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의 역습
쓰레기의 역습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1.2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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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주/환경부 환경교육홍보단 경남환경연구원장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Great Pacific Garbage Patch)는 각각 하와이 섬 북쪽과 일본과 하와이 섬 사이에 있는 태평양을 떠다니는 두개의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일컫는데 이를 쓰레기 섬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 쓰레기 더미들은 지금까지 인류가 만든 인공물 중 가장 큰 것들로, 하와이 북단의 덩어리 하나만 쳐도 한반도의 약 6배 이다. 이처럼 쓰레기가 한곳으로 모여 섬에 가까운 모습이 된 것은 원형 순환 해류와 바람 때문인 것으로 보며, 1950년대부터 10년마다 10배씩 증가하여 오늘날 거대한 쓰레기 지대가 만들어졌다. 이러한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 때문에 수많은 해양생물들이 피해를 보고 있으며, 특히 먹이로 잘못 알고 먹었다가 죽게 되는 사례도 있으며 주변 지역에서 잡힌 어류를 조사한 결과 35%의 물고기 뱃속에 미세플라스틱이 있음을 확인했다.


런던의‘리 밸리’는 애초 쓰레기 매립장이었다.‘환경 올림픽’을 내세운 런던이 쓰레기 매립장에 올림픽 스타디움을 비롯한 여러 경기장을 지은 것이다. 그렇다. 서울시가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에 2002년 월드컵 경기장과 생태 공원을 조성한 것과 같은 일을 런던도 따라한 것이다.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옆에는‘하늘 공원’‘ 노을 공원’등으로 불리는 두 개의 언덕이 있다. 2010년 조사 결과를 보면, 이곳에는 식물 586종, 동물 616종 등 총 1,202종의 생물이 살고 있다. 나비, 잠자리 등의 곤충뿐만 아니라 고라니, 족제비 같은 포유류까지 산다고 한다. 하지만 평화로워 보이는 이 생태 공원 밑은 지금 부글부글 끓고 있다. 왜냐하면 1978년부터 1992년까지 서울 시민이 버린 쓰레기 9,200만 톤이 그 아래에 고스란히 쌓인 채 썩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 철따라 온갖 꽃이 피는 섬이라는 뜻에서‘꽃섬’으로 불렸던 아름다운 난지도는 1978년 3월부터 서울의 쓰레기 매립지로 이용되기 시작했다. 고작 10년 만에 난지도의 쓰레기는 포화 상태가 되어서 해발 90m의 쓰레기 산 두 개를 이뤘다. 이 쓰레기 산 두 개가 지금의‘하늘 공원’,‘ 노을 공원’이다.

1993년부터 시작한 생태 복원 사업 덕분에 지금은 고라니, 족제비가 노니는 겉모습을 갖게 되었지만 속에서는 쓰레기가 썩어서 발생하는 침출수와 메탄과 같은 기체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지금‘하늘 공원’,‘ 노을 공원’땅 속에 높이 17~56m, 길이 6km의 콘크리트 장벽이 둘러쳐져 있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침출수가 한강으로 새어 나가지 못하도록 거대한 차단벽을 세워 놓은 것이다. 하루에 배출되는 양이 1,860톤에 달하는 이 침출수는 31개의 우물에서 모아 난지 하수 처리장(난지 물 재생 센터)에서 처리한다. 공원 밑에 쌓인 쓰레기는 최소한 2020년까지 침출수와 독한 기체를 방출할 예정이다.
이처럼 쓰레기 매립은 쓰레기를 처리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토양, 하천, 지하수를 오염시킬 가능성이 크다. 겉을 아무리 생태 공원으로 치장해 놓은들 그 밑에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수백 년 동안 분해되지 않은 채 남는다.

죽음의 재, 쓰레기로 인한 다이옥신 그렇다면, 쓰레기 매립 외에 다른 어떤 방법이 있을까? 쓰레기를 불에 태우는 방법을 활용하고 있는데 이는 더 큰 유해를 일으키고 있다. 쓰레기를 태울 때 다이옥신과 같은 치명적인 유해 물질이 나오기 때문이다. 다이옥신은 암을 일으키고, 태아의 성장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사람의 면역 능력을 떨어뜨린다.

요즘에는 쓰레기 소각장으로 부르는 대신 ‘자원 순환 시설’이라는 그럴듯한 명칭으로 지금도 쓰레기는 소각되고 있다. 쓰레기를 태우면서 발생하는 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이익 때문에 쓰레기 소각장을‘자원 순환 시설’로 부르는 데는 이런 사정도 한몫했다. 쓰레기 가운데 가장 골치 아픈 녀석은 음식물 쓰레기다. 가정이나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 대부분은 전국 곳곳에 있는 처리장에서 물기를 제거한 뒤 사료와 퇴비로 재활용된다. 이때 음식물 쓰레기에서 나오는 물(폐수)은 처치하기가 아주 곤란하다. 그래서 이 폐수는 다른 생활하수와 마찬가지로 정화 작용을 거친 뒤에야 강이나 바다로 방출되는데 당연히 많은 비용과 자원이 들어간다.
그렇다면, 쓰레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 장담하건대, 앞으로 인류가 처리할 가장 골치 아픈 환경 문제 중 하나는 지난 100년간 인류가 내놓은 세계 곳곳에 쌓인 쓰레기다. 플라스틱, 전자 폐기물 등 지난 수천 년간 보도 듣도 못했던 쓰레기를 내놓은 인류는 과연 쓰레기를 효과적으로 안전하게 처리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깨끗해 지기위해 배출한 쓰레기. 새삼 내가 살고 있는 진주의 길거리 모퉁이에 수북이 쌓인 쓰레기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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