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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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12.16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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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인간은 언제부터 거울을 갖게 되었을까? 거울은 인간의 놀라운 발명이다. 내가 내 모습을 비추어 보기 위해서 인간은 거울을 만들었다. 옛날 사람들은 맑음 샘물 속에 자기의 모습을 비추어 보았다. 맑고 고요한 샘물은 우리의 영상을 그대로 반영한다. 내 얼굴의 아름다움에 스스로 자기도취의 황홀한 기쁨을 느끼는 때도 있고 내 얼굴의 추악함에 스스로 자기 혐오의 끝없는 실망을 느끼는 때도 있다. 인간에게는 분명히 거울이 필요하다. 우리의 눈은 백리 밖을 볼 수 있지만 지척에 있는 자기의 얼굴은 볼 수 없다. 남은 보되 자기는 못 보는 것이 우리의 눈이다.


모든 여성들은 화장대를 갖는다. 화장대위에는 으레 거울과 화장품이 놓여 있다. 거울은 여성에게는 잠시도 없을 수 없는 엑세서리이다. 여성의 핸드백 속에는 반드시 거울이 들어 있다. 우리는 거울을 보고 자기의 모습을 시정한다. 거울의 생명은 시정하는 데 있다. 여성들은 거울 앞에서 화장을 한다. 화장의 목적은 내 얼굴을 아름답게 하자는 것이다. 아름다움은 우리에게 기쁨을 주고 황홀함을 주고, 구원(救援)을 주고, 도취(陶醉)를 준다. 아름답다는 것은 기쁨이다. 그런데 얼굴의 화장술은 놀라울 정도로 발달했지만, 마음의 화장술은 발달한 것 같지 않다. 우리는 화장을 하는 거울 외에 또 하나의 거울을 가져야 한다. 즉 내 마음의 거울이다. 내 성격을 비쳐보고 내 인품을 비쳐보고 내 정신을 비쳐보고 내 생활을 비쳐보는 마음의 거울 말이다. 얼굴을 비쳐보는 거울을 물경(物鏡)이라고 한다면 마음을 비쳐보는 거울을 심경(心鏡)이라고 할 수 있다. 명경지수(明鏡止水)란 말이 있다. 명경(明鏡)은 한 점의 티도 흐림도 없는 맑은 거울이요, 지수(止水)는 움직이지 않는 고요한 물이다. 우리는 저마다 마음속에 명경지수를 가져야 한다. 불교에서는 업경(業鏡)을 말한다. 업(業)은 우리의 몸과, 말과, 마음으로 짓는 일체의 행동을 의미한다. 우리는 날마다 업을 지으면서 살아간다. 좋은 일을 선업(善業)이라 하고 나쁜 일을 악업(惡業)이라고 한다. 착한 일을 하면 착한 결과가 따라오고, 악한 일을 하면 악한 결과가 수반된다. 이것을 선업선보(善業善報), 악업악보(惡業惡報)라고 한다. 불교에 의하면 저승길 입구에 업경(業鏡)이 있다고 한다. 그 거울 앞에 서면, 내가 과거에 지은 모든 행동과 일체의 업이 그대로 비친다고 한다.

독일의 철학자 니이체는 '현대인은 두 가지의 병에 걸렸다. 첫째는 나 자신을 잃어버린 병이요, 둘째는 나 자신을 잃어버리고도 깨닫지 못하는 병이다'라고 하였다. 어느 날 숲 속에서 석가(釋迦)는 갈보를 찾아서 헤매는 젊은이들을 만났다. "어떤 여자가 이리로 온 것을 못 보았느냐?"고 술에 취한 젊은이들은 창부(娼婦)의 행방을 물었다. 그때 석가는 그 젊은이들에게 대답했다. "젊은이들이여, 그 여인을 찾지 말고 너 자신부터 찿아라" 우리는 창부를 찾아서 헤매는 그 젊은이들이 아닌가? 나는 과연 나 자신을 찾았는가? 우리는 생존하고 있는 것인가? 생활하고 있는 것인가? 생존자는 많아도 생활자는 드물다. 공자님께서는 인생오경(人生五鏡)을 설파하셨다. "제1경은 자신의 겉모습을 비쳐보는 거울이요, 제2경은 걸어온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거울이요, 제3경은 전생(前生)을 생각하고 비춰보기도 하는 거울이요, 제4경은 다른 사람의 행동거지와 삶의 자세를 비춰보고 배우는 거울이요, 제5경은 자기 내면 깊숙이 들여다보고 양심의 소리와 영혼의 소리를 들여다보는 거울이다"라고 하였다. 또한 정관정요(貞觀政要)에서는 "구리로 거울을 만들면 옷과 갓을 바로 잡을 수 있고, 옛일을 거울로 삼으면 흥망성쇠를 알 수 있다"고 하였으며 묵자(墨子)께서는 "물을 거울로 삼으면 자신의 얼굴을 비춰 볼 수 있고, 남을 거울로 삼으면 자신의 길(吉)함과 흉(凶)함을 알 수 있다"고 하였다.

우리모두 마음속에 맑고 깨끗한 거울 하나씩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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