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너츠' 작가 찰스 슐츠
'피너츠' 작가 찰스 슐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1.0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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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봉진/수필문우회 회장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개를 하나 꼽는다면 단연 스누피(Snoopy)가 될 것 같다. 찰스 슐츠(Charles M Schulz 1922~2000년)가 연재한 신문 만화 ‘피너츠’에 나오는 비글(beagle) 종의 개 이름이다. 슐츠가 1950년 10월2일부터 2000년 2월 13일까지 연재한 만화 ‘피너츠’는 최성기에는 75개국, 2600개의 신문 및 잡지에, 21개의 언어로, 3억5500만 독자에게 읽혔다. 또 단행본 발매부수도 3억 부를 상회했다.


슐츠가 반세기가 넘도록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신문에 연재한 4컷 만화와 일요판 컬러 버전에 나오는 찰리 브라운, 스누피, 라이너스, 루시, 슈로더 등에 관한 길고 긴 이야기는 거의 1만8250회를 상회한다. 이러한 길이의 이야기는 아마도 한 인간이 단독으로 쓴 이야기 중에서는, ‘일리아드’나 ‘오디세이’ 같은 서사시보다도, 톨스토이의 어떤 긴 소설보다도, 바그너의 어떤 장대한 오페라보다도 훨씬 더 긴 이야기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슐츠는 독일에서 이민 온 집안의 3세대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태어나 센트폴에서 자랐다. 이발사인 아버지 칼은 가난했지만 35센트의 요금으로 고객의 머리를 깎아주며 바리깡 하나로 1930년대 대공황을 무사히 넘기고, 외동아들 찰스를 고등학교까지 공부시켰다.

1950년 드디어 에이전트 ‘유나이티드 피쳐 신디케이트’를 통해 ‘피너츠’가 7개 신문에 연재되기 시작하였을 때 그의 수입은 1주일에 고작 90달러였다. 1953년 ‘피너츠’가 인기를 끌기 시작해서 게재지가 늘어나고, 그동안 연재했던 것을 연도별로 모아 단행본으로 출판하기 시작하자 로얄티 수입이 1년에 3만 달러로 불어났다.

1965년에 ‘피너츠’가 주간지 ‘타임’ 표지에 실렸다. 1967년에는 ‘라이프’지 표지를 장식했고, 뮤지컬 ‘당신은 좋은 사람, 찰리 브라운’이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상연되었다. 이 뮤지컬은 크게 히트를 해서 그 후 길게 공연하게 되었고, 1999년 브로드웨이에서 재 상연되어 토니상을 두 부분이나 수상했다.

1969년에는 찰리 브라운과 스누피의 이름이 아폴로 10호의 사령선과 달착륙선의 이름으로 채용되었다. 미국의 위신이 걸린 이 프로젝트에 이름을 올리게 되자 ‘피너츠’의 명성은 전 세계로 널리 알려졌다.

1970년대는 스누피를 비롯한 캐릭터 상품이 전 세계에 넘쳐나게 되고, 1983년에는 남 캘리포니아 너츠베리팜과 테마파크 계약이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슐츠의 수입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고소득자로 ‘포브스(Forbes)’에 그의 이름이 올랐고, 종합소득이 한 해에 약 3000만달러에서 4000만달러에 달한다고 스스로도 밝혔다.

1969년 캘리포니아 산타 로사로 이사해 살면서 평생을 검소한 생활을 하면서 언제나 연재만화 그리기에 온 정성을 다했다. 그는 대장암으로 사망하기까지 어시스턴트를 두지 않고 모든 작업을 스스로 했다.

미국에는 독일계 이민자가 제일 수가 많고, 건국 이래로 훌륭한 업적을 남긴 사람도 많지만, 슐츠처럼 아메리칸 드림을 훌륭하게 성취한 사람은 그리 흔하지 않다. 21세기 IT업계의 독일계인 애플의 스티브 잡스, 구글의 에릭 슈미트 등에 견줄만하다.



고봉진/수필문우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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