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舊正)이 아니라 설
구정(舊正)이 아니라 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1.16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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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곤/밀양동명고 교사/경남국학원 이사

반만년의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는 한민족의 역사를 훑어보면 그렇게 수많은 외침을 당하면서도 얼과 혼을 잃어버리지 않고 세계 속의 당당한 주역으로 21세기를 발돋움하고 있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역사에는 지나족(한족)에 대한 사대주의와 일제의 식민사관 그리고 해방 후 제정신을 차릴 겨를도 없는 사이 물밀 듯이 들어온 서구의 물질 만능주의에 물들어 우리 고유의 천지인(天地人)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널리 모든 인간을 사랑하라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의 큰 사상은 이 민족의 치밀한 문화 침탈에 의해 우리 고유의 얼과 혼이 담겨 있는 문화와 정신이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지 모르고 살아가고 있다.
이제 얼마 있지 않으면 2대 명절중의 하나인 설이다. 이날은 민족이 대이동을 할 만큼 우리의 정서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명절이다. 하지만 이러한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아직까지 구정(舊正)이라 하고 있으니 기차 찰 노릇이다.
설 명절은 우리 민족의 정서가 듬뿍 담겨져 내려오는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추석, 한식. 단오. 와 더불어 4대 명절중의 하나로 치고 있다

하지만 1984년 갑오개혁 이후 양력을 공식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면서 1896년1월1일부터 설을 신정(新正)이란 이름으로 쇠도록 홍보하기 시작했지만, 수천 년을 음력 설날 조상을 모셔온 백성들은 양력설을 가슴으로 받아들여질 수가 없었다. 그러다 1910년 8월 29일 일본에 의해 강제로 식민통치하에 들어가면서 민족정신 말살의 최우선으로 양력설을 기정사실화 하여 음력설을 쇠지 못하게 1주일 전부터 방안간 문을 못 열게 하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양력설을 쇠게 하였다. 이때 나온 구호 중에 "양력설을 쇠면 친일매국, 음력설을 쇠면 반일애국"으로 외칠 만큼 설 명절에 대한 백성들의 의식은 가슴 깊이 뿌리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1945년 광복 후 정부는 노는 날을 줄이고 낭비를 억제해야 한다는 경제부흥의 논리로 달력에서 설날이란 글자를 아예 없애 버렸다. 그 후 1985년 5공 정부에 의해 "민속의 날"로 반쯤은 되살아났고, 1989년 설날로 완전 복원이 되었지만 일부 정신없는 사람들은 아직까지"설"이라 하지 않고 舊正이라 부르고 있는 실정이다.

설은 새해의 첫날이라 낯이 설어 설날, 새해가 시작되는 날이니까 해가 선(立)다고 해서 설날이라 한다는 등 주장이 많다. 설날에는 여러 가지 전통 풍습이 있는데 섣달 그믐날 밤에는 온 집안을 밝혀놓고, 잠을 자면 눈썹이 센다고 겁을 주어 가족끼리 오랜만에 만나 정담을 나누면서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새해 아침에는 설빔으로 갈아입고 웃어른에게 세배(歲拜)를 하고, 부부간에 맞절하고, 조상님께 정성껏 준비한 제물과 떡국으로 차례를 지내고 동네 어른을 찾아 새해 인사를 드리면서 만수무강하시기를 기원했다.
● 복 지으세요―福作
새해 인사 중에는 "새해 복만이 지으세요!"라는 덕담이 있는데 그 속에는 복은 항상 먼저 주어야 한다는 우리의 사랑과 봉사 희생정신이 담겨 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홍익(弘益)의 심성(心性)인가. 그야말로 더불어 사는 민족고유의 문화라 할 것이다.

우리의 경천(敬天) 숭조(崇祖) 애인(愛人) 정신이 되살아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될 때 한 민족의 정체성이 확고해져 이웃나라들의 역사 왜곡과 문화 침탈은 없어질 것이다 우리 모두 반만년의 찬란한 역사를 자랑하는 한민족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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