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함을 배우자
겸손함을 배우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10.2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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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금인산 여래암 주지

 
옛날 인도에는 ‘삼종지도(三從之道)’라는 풍습이 있었다. 여자는 태어나면 주인이 세 번 바뀐다는 말이다. 어릴 때는 좋은 아버지, 결혼해서는 좋은 남편, 늙어서는 좋은 아들을 둬야 행복하다는 농경시대에 쓰던 말이다. 현대에는 여성이 더 똑똑하고 능력도 뛰어나 각종시험합격률도 여자가 더 높다. 당시에는 부귀영화와 권력을 잡으면 행복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부처님은 일찍이 그런 것이 인간의 행복을 결정하는 것은 아님을 알고, 부와 명예, 권력모두를 다 내려놓고 출가하여 맨발에 밥을 빌어 하루 한 끼의 식사로 치열한 수행 끝에 마침내 해탈열반을 증득하셨다. 반면, 우리들은 아직도 그런 것들을 쟁취하려 기를 쓰고 거품을 물고 쫒아 다닌다. 그러다보니 번뇌가 무성하게 자라나고 인생살이가 복잡해진다.

지금부터라도 이기심을 땅에 묻고 성현들의 가르침과 언행을 배우며 사회적 협동으로 안녕과 진보를 위해 질서 있게 살아가자. 나만을 위한 소의가 아닌 사회를 위한 대의에 살아가야한다. 우리는 서로 다르면서도 공통점이 있다. 눈과 귀, 콧구멍이 두 개, 입이하나, 머리털이 검은 것도 같다. 그러면서도 직업이나 생각과 취미와 언행, 경제적 능력 등이 각기 다른 것은 기본적인 공통의 특징이다. 이제는 정치적 상황과 경제적 구조까지 다 바뀌어 전혀 새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부귀, 명예, 권력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도한 집착은 병이되므로 적정선에서 멈출 줄도 알아야 한다. 노지(露地)는 지붕이나 울타리나 경계가 없는 것을 말한다. 부처님의 이름은 ‘고타마 싯다르타’이다. 고타마는 ‘훌륭한 소’란 뜻이다.

현명한 소는 노지에 풀어두어도 자기 배를 채우기 위해 남의 전답에 들어가 농작물을 해치지 않는다. ‘고타마’처럼 큰 그릇이 되기 위해서는 남의 것을 넘보지 말고 내가가진 것도 나누며 살아가야한다. 얼마 전, 한국축구대표팀과 말리와의 평가전에서 손모(21세) 선수가 결승골을 터트려 한국 팀 승리에 크게 기여하였다. 그러고서도 그는 자신을 한껏 낮추며 “내가 잘해서 이긴 게 아니라 모든 선수가 잘해서 이긴 것”이라며 자신만 조명되는 것을 경계하여 오랜 시간을 기다리던 취재진에게 허리를 굽혀 목례로서 답하며 “감사합니다. 다음에 뵙겠습니다.”는 인사말만 건네며 독일로 출국했다는 기사를 읽고 감동을 받았다.

나 혼자 잘나기를 바라는 것이 가장 어리석은 일이다. 자신만 튀려고 혈안인 많은 사람들이 이 어린선수를 스승삼아 겸손함을 한수 배우시길 갈망한다. 그 선수의 말처럼 내가 골을 넣은 게 아니라 한국축구대표팀이 골을 넣은 것이 분명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남보다 더 잘나기를 원하고 있다. 그래서 남을 밀치고 남의 결점을 꼬집고 물고 늘어진다.

이런 행위는 치(寸)를 굽히고 자(尺)를 뻗는 이치를 모른 어리석음 때문이다. 따라서 그 탐욕 때문에 모든 덕이 빛을 잃는다. “뻐기는 인간은, 현명한 자에게는 경멸되고, 바보에게는 감탄되고, 기생적 인간에게는 받들어지고, 그들 자신의 거만심의 노예가 된다.”하였다.

진실한 사람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고 거기에 대한 책임을 진다. 감언이설은 사기꾼 들이나 하는 것이다. 무수한 독사들의 화설(火舌)이 난무하고 있는 세상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사회에서 태어나 사회에서 일생을 마친다. 정신적인 기초를 닦자. 언행일치의 정도에 따라 앞날이 좌우된다. 옛사람은 하루 세 번씩 내 몸을 돌아본다고 했다. 도의에 어긋나고 염치를 모르는 말씨와 행동으로, 남을 놀리고 조롱하며 모욕한 뒤, 그것을 자랑인 듯, 남들 앞에서 승리 담을 늘어놓는 사람들도 많다. 물러서는 것이 나아갈 밑천이다. 이성이 있는 측이 먼저 양보하며 살아가자.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 곧 자기를 이롭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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