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해돋이
진짜 해돋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1.0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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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2014년 새해가 밝아왔다. 언론에서는 신년맞이 해돋이를 볼 수 있는 곳을 안내하고 있다. 신년이 되면 신년맞이 해돋이를 보겠다고 몰려든 사람들 때문에 각 해돋이를 볼 수 있는 명소에는 호텔과 숙소들이 만월사례를 이루고 있으며 해돋이 보러 가는 열차도 별도로 운행하고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제 뜬 해와 오늘 뜬 해가 다를 것이 없는데 우리 인간들이 새해라고 이름을 지어서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인간들의 별난 현상을 해가 알면 “너희 인간들 진짜 웃기는 사람들”이라고 웃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분명히 똑같은 해인데도 다른 것처럼 떠들어대니 우스운 일이 아닌가 말이다. 이것은 분별을 좋아하는 서양 사람들의 호들갑문화에서 들어온 것이 아닌가 한다.


불교 정토교(淨土敎)에서 근본 경전(經典)으로 삼고 있는 '관무량수경(觀無量壽經)'의 '16관법(觀法)'에 해뜨는 것을 보는 관법, 즉 일상관(日想觀)이라는 것이 있다. 자기 마음속에 떠오르는 해를 보라는 것이다. 그것은 바람이 부나, 비가 오나, 구름이 끼나 아무 상관이 없는 해이다. 하늘에 떠 있는 해나 달은 구름이 끼고 바람이 불고 비가 오면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것이 우리 마음속에 갖추어져 있는데, 굳이 밖을 향해서 찾지 말라는 것이다. 순간순간 나에게 주어진 시간과 세월을 지금 어떻게 보내고 있는가? 이것이 소중한 것이다.

시간에 시작과 끝이 있는 것이 아니다. 시간은 끊어짐도 없고 끝도 없는 그러한 존재이다. 그 시간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금을 긋고 토막을 내고 있을 뿐이다. 시간 자체는 마치 허공처럼 우리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다. 그렇지만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존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부처님께서는 '아함경(阿含經)'에서 말씀하시었다. "과거를 따라가지 말고 미래를 기대하지 말라. 한 번 지나간 것은 이미 버려진 것,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다만 현재의 일을 자세히 살펴, 잘 알고 익히라. 누가 내일의 죽음을 알 수 있으랴" 지나가 버린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해서 미리 불안해하거나 가불해 쓰지 말라는 것이다. 다만 현재의 일을 자세히 살피고, 잘 알고 익히라는 가르침이다.

전남 영광 불법사에서 출가(出家)해 호남 일대에서 이름을 날리던 학명선사(鶴鳴禪師)의 어록을 소리꾼 장사익이 불러서 히트한 노래가 있다. 묵은 해니 새해니 분별하지 말게, 겨울 가고 봄이 오니 해 바뀐 듯하지만, 보게나, 저 하늘이 달라졌는가. 우리가 어리석어 꿈속에 사네…

한 달에 20만원의 보수를 받으면서 전자제품 조립 일을 하고 살아가는 장애인이 한 달에 3만원씩 매달 아프리카 어린이 돕기 성금을 내고 살아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나를 되돌아보는 귀한 시간이 되었다.

"꽃향기는 바람을 거스르지 못한다. 그러나 덕이 있는 사람의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사방에 풍긴다"고 하는 법구경(法句經)에 나오는 말이 장애인의 향기처럼 느껴지는 시간이다. 해진 서산에 달이 떠오르고 있다. 달 뜬 동산에 해가 스며들고 있다. 과거는 지나가서 없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아서 없다. 현재는 폭(幅) 없는 선(線)이다. 이 적나나(赤裸裸)한 실상은 무엇인가? 어미는 밭에서 아이를 생각한다. 아이는 집에서 어미를 생각한다. 나는 누구이고 너는 누구인가? 파충류는 해마다 껍질을 벗는다. 나무는 해마다 잎 갈이를 한다.

이처럼 만물은 끊임없이 자기 변신으로 나와 세계를 새롭게 가꾸며 산다. 사람도 예외가 아니어서 이렇듯 살고자 끊임없이 씻고 닦고 단장을 하며 산다. 학의 다리는 길어 어정어정 걷는다. 오리 다리는 짧아서 아장아장 걷는다. 밤이 제일 긴 날은 동지(冬至). 낮이 제일 긴 날은 하지(夏至). 오늘의 해는 서산을 넘어 갈 것이고 내일의 해는 동산을 넘어 올 것이다. 삶이란 길면 백년 짧으면 순간. 갑오년 새해를 어정어정· 아장아장 그리고 짧게 그리고 길게 또한 힘차게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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