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주/환경부 환경교육홍보단 경남환경연구원장
모든 생물은 자손을 많이 남기려는 본능이 있다. 왜 그런가 하고 물으면 말문이 막히지만, 본능적으로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후손 남기기에 전력을 막 쏟아 붓는다. 그들의 피 흘리는 투쟁의 모습은 단지 겉면 외피(外皮)일 뿐이고, 궁극적으로는 DNA(유전인자)를 남기기 위해 그렇게 끊임없이 다툼질을 한다. 잘난 놈 못난 놈 할 것 없이, 동식물은 물론이고 세균이나 바이러스도 매한가지다. 다투어 삶터를 넓히고 먹이를 더 많이 얻어 자손의 수를 늘리자는 것이 생물들의 투쟁사인 것이다. 넓은 터(space)를 가질수록 먹이(meat)를 더 많이 얻고, 그래야 여러 짝(mate)을 얻을 기회가 생겨서 자손(유전자)을 더 많이 남길 수가 있게 된다.
이렇듯 미물이건 사람이건 위급한 상황이 닥칠 때 종족보존행위가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것은 어찌 보면 그 종족보존행위 자체가 모든 생명체에 내재된 본연의 임무요 하늘이 부여한 지고지순의 대임(大任)임을 입증해 주고 있다. “머리 잘린 수컷”이라는 소름끼친 단어를 낳은 사마귀의 교미 또한 건강한 자손을 번식시키기 위한 교미 중 수컷을 잡아먹는 과부거미나 사마귀 암컷의 행위가 암컷에게 양분을 제공하려는 수컷의 희생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라이브 사이언스에 따르면 과부거미나 사마귀 암컷이 교미 후 수컷을 잡아먹는 것은 먹이보다 건강한 자손을 얻기 위한 양분섭취라고 밝혔다. 거미 암컷은 교미가 시작될 때 수컷을 꽉 붙잡아 거미줄로 칭칭 동여맨 뒤 교미 중에 잡아먹으며 이때 교미에서 수컷이 살아남는 비율은 30%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수컷을 잡아먹은 암컷은 또 다른 수컷을 끌어들여 교미 시간을 늘리며 수컷은 교미 시간을 오래 끌어 건강한 자손을 얻으려는 암컷의 희생양인 셈이다. 교미 시간이 길어야 수정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거미나 사마귀의 이런 행태에 대해 수컷이 암컷에게 양분을 제공함으로써 건강한 새끼를 얻으려는 아비로서의 투자일 것으로 추측해 왔다. 하지만 긴호랑거미의 경우 수컷의 몸이 암컷의 10분의 1에 불과해 과연 양분 섭취에 도움이 되겠냐는 의문을 품은 독일 함부르크대학 연구진이 실험으로 확인한 결과 대부분의 암컷은 건강한 알을 낳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론이야 어떻든 실제에 있어서는 머리가 잘려진 채 암컷 등에서 떨고 있는 머리 없는 수컷 무두웅의 사마귀가 가을철이면 더러 눈에 띈다. 이때 신기한 것은 암컷 등을 타고 있는 수컷 사마귀는 비록 머리는 잘려져 암컷의 먹이가 됐지만 교미가 끝날 때까지 자신의 생식기를 암컷에게 맞댄 채 계속해서 교미행위를 하며, 암컷 역시 교미를 마칠 때까지는 수컷을 잡아먹지 않고 있다가 행위가 완전히 끝난 후에야 비로소 수컷을 잡아먹는다는 점이다.
수컷들은 제 머리와 온몸을 바쳐가며 수컷의 소임을 다하고 있으나 근래 방사능 유출 등의 재앙으로 인하여 생성 분비되는 화학물질로서 생물체에 흡수되면 내분비계 기능을 방해하는 환경호르몬으로 인해 정자의 수가 나날이 줄어들어“남자구실”을 제대로 못하게 되거나 암컷에게 바칠 머리 초차 필요 없는 암수가 한 몸으로 변하는 환경재앙이 닥쳐올까 고개가 숙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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