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세월이 지나서야
20년 세월이 지나서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1.20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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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경/다움생식회장·이학박사

영양학과 의학이 발달할수록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섭생(攝生)의 중요성이 희석되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그래서 시작한 작업이 있었다. 벌써 20년 전의 이야기이다. 전국 약 2000명의 약사들에게 섭생의 중요성과 섭생이 무엇이냐 하는 것을 가르쳐 깨우치게 하자는 것이 취지였다. 약국을 찾는 고객들에게 적용시켜 질병 없는 나라를 한번 만들어 보자는 거창한 욕심에서 시작한 일이었다.


그래서 한국약사대체의학연구소(세칭 PAMRI)를 만들어 전국을 돌며 약사들을 교육하면서 섭생과 섭생에서 차지하는 먹을거리, 그 가운데 생식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작업을 수년간 했었다.

그때 약사들이 열정을 갖고 참여하여 상당함 보람을 느꼈는데, 한번 각인된 지식에서 물러서기를 주저하는 지식인들의 본성과 의약 분업이라는 덫에 걸려 크게 성공을 못하고 아쉬움만 남긴채 세월을 낚으면서 때를 기다려왔다.

그런데 최근 법인 약국 개설문제가 법으로 제정되어 국회를 통과하고 나니 새삼 약사들이 대체의학 분야에 관심을 갖고 약국에서 받아들이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대체의학이라고 하면 별 볼일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섭생이라고 하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섭생을 좀 어려운 말로 포장을 한 말이 다름 아닌 대체의학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면 섭생은 무엇인가? 쉽게 얘기하면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며 사는 법을 일컫는다.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이다.

‘쾌식’하면 먹는 것을 즐겁게 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실은 무엇을 언제 어떻게 얼마큼 먹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라고 보면 된다. 또한 먹지 말아야 할 것을 먹지 말아야 할 시간에 먹지 않는 것 또한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이를 모두 고려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쾌식(食飮有節)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쾌면’은 잠을 잘 잔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잠을 잘 자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뜻하기도 한다. 사람은 너무 한가해도 잠이 잘 오지 않고 온갖 망상에 시달려도 잠이 오지 않으며 잠 잘 시간을 불규칙하게 하여 낮과 밤을 바꾸기만 해도 잠이 오지 않는다. 또한 집을 떠나도 그렇다. 한마디로 잠을 잘다는 것이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起居有常).

‘쾌변’ 역시, 변을 시원하게 잘 보는 것보다 더 시원한 일이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할 정도로 참으로 중요하다. 쾌변은 동시에 해독(DETOXIFICATION)으로 대변되기도 한다. 마음이 불편하거나 먹을거리 원료가 잘못되거나 나이가 먹거나 아니면 기운이 떨어져 장의 연동운동 능력이 떨어지거나 환경이 바뀌어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쾌변이다.

단어만 해석해도 상황이 이러한데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것이 삶 전체라는 사실을 보면 섭생이 그리 쉬운 명제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대체의학을 좀 다른 의미로 알고 있는 것 같다. 특별한 방법을 써서 죽을병에서 해방되었다는 사람들이 갖가지 매체를 통해 이름을 알린다. 하지만 생명현상이라는 것이 그렇게 몇가지 방법으로 해결되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필자의 경험이나 연구한 내용으로 볼 때 내린 결론이다.

20년전에 약사들을 일깨워 대체의학과 접목하려 했던 필자로서는 이제나마 대한약사회 차원에서 관심을 기울인다니 반갑기 그지없으나 미리 노파심이 생기는 것 또한 사실이다. 생명을 사랑하는 정신은 없이 단지 약국 운영의 한 방편으로 대체의학이라는 이름이 이용될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부디 국민 건강에 혁명이 일어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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