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와 내일의 경제
컴퓨터와 내일의 경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8.16 18: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기상/한국교원대학교
컴퓨터교육학과 교수
작금의 미국과 유럽의 금융위기는 한국의 증시가 곤두박질치게 함으로써 증권 관련 상품을 다루거나 소유한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경제학자나 금융 관계자 중에서는 미국의 재정적자나 경제 상황에 따른 위기를 경고하며 이런 날이 오리라 경고한 사람들이 없는 바는 아니지만 사람들로 하여금 위기를 실감하고 대응 방법을 미리 강구하도록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편 생각해 보면 방송이나 인터넷, 그리고 컴퓨터가 없었다면 미국이라는 나라의 재정 문제가 각 나라에 순식간에 전파되어 수많은 사람들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는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임을 알 수 있다. 과거 미국의 경제 공황이 아시아 각국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와 오늘날의 ‘서로 연결된 경제체제’와는 비교 자체가 의미가 없도록 세상이 변한 것이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하여 연결된 전 세계는 이제 전 세계가 한 나라 안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것처럼 변화 시켰고, 그 가운데는 컴퓨터가 경제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의 기술적인 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경제의 ‘보이지 않는 손’이 경제 활동의 제반 변화를 조절하여 국가나 개인이 경제활동을 하는 것에 영향을 미치듯이, 그 경제를 움직이는 도구의 하나인 컴퓨터를 이용하여 앞으로 일어날 경제의 변화, 더 나아가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게 하여 국가나 개인이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해 줄 수는 없을까.
일반적으로 컴퓨터를 이용하여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으로는 ‘과거의 경험’을 활용한다.  예를 들어보면, 아마존이라는 미국의 유명한 온라인 쇼핑 사이트에는 어떤 사용자가 주문을 하면 그 사람이 주문한 것을 기억해 두었다가, 다음 방문 때 비슷한 제품을 소개해 주는 기능을 지니고 있다. 만일 내가 ‘인터넷(Internet)'에 관한 책을 샀다고 하면 그 책의 내용이나 저자 또는 제목의 주요 단어를 기억하고 있다가 비슷한 책을 소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추천에 따라서 사용자가 특정 책을 구입하게 되면 보다 더 확신을 가지고 이 시스템은 소비자의 기호에 따른 추천을 하게 되어 있다. 이러한 방법은 소비자가 보이는 과거 소비 행태를 기억하고 분석하여 활용하는 것인데, 오늘날 같이 유사한 상품이 범람하는 시대에는 소비자 자신도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지 모르는 상황에 처할 수 있으므로 나름 좋은 도구가 된다.
결국 이런 컴퓨터의 추천 시스템 혹은 예측 시스템은 과거에 이루어진 소비 관련 데이터가 많을수록 더 정확하게 예측을 할 것이며, 과거의 충분한 데이터가 그 성패를 좌우함을 알 수 있다. 한 사람의 소비 패턴도 꼭 과거의 패턴을 따라가는 것도 아니다. 소위 ‘지름신’이라는 속어가 말하듯이 개인의 충동구매는 컴퓨터의 과거 데이터만으로 예측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개인이 보이는 과거 데이터에 따라서 소비자가 행동할 것이라는 일종의 믿음에 기초를 둔 것이다.
일시적인 감정에도 흔들리는 개인의 경제 활동 관련 판단을 종합하여 국가적 또는 세계적인 경제 흐름을 읽어 내는 것은 현재의 컴퓨터 기술로는 역부족이라고 할 수 있다. 나비 효과와 같이 어떤 나라의 미세한 변화가 다른 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를 예측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컴퓨터가 실행하는 날이 온다면 과연 그 때는 오늘 날과 같은 위기가 없어지는 것일까. 컴퓨터의 미래 예측 방법에 따르면 그 때도 여전히 위기는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의 마음은 반드시 과거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그 변화는 늘 새롭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