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고구마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8.21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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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숙/
매일 출퇴근을 하며 만나는 사람들은 길가에서 고구마를 팔고 있는 사람들이다. 초봄에 긴 밭에 이랑을 만들고 고구마 순을 심어 7월 말이나 8월 초순이면 고구마를 캐낸다. 조금이라도 남보다 더 일찍 수확해서 높은 가격으로 팔기 위해 몇 배의 땀을 더 흘렸을 것이다. 양쪽 길에 고구마를 담은 종이상자들이 줄지어 있고 가끔은 고구마를 삶아서 먹어보고 살 수 있도록 삶은 고구마도 진열되어 있는 것이 보인다.
옛날 어릴 적 먹던 고구마는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많이 안겨 주었다. 3월이 되면 좁은 방에 씨로 남겨두었던 고구마를 물을 넣은 대야에 담아 고구마 순을 기르기 위해 헝겊으로 덮어 두기도 하였고, 텃밭에 작은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고구마를 심고 왕겨를 덮어 보온을 유지하며 고구마 순을 키워냈다. 그 순을 일일이 잘라서 밭에 심고 가꾸었다. 여름에 고구마 뿌리가 생겼는지 궁금하여 밭에 가면 살며시 뿌리를 들추어 보고 미소를 지으며 하나를 꺼내 풀밭에 쓱쓱 문질러 생고구마를 한 입 먹기도 하였다. 그 때부터 조금씩 파서 삶아 먹다가 가을이 되면 고구마를 모두 캐어 저장을 하였다. 겨우내 우리들이 간식으로 삶아서도 먹고 살짝 언 고구마를 생으로 깎아 먹기도 하였다. 또, 생고구마나 삶은 고구마를 얇게 썰어서 햇볕에 잘 말려서 봄에 고구마 죽을 끓여 배고픔을 달래주는 주식으로 먹기도 하였다. 고구마는 정말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뿌리는 뿌리대로, 줄기와 잎은 맛있는 반찬으로 밥상에서 늘 함께 하였다. 
요즘 어린이들은 맛있는 간식이 너무 많고 입맛이 달라 고구마를 즐겨 먹지는 않는 것 같다. 그래도 어른들은 어릴 적 향수때문인지 고구마 길에서 고구마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열심히 농사를 지은 농부들이 힘들지 않도록 고구마가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 아침 일찍부터 저녁 때가지 틈틈이 파온 고구마를 손질하여 종이상자에 넣고 포장하는 손길마다 즐거운 웃음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고구마를 사는 어른들 뿐만 아니라 고구마를 먹는 어린이들에게도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어 다시 또 고구마를 찾을 수 있도록 맛과 건강을 지키는 고구마 길이 사람들로 왁자지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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