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과 '환희의 노래'
베토벤과 '환희의 노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1.09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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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봉진 수필문우회 회장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며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을 두 번이나 들었다. 세밑에는 12월 28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에 가서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SPO)의 연주를 들었다.


베토벤을 좋아하지만 연주회장까지 찾아가서 '제9번'을 듣기는 참 오래간만의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연말이면 한번쯤 의례적으로 들으러 가는 이벤트성 음악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평년에는 별로 열을 올리지 않았다. 그러나 여름부터 집 안팎으로 많은 어려운 일들이 몰려왔다. 그렇다고 연부역강(年富力强)할 때처럼 적극적으로 대처할 마음의 여유도 없어 무척 소극적으로 움츠러들기만 했다. 그러나 연말이 가까워오자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사태가 조금씩 호전되어가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환희의 노래'를 듣고 스스로를 좀 추슬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게 기대하는 마음 없이 연주회를 갔다. 그런데 그 소리가 얼마나 좋은지 가슴이 벅차올라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제품이 세계에서 가장 첨단을 가고 있고, 우리의 가전제품도 미국이나 EU에 최우수제품으로 인정받아 고가로 수출되고 있는 것은 신기할 것도 놀랄 것도 아닌 일이 된 지 오래이지만, 이러한 산업계의 비약적인 발전과 더불어 우리 문화계도 착실하게 전진하고 있다고 본다.

새해 첫날에는 KBS FM방송에서 정만섭이 진행하는 '명연주 명음반' 시간에 1962년도 카라얀이 지휘한 '베를린 필하모니'의 '제9번'을 들었다. 녹음한 지 50년이 넘은 CD를 재생하는 데도 FM소리에는 박력이 있었다. 67분간의 연주를 들으면서 한번 더 정명훈의 SPO 소리도 이에 버금간다는 뿌듯한 자긍심을 느꼈다. 바리톤 박종민의 노래가 발터 베리의 것보다는 오히려 더 압도적이다. 교향곡 '제9번, 제4악장'의 '환희의 노래'는 연말연시에 듣고 부르기에 가장 적합한 노래다.

실러의 '환희의 노래(An die Freunde)'라는 시의 일부를 발췌하여 곡을 붙이고 베토벤이 "오 친구여 이런 곡조가 아니고 / 좀 더 기분 좋은 악곡을 연주하자 / 좀 더 환희에 넘치는 곡조를 노래하지 않겠는가"라는 서사를 붙였다.

그리고는 “환희여, --- / 너의 매력은 이 세상의 관습이 엄하게 갈라놓은 것을 / 다시금 묶어 놓아 / 너의 고요한 날개가 머무는 곳에 / 모든 사람들은 형제가 된다”

“한 친구의 벗이 된다는 / 큰 행운을 차지한 사람이나, / 우아한 여인을 획득한 사람은 / 함께 환성을 올려라. / 그렇다. -- 겨우 하나라 할지라도 이 지상에서 사람의 마음을 / 자기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함께 환호하라” 라고 소리 높여 노래한다. 《합창》을 처음 들은 것은 지금부터 60년도 더 된다. 중학교 2학년 때 베토벤이라는 닉네임을 가졌던 김종환 선생님으로부터 레코드도 듣고 우리말로 번안한 '환희의 송가'라는 노래도 배웠다.

“영화로신 조물주의 오묘하신 솜씨를/우리들의 무딘 말로 기릴 줄이 있으랴/봄비 맞아 움터나는 나뭇잎을 보아도/햇볕 안고 피어나는 봉오리를 보아도//영화로신 조물주의 오묘하신 솜씨를/미물들도 입을 열어 정성으로 기리네/하늘 나는 저 새들도 풀잎 사이 벌레도/노랫소리 즐거워라 아침이나 저녁에”

세상이 온통 기쁨과 축복으로 가득한 듯한 노래다. 온 나라가 안팎으로 어려운 이때 우리 국민이 너도나도 다 함께 듣고 불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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