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역행의 산물 '모아이 석상'
자연역행의 산물 '모아이 석상'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12.2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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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주/환경부 환경교육홍보단 경남환경연구원장

 
1722년 네덜란드 해군이 태평양의 외딴 섬 이스트 섬을 처음 발견하고 ‘젖과 꿀이 흐르는 남국의 낙원’을 꿈꾸며 섬에 상륙한 그들은 경악했다. 식량이 모자란 탓인지 사람을 잡아먹는 풍습이 있는 소수의 원주민과 섬 곳곳에 흩어진 수백 개의 기이한 석상(모아이)이 존재했다. 나무 한 그루 찾아볼 수 없는 황량한 섬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석상들, 지옥으로 떨어지기 직전의 ‘세상의 끝’이 있다면 바로 그곳이었다. 거대한 석상만이 남아 있는 이 섬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수백 년간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극했던 수수께끼의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 가운데 하나인 플로리다 주와 비슷한 남반구 위도에 있는 이스트 섬은 사람이 살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몇 종의 새들이 노니는 ‘열대의 낙원’이었다. 5세기 경 1600km 이상 떨어진 섬에서 사람들 수십 명이 이주했다.

처음 수백 년간은 그들에게 이스트 섬은 ‘에덴동산’과 같았다. 이주민이 가져온 고구마는 덥고 습한 환경에서 거의 손을 쓰지 않아도 될 만큼 잘 자랐다. 노동으로부터 자유로운 그들은 독특한 ‘석상예술’ 활동에 전념할 수 있었다. 그 산물이 지금까지 섬 곳곳에 흩어져 있는 수백 개의 석상 모아이였다. 이스트 섬의 이 석상문명은 거의 1000년 이상 지속되었다. 그러나 이 섬은 16세기에서 17세기에 걸쳐서 갑자기 퇴락해, 나중에는 조상의 문명은 기억조차 못하는 식인종이 겨우 목숨을 부지하는 ‘식인종 섬’으로 전락했다.

그렇다면, 이런 급속한 몰락의 원인은 무엇인가? 많은 과학자는 그 원인을 ‘흙의 파괴’에서 찾는다. 인구가 늘어나면서 섬사람들은 숲을 파괴하기 시작했는데 나무를 석상을 옮기는 데 이용했다. 일단 숲이 사라지자 화산암이 오랜 세월 동안 풍화 작용을 거쳐 마련된 기름지지만 엷은 겉흙은 급속히 사라졌다. 겉흙이 사라진 밭에서 고구마가 자라지 않자, 섬사람은 더 많은 숲을 밭으로 만들었다. 물론 그 밭도 얼마 안 돼 겉흙이 사라진 불모지로 변했다. 나무, 숲, 흙, 밭이 차례로 파괴되는 악순환이 몇 차례 반복되자, 섬사람은 부족한 식량을 충당하고자 섬의 새들을 잡아먹었다. 섬의 겉흙을 다시 기름지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구아노 새(새 배설물)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결국 이스트 섬의 1000년 이상 지속되던 문명은 한 세기만에 몰락했다. 이런 이스트 섬의 비밀을 알 리가 없었던 미국 전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이렇게 말했었다. ‘흙을 파괴하는 나라는 스스로 멸망한다’ 이스트 섬은 루스벨트의 경고대로, 흙을 파괴하자 스스로 멸망한 것이다. 거대한 인면석상들이 현재까지 남아있어 그 지역에서 한때 찬란한 거석문화가 존재했던 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그들은 모아이 석상조성을 위해 무자비한 삼림파괴를 자행했다. 한정된 자원인 나무를 공짜라고 생각하여 무분별하게 훼손했는데 나무가 사라지면서 땅이 황폐화 되고 결국 문명자체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러한 이스트 섬이 주는 교훈을 깨닫지 못한다면 우리도 언제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건물만을 문명의 흔적으로 남기고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우주에 존재하는 작은 섬’에 불과한 지구의 미래에 경종을 울리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지난 100년간 농기계에 의존해온 현대 농업의 결과 아메리카, 아시아, 유럽 등 전 세계의 곡창 지대에서 겉흙 파괴와 더불어 사막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작은 녹색의 별, 지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석유, 석탄의 화석에너지를 쏟아 부으며 숲과 농지를 갈아엎고 사막화와 동시에 콘크리트 도시화로 치닫고 있다. 지질학자 토머스 체임벌린(1843~1928년)도 이렇게 말했다. 마치 100년 후의 세계를 예상하기라도 한 것처럼! ‘흙이 사라지면 우리 또한 사라진다. 바위를 그대로 먹고 사는 방법을 찾아낸다면 모를까’


맑은 물, 깨끗한 공기, 아름다운 자연을 더 이상 공짜로 생각하지 말고 그 가치를 보전하기 위한 노력과 실천을 경주해야 한다. 자연의 신호에 더 세심하게 귀를 기울이고 우리 후손들의 미래세대를 위해 자연에 순응하는 행동을 실천해야 한다.


자연은 인류에게 분명한 경고의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우리는 지속가능한 발전 또는 환경의 자정능력 안에서 이룰 수 있는 획기적인 해결책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제라도 자연과 공존하려는 진정성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에너지 소비는 가급적 줄이고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청정에너지를 개발∙보급에 서둘러야 한다. 무분별한 산림훼손을 막고 숲을 푸르게 가꾸어야 한다. 더불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더 강력하고 효과적인 국가와 도시간의 기후변화협약과 아젠다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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