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가치
생명의 가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12.0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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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기대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태초에 생명이 있었다. 한 포기의 풀, 한 마리의 새, 한 사람의 인간, 모두 다 생명의 식구들이다. 불교에서는 그것을 일체중생(一切衆生)이라고 한다. 즉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라는 뜻이다. 우주는 무수한 생명의 대가족이다. 생명의 기원과 본질은 무엇인가? 어떻게 해서 생명이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되었는가? 그것을 연구하는 학문을 '생명학'이라고 한다. 현대의 생명과학은 생명의 기원과 본질이 무엇인지 아직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인간의 지혜와 능력으로는 알 수 없는 영원한 수수께끼에 속할 것이다. 하루살이와 같은 미물(微物)에서부터 만물의 영장(靈長)인 인간에 이르기까지 이 지상에는 헤아릴 수 없는 무수한 생명이 있다. 이 가운데서도 진화의 최고 단계에 인간이 있다. 그래서 인간은 생명 중의 생명이다. 즉 천지의 영기(靈氣)가 한데 합한 것이 인간이요, 우주의 온갖 정수분자의 오묘한 결정체가 사람이다.


문호(文豪) 섹스피어는 햄리트에서 '인간은 얼마나 위대한 걸작인가. 이성은 얼마나 고귀하고 능력은 얼마나 무한한가. 그 형상과 동작은 얼마나 명확하고 훌륭한가. 행동은 천사와 같고 이해력은 신(神)과 같다. 세계의 미(美)요, 만물의 영장이다'라고 인간을 예찬했다. 철학자들은 인간을 '소우주(micro cosmos)'라고 일컬었다.

인간의 생리구조를 살펴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조그만 정자세포와 난자세포가 결합하여 인간의 생명을 구성한다. 그 조그마한 세포가 어머니의 태내에서 성장하여 하나의 어린이가 된다. 인간은 사랑의 산물이요, 희망의 산물이요, 정성의 산물이다. 부모님의 깊은 사랑속에서 우리의 생명이 이 세상에 태어났다. 이 어린애가 이 다음에 훌륭한 사람이 되어 우리 가정의 대(代)를 잇고 나라의 큰 기둥이 되어 뭇 사람의 존경을 받기를 바란다. 건강하게 자라고 지혜롭게 성장하여 뛰어난 사람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 부모는 이 세상에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천하의 흉악한 강도나 살인범도 자기의 아들·딸은 착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우리는 부모님의 한없는 정성과 희생 속에서 성장했다. 자식을 키우기 위하여 부모님은 온갖 피땀과 정성을 쏟는다. 아들·딸을 교육시키기 위하여 안 먹고 안 쓰면서 온갖 희생을 다한다. 자식이 중병에 걸렸을 때 부모는 머리맡에 앉아 밤을 새우며 간호를 하고 기도를 드린다. 자식의 아픔이 심하면 부모가 대신 앓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남자와 여자는 악(惡)하고 약(弱)하기도 하지만 한 인간의 아버지가 되고 어머니가 될 때에는 착해지고 강(强)해진다. 우리는 자기 힘으로 저절로 성장한 것이 아니다. 부모의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사랑과 정성과 희생 속에서 성장한 것이다. 부모님의 은덕이 태산보다도 높고 바다보다도 깊다는 말은 결코 지나친 과장이 아니다.

이 세상에 무엇이 소중하다고 하여도 사람의 생명처럼 소중한 것이 없다. 하나밖에 없는 유일무이(唯一無二)한 존재가 나의 생명이요, 너의 생명이요, 우리의 생명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생명에 대하여 그릇된 관념과 태도를 갖고 자기의 생명과 남의 생명을 천시(賤視)하고 학대(虐待)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부정적 생명관, 허무적 생명관, 저주적 생명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인간의 생명은 의미도 가치도 없는 허무한 것이다. 인생은 허망한 꿈이요, 무의미한 장난이요, 헛된 환상이다. 인생은 부조리한 존재다. 인생은 성실하게 살고, 진지하게 살 것이 못된다. 그냥 즐기고 먹고 마시고 놀다 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희랍의 비극 시인 소포클레스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인간에 있어서 최선은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는 것이다. 차선은 하루바삐 죽는 것이다'이러한 생각에 빠진 사람은 인생을 되는대로 살아가고 스스로를 타락과 저주와 불행의 어두운 구덩이 속에 몰아넣는 불행하고 불쌍한 사람이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산다는 것은 결코 꿈도 아니요, 환상도 아니다. 생명은 존엄(尊嚴)한 것이다. 이 세상에 우리의 생명과 바꿀 것은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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