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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甲질' 더하고 싶다고 솔직히 말하자김영우/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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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1.10  16:5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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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춘추시대의 대 유학자인 증자(曾子·기원전 506~436)는 효와 신(信)을 덕행의 근본으로 삼았다. 증자의 부인이 시장에 따라가겠다고 떼를 쓰는 아이에게 집에서 잘 놀면 돼지를 잡아준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는 잊고 있었는데 증자가 정말로 돼지를 잡았다. 부인이 증자에게 왜 아까운 돼지를 잡았느냐고 묻자, 증자는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아이가 뭘 배우겠느냐며 돼지를 잡았다고 했다.

이는 약속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고사이다. 그만큼 약속은 중요하고 반드시 지켜야 한다. 때로는 목숨을 걸어서라도 지켜야 하는게 약속이다. 더욱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국민과한 공약은 더욱 그렇다. 오죽하면 공약(公約)이라고 하겠는가.

기초의회와 기초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는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이고 야당의 문재인 후보와 대선주자였던 안철수 의원의 대선 공약이었다. 세 사람은 국민들에게 정당공천 폐지를 약속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우리 정당은 보다 투명하고 민주적인 운영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며 "기초자치단체장과 의원의 정당공천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고, 전국기초광역의원 결의대회에선 "기초의원·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 폐지를 통해 기초의회와 기초단체가 중앙정치의 간섭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지방정치를 펼치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이 국민들을 상대로 몇차례나 약속을 했기 때문에 국민들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가 당연히 이뤄질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6·4 지방선거가 5개월도 남지 않은 현재의 상황은 어떤가. 박 대통령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해 별다른 말이 없고,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엉뚱하게도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 정당공천제를 유지하는 대신 광역시의 구의회를 폐지하고 광역단체장 임기를 2연임으로 축소하는 내용의 지방자치 쇄신 방안을 내놓았다.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방안을 확정했지만 새누리당이 반대하면서 정당공천제 폐지는 사실상 물건너 간 셈이 되고 있다. 새누리당이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반대하는 것은 정당공천을 폐지하면 돈이 많고 조직을 갖춘 지역 토호세력이나 현역 단체장들에게 유리해 여성 등 소수자들의 정계진출이 힘들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후보가 난립하면서 지역 편가르기가 심화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야말로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얘기와 다를 바 하나도 없다.

정당공천제 폐지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논리도 제기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위헌성이나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고 단지 표만 의식해 정당공천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단 말이 되는 셈이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위헌이 아니라고 한다. 자신들이 지역 토호를 공천하면 문제가 안되고 유권자들이 지역의 대표를 자발적으로 선출하는 건 문제가 된다는 논리이다.

정당공천제로 인한 폐해는 이미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곪아 있다. 국회의원이 공천권을 거머쥐고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시녀처럼 다루고 있다는 것은 이제 국민들도 다 안다. 공천을 받기 위해 국회의원에게 금품을 갖다 바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정당에 소속돼 있다보니 지역 문제를 논의해야 하는 시군의회 의원들은 정당을 대신해 정쟁을 벌이고 있다. 단체장과 의원이 소속 정당이 다를 경우에는 우선 맞서고 본다. 그렇게 사사건건 다투다 보니 지역 현안들이 줄줄이 좌초되는 사례마저 발생한다.

정당공천제 폐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공약이기도 하거니와 국민들도 각종 여론조사 결과 다수가 폐지에 공감하고 있는 사안이다. 사정이 이럼에도 새누리당은 계속해 의원 특권을 지키고 당 이익을 위한 당리당략적 목적에서 국민 여론을 무시하며 변명일색이다. 솔직히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은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을 대상으로 '甲질'을 더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 낫다.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새 정치가 이뤄지려면 새누리당이 솔선수범해 의원특권을 포기해야 한다. 그 첫 걸음이 바로 박 대통령의 공약 사항인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이다. 정당공천제 폐지는 박 대통령의 공약인만큼 대통령도 실천의지를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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