 축조해 기단과 초석은 구배석(거북등 바위)을 그대로 사용해 자연과 인간이 함께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건계정은 정자 배면의 벽체에 호랑이가 그려져 있으며 정자 안에는 1906년 양산 조정희가 지은 건계정기와 장씨 후손과 문중의 번영을 기원하고 축하한 판상시 등이 있으며 정자 옆에는 면우 곽종석 선생이 지은 아림군 장두민의 공적을 기리는 비가 있다.

나지막한 산과 그 옛날 신라와 백제의 전투가 있었던 거열산성, 그리고 아름다운 계곡을 간직한 건계정에서 물들어 가는 가을, 한 장의 사진으로 남길 수 있는 추억을 가족, 연인과 함께하는 일일여행으로 만끽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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