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를 읽어야 하는 두가지 이유
"순자"를 읽어야 하는 두가지 이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8.23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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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웅/한국국제대학교 석좌교수
지리산 막걸리 학교장
“순자”를 읽는 데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첫째는 수양에 응용하기 위해서요, 둘째는 학술적 연구를 위해서이다.
수양에 응용하기 위해서 “순자”를 읽으면 우리들의 자제력을 불러 일으켜 항상 자기 자신을 단속하고 해이와 타락에 이르지 않게 해준다. 또한 자질이 떨어지는 사람일지라도 이 책을 읽으면 ‘인간의 노력으로 천명을 극복함’(人定勝天)의 신념을 얻을 수 있고 용기를 증대시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의 깊이 파고들어 분석하는 이론을 읽으면 우리의 사고를 치밀하게 하고 어떤 일에 부딪힐 때에 올바른 판단을 내리게 한다. 그러므로 “맹자”를 읽는 유익점이 지기(志氣, 정신력)를 발양하는 데 있다면 “순자”를 읽는 유익점은 심능(心能, 사고력)을 단련하는 데 있다고 하겠으며 이 두 가지는 어느 한쪽을 없애도 안 되는 것이다. 이 목적으로 “순자”를 읽는 사람은 감동적인 격언을 분류, 발췌하여(예를 들어 수신, 사물처리, 학문연구 등등으로) 평소에 잘 송습하여 기억해 두었다가 수시로 자기 일신에 시험하여 실증한다면 순자가 말처럼 “널리 학문을 닦고 나날이 자기 자신에게 적용하면 지혜가 많고 행실이 그릇됨이 없게 될 것이다”
학술연구를 위해서는 그 목적이 “순자”의 학문의 전 체계와 학술사상의 위치를 이해하는 데에 있으므로 이러한 의미에서의 독법은 마땅히 몇 편에 특별히 중점을 두어야 한다. 즉, 최초에 ‘권학’편을 읽어서 “순자”의 대강을 알고, 다음에 ‘성악’편을 읽어서 그 사상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가를 알고, 다음에 ‘해폐’·‘정명’·‘천론’ 3편을 읽어서 사상이 연역되어 가는 과정을 보고, 다음에 ‘예론’·‘악론’의 양편을 읽어서 사회적 실천에 응용되는 방편으로서의 모습을 보고, 다음에 ‘정론’ ·‘비십이자’의 양편을 읽어서 타학파에 대한 논란과 변호를 보면 순자의 철학과 교육원리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 ‘부국’·‘군도’·‘왕제’의 3편을 읽으면 “순자”의 정치학과 정치기술을 이해할 수 있으며, 그 다음에는 ‘영욕’·  ‘비상’의 양 편이 간혹 매우 정요한 말이 있다. 그러나 어느 한 부류에 넣지 말고 적당히 골라 읽어서 “순자”를 이해하는 보조자료로 삼을 것이다.
이상 제편은 반드시 정독해야 하며 그 밖의 것은 대체로 훑어보는 것으로 족하다.
한 학자의 학설을 철저히 이해하려고 할 때에는 대표적인 문제를 몇 개 들어서 연구제목으로 삼아 전서 가운데에서 이 문제에 관련되는 어구를 빠짐없이 초록하여 비교 연구함으로써 그 참된 사상이 어디에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순자”의 경우라면 이른바 성위(性爲, 본성과 인위), 적(積), 습(習)과 화(化), 명(名), 예(禮), 폐(蔽) 등등이 모두 그 주요한 문제이다. 각 편에 그에 대한 언급이 다 있으므로 이를 분류 초록하여 비교·연구하면 비로소 그 전모를 파악할 수 있다.
모든 사상은 얼마쯤 시대적 색채를 띠고 있다. 그러므로 “맹자”는 ‘사람됨을 알고 그가 산 세상을 논함’(知人論世)을 중시하였다. “순자”는 지금으로부터 2천여 년 전에 나와서 그 주장은 전적으로 당시의 사회를 위하여 발언한 것이므로 마땅히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연구하여야 하며 결코 맹종하여 오늘의 시대에 적용하여 효과를 기대해서는 아니 된다. 그러나 동시에 오늘의 안목으로 이를 규정하여 “순자”의 시대에 있어서의 가치를 말살하는 일이 있어서도 아니 되는 것이다.
그 학설이 내포하고 있는 영구성에 관해서 말한다면, 다시 말하여 당시의 시대적 문제에 대하여 발언한 것이 아닌 것에 있어서는 어떤 시대를 막론하고 그 엄정, 심각한 사색과 평론을 참고하여 볼 만한 것이라 하겠다.
“순자”에는 고어가 많고 어법도 근대의 문장과 같지 않은 것이 많으며 또 탈자·오자도 적지 않으므로 때로는 주석서를 빌리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다. 구주(舊主)로는 당의 양경 한 사람뿐이었으나 전청(前淸)의 건륭(乾隆)·가경(嘉慶) 이후에 교석자(校釋者)가 다시 몇 사람 나왔는데, 제일 먼저 나온 것이 사용(謝墉), 노문초의 합교본으로서 “절각이십이자(浙刻二十二子)”에 포함된 것이 이것이며 다음이 학의행의 “순자보주(荀子補注)”, 왕념손의 “독순자잡지(讀荀子雜志)”, 유월의 “순자평의(荀子平議)” 등으로 이 책들이 나온 EO부터 “순자”는 비로소 쉽게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근래의 사람으로는 왕선겸(王先謙)이 제가의 주석을 모으고 간간이 자기의 해석을 덧붙인 “순자집해(荀子集解)”를 내놓았으며 현행의 순자주석서로서 이보다 나은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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