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디바리우스 보관법
스트라디바리우스 보관법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11.2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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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봉진/수필문우회 회장

 
‘미국의회도서관’은 미국의 국립도서관으로 세계에서 최대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소장품은 3천만 권 이상의 서적과 방대한 각종 자료들로 구성되어 총 1억 점을 상회하고 있다. 이 가운데 고서적(古書籍) 같은 소장품은 유럽의 대영도서관 등에 비해 양이 적은 편이나 그 대신 사진, 영화, 악보, 레코드, 판화, 회화 같은 여러 가지 자료들이 다방면으로 많이 수집, 소장되어 있다. 그 중에 특이한 것을 한 가지 들어보면 ‘스트라디바리우스’ 5점이 보관되어 있는 것이다. 바이올린이 3점 비올라가 1점, 첼로가 1점이다.

이탈리아의 장인인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Antonio Stradivari·1644-1737년)가 만든 현악기들은 어떤 것이나 그의 로마식 이름 ‘스트라디바리우스(Stradivarius)’라는 통칭이 붙어있다. 그러나 각 악기마다 그 악기가 만들어진 이후 거쳐온 이력에 따라 애칭이 하나씩 더 붙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회도서관에 소장된 스트라디바리우스는 거트루드 클라크 윗탈(Gertrude Clarke Whittall·1867-1965년) 여사가 1935년과 1936년 두 해에 걸쳐 기증한 것이다. 그들의 애칭은 바이올린의 경우 Betts(1704년산), Castelbarco(1699년산), Ward(1700년산)이고, 비올라는 Cassavetti(1727년산), 첼로는 Castelbarco(1697년산)로 1699년산 바이올린과 같다.

윗탈 여사는 스트라디바리우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하나씩 수집해 왔는데, 그 악기를 보고 그 소리를 듣는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방법을 모색하다가 의회도서관에 기증하고 그것을 보관하고 사용하는데 필요한 자금도 100만 달러의 기금을 만들어 함께 제공했다. 도서관내 콘서트 홀 옆에 악기 보관을 위한 별관을 붙여 짓고, 평소에는 그 건조물 내 유리상자 속에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두고 전시하도록 했다. 그러나 악기란 아무리 적정한 온도나 습도에서 잘 보관해도 장기간 사용하지 않고 그냥 두면 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 곳에 변형 변질이 생겨, 결과적으로 음질이 저하되어 못쓰게 되고 만다. 의회도서관 음악부서장 스피바크(Harold Spivacke)박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뛰어난 현악주자들을 초청해서 이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정기적으로 연주하도록 하는 콘서트를 마련했다.

1938년 부다페스트 현악4중주단이 유럽을 떠나 미국에 정착하기로 했을 때 의회도서관의 연주 요청을 받고, 미국에서의 제1회 연주를 이곳에서 가졌다. 이곳에 비치된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사용한 그들의 연주는 훌륭했으나, 그 성공은 그들의 오랜 숙련의 결과였지, 그들이 익숙하지 않은 악기로 연주하는 것을 좋아한 결과는 아니었다. 그들은 1940년부터 1962년까지 이곳에서 매년 각 시즌마다 30곡의 실내악 작품을 연주했다. 처음에는 한 회 입장료가 50센트였던 이 위대한 4중주단의 연주를 듣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열을 섰고, 음반계에서도 실내악 붐이 일어나 부다페스트 4중주단이 재정적으로 자립하게 되었다. 모두에게 행복을 나누어 주는 기막힌 ‘스트라디바리우스’ 보관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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