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를 표현하는 방식
감사를 표현하는 방식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1.19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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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인숙/진주보건대학교 관광과 교수

2013년을 보름 남기고 우리 대학 한가람 해외봉사팀은 라오스로 봉사활동을 떠났다. 열흘의 봉사활동을 위해 육개월가량 준비하고 계획과 수정을 반복하면서 설렘반 걱정 반의 마음이었다. 인도네시아에서의 해외봉사활동 경험도 있고, 봉사활동을 잘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교직원과 학생 50명의 인원이 무탈하게 잘 다녀오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목표였다.


라오스 현지에 도착하여 의료팀은 지역 보건소, 교육과 노력 팀은 학교에 배정되어 활동을 시작하였다. 우리가 봉사 활동한 학교는 초중고생 700여 명이 세 개의 분리된 건물에 나뉘어 공부하는 곳이었다. 처음 학교를 방문했을 때의 그 황당함이란. 분리만 되어있을 뿐 마치 임시건물처럼 칠판만 걸어있고 벽도 두 면밖에 없는 교실과 운동장에 뛰어다니는 개와 소 그리고 닭들. 700여 명이 같이 사용하는 대여섯 개 남짓한 소박한 화장실. 무엇보다 우리가 움직일 때마다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아이들이 부담스러웠다.

봉사활동 간다고 세웠던 교육봉사의 여러 프로그램들은 역시나 현지 상황에 맞춰 그 때 그 때 변경되었지만, 시간이 하루하루 갈수록 학생들과의 친밀감이 높아지면서 마치 우리 역시 현지인처럼 여겨질 즈음에 봉사활동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여름 같은 날씨에 맞는 인생 처음의 크리스마스 날에 우리 댄스 팀은 현지 학생들과 그동안 호흡을 맞춘 K-pop 댄스를 선보였고, 현지 학생들도 전통춤을 비롯한 다양한 장기를 보여주었다. 행사 마지막에는 사람들이 큰 화환을 들고 와서 라오스 전통의식 “바씨”를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이 전통의식에서는 손목에 실로 매듭을 묶어 수호령과 연결하며, 라오스에서는 이 의식을 ‘스콴’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영혼을 부른다’는 뜻이라고 한다.

의미는 명확히 알 수 없지만 주문을 외우며 화환에 매달려있던 많은 실들을 끊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손목에 매주고 또 주문을 외웠다. 알고 보니 그 주문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기원하는 내용이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쌀밥 한 주먹과 삶은 닭을 우리 손에 조금씩 쥐어주면서 먹으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운동장과 빈 교실에 뛰어다녔던 ‘닭’들이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마음이 뭉클해졌다. 가진 것 중 정말 아끼는 무엇인가를 내어 우리에게 감사의 마음을 보여준 것이었다. 황당하지만 울컥했고, 한편 충격적이기도 했다. 감사함에 진정성을 더한 그들의 마음이 더욱 값어치 있게 느껴졌다.


실제로 봉사활동은 반드시 상대방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봉사는 내가 ‘받드는 일’인데 다녀온 후 우리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어준 기억은 내가 그들에 의해 받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들의 감사가 나에게 그대로 전달되어 정신적인 만족감을 주고, 육체의 피로를 해소시켜주었다. 2013년을 마무리하며 보낸 라오스 봉사활동은 값으로 치지 못할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다. 누구에게 라고 할 것도 없이 가슴가득 감사함과 겸허한 마음을 가지게 한 시간이었다. 또한 자신이 배운 지식과 능력을 타인들을 위해 헌신하는 데 사용하는 모습을 보며 단순히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는 것 이상으로 나도 타인을 위해 무엇인가 할 일이 있을 것이라는 배운 자로서의 사명감도 가지게 되었다. 그 마음은 앞으로 내 삶의 중추가 될 것이고 오뚝이처럼 나를 바로잡는 기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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