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냉하면
몸이 냉하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2.0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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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경/다움생식회장·이학박사

기후 조건이 생태계를 좌우한다는 사실은 잘 알면서 체온이 삶을 좌우한다는 사실은 잊고 살기가 쉽다. 서리가 내리면 무성했던 풀들도 축 늘어져 쓸모없이 되고 날씨가 추워지면 뱀들도 겨울잠을 자러 들어간다.

옛날에는 농한기가 있었다. 날씨가 추워 농사를 지을 수 없어 일손을 놓고 쉬는 기간을 말했던 것인데 지금은 온실에서 열관리를 잘하기 때문에 따로 농한기라는 것이 없어졌다.

인체는 생리적으로 섭씨 36도 5부라는 체온을 지니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선천적, 체질적으로 적정 체온보다 약 0.4~0.5도 정도 낮은 체온으로 태어난 사람과, 만성 소모성 내지는 대사성 질환으로 체온이 약 1~1.5도 낮아져 평균 체온이 35도에 이르는 사람들까지 있다.

생명현상이라는 것이 신진대사 활동인데 인체 신진대사에 가장 적합한 온도는 36.5도이다. 적정 온도보다 높으면 과대사가 일어나고, 그보다 낮으면 대사장애가 일어나게 되어있다. 몸이라는 것이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해야 하는데 넘쳐도 문제이고 모자라도 문제가 되는 것이다.
몸이 냉한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0.5도만 낮아져도 신진대사가 약 30% 정도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먹고 마시는 것의 70%만이 이용된다는 말과 같은데 이 말은 소화기능도 그렇게 된다는 말이고 흡수 배설 또한 그렇다는 말이 된다.

체온이 낮으면 대개 혈압도 낮고 맥박도 천천히 뛰는 서맥으로 되기가 쉬운데 대사 비율이 70%에다 혈압이 낮으니 혈액이 목적지까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 떨림, 저림, 시림, 두통, 만성 피로, 짜증, 무기력 증 같은 온갖 증상들이 수시로 나타나게 마련이지만 병명은 없이 그냥 불편한 증상들이 이어진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부정수소증후군(部定愁所症候群)이라 하여 어디라고 꼭 짚어 말할 수 없이 생각하는 대로 몸 어딘가에 이상 증후를 느끼는 병증으로 풀이 하는데 현대의학에서는 간단하게 신경성이라고 한다.
필자는 사람의 몸의 상태를 얘기할 때 ‘공장도 불량품’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부정수소 증후군, 신경성, 공장도 불량품으로 불리는 경우는 대개 선천적으로 타고난 사람들을 향해 하는 말들이고 만성 소모성 질환으로 저체온이 된 사람들은 참으로 심각하다.

암의 경우, 평균 체온이 35도로 나와 있는데 그렇게 되면 신진대사 비율이나 면역력이 10% 전후로 낮아진다. 대사비율과 면역력이 그렇게나 떨어졌는데 백약이 제대로 효과를 볼 수나 있겠는가?
이러한 소모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말고도 선천적, 체질적으로 냉한 몸으로 태어나 일생을 고생하는 사람들이 전 인구의 약 1/4 정도가 된다. 이들은 일년 365일 가운데 활기가 넘치는 날이 불과 며칠 되지 않는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런 사람들일수록 다른 모든 사람들이 다 자기들처럼 일 년 내내 어딘가 아프고 괴로운 줄 알고 산다는 사실이다. 반대로 냉한 체질이 아닌 사람들은 냉한 체질을 지닌 사람들의 괴로움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산다. 추운 겨울이 되면 몸이 냉한 사람들은 참 힘든 세월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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