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비우기
마음 비우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1.20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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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비워라 마음을… 그리하면 주위는 그대로 아름다움이 되리라… 있고 없고, 높고 낮고, 많고 적고 끝없이 허덕임이 중생들의 일상이 아니던가! "아침에 도를 깨닫고 저녁에 죽어도 좋다" 성인의 말씀이 아니던가. 일하지 않고 노는 자는 생각이 밖에 있고 공부하는 자는 생각이 안에 있다. 오전의 그림자는 서쪽으로 향하고 오후의 그림자는 동쪽으로 향한다. 낮과 밤은 둘이 아니다. 일과 쉼은 둘이 아니다. 서로의 반반으로 합쳐 하루가 되고, 일상(日常)이 된다. 인생 고뇌의 원인을 알겠는가? 분별에 떨어지면 살아도 죽은 것이요, 깨달음에 들면 죽음도 곧 사는 것이다.


바쁘게 생활하다가도 조용히 앉아서 몸과 마음을 들여다볼 때가 있다. 종일 머릿속에서 웅성대던 여러 생각들을 떨구어 버리고 그냥 가만히 있어 보라. 이내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것은 곧 마음을 비우니까 편안해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움켜쥐어야만 행복하고 잘사는 것이라고 여기고 발버둥치고 살아가고 있다.

우리의 고향은 큰 허공, 우리는 비어 있는 곳에서 왔다가 비어 있는 곳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래서 몸과 마음을 비우고 허공 속에 있으면 절로 편안해지는 것이다. 이것이 비어 있음의 원초적 원리이다. 즉 공(空)이 근원임을 아는 사람은 부자이다. 비어 있기 때문에 무엇이든 채울 수 있고 그만큼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다(茶)의 깊은 맛을 알려면 마음이 비어있고 가라앉아 있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마음이 바쁘면 다의 깊은 맛을 느끼기 어렵다. 다를 유난히 좋아했던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1762∼1836) 선생은 "술을 좋아하는 민족은 망하고, 다를 좋아하는 민족은 흥한다"고 말씀하셨다.

새는 날면 길…짐승은 달리면 길… 사람도 삶 그것이 길이 되어야 한다. 산 속의 나무는 빽빽할수록 곧게 자라고 이놈 저놈 섞일수록 조화와 아름다움이 된다. 그러나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는 화목과 아름다움보다는 불화와 추함이 더하지 않는가? 마음은 수많은 생각에 들어도 마음다워야 한다. 평정(平靜)을 잃지 말아야 한다. 만나고 헤어지는 것 자체가 곧 우리 인생. 독버섯은 색이 아름답고, 독충은 모양이 아름답다. 몸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 아닌가! 메아리의 근본은 소리이다. 그림자의 주인은 형상이다.

사람들은 대립과 분쟁은 지극히 싫어하면서도 그 근본이 무엇인가를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마음에는 너도 없고 나도 없다. 이것도 없고 저것도 없다. 또한 이곳도 없고 저곳도 없다. 이 봉우리에 올라서면 이곳이 산의 중심 같고, 저 봉우리에 올라서면 저곳이 산의 중심처럼 보인다. 과연 산의 중심은 어디일까? 단풍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물들어 내려오고, 오곡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익어간다. 마음이 불쾌해지면 왼쪽 허파와 큰창자가 약해진다. 슬퍼하면 오른쪽 허파가 약해진다. 놀래고 두려워하면 콩팥이 나빠진다. 생각을 복잡하게 하면 지라와 비위가 나빠진다. 화를 내면 간과 쓸개가 약해지며, 너무 기뻐하면 작은창자가 약해진다. 청운 도인의 가르침이다. 주위 환경이 소란스럽고 어지러워도 맑은 마음을 지키는 사람은 자성을 알아볼 것이다. 육조단경(六祖壇經)이 가르치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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