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 어디로 가는가
죽어서 어디로 가는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2.0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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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사람은 죽어서 어디로 가는가? 정말 사후세계(死後世界)는 존재하는가? 영혼의 실체는 무엇인가? 극락과 천당 그리고 지옥은 정말 있는 것인가? 등등…. 삶 이후의 세계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저승이라든가, 영혼의 실체에 대한 문제는 우리가 경험할 수 없는 세계이기 때문에 더 많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지도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필연이다. 죽음 앞에서는 상하귀천이 따로 없고,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예외가 없다. 돈으로도 해결할 수 없고, 권위로도 물릴 수 없는 것이 바로 죽음이다. 오직 어떻게 살아왔느냐에 따라 죽음 이후의 가야 할 길이 정해지는 것이라고 한다.


유교에서는 죽으면 매장을 하여 왔다. 명당자리를 얻기 위해 많은 풍수가들을 찾은 것도 풍수지리설의 영향 때문이다. 그런데 유교에서는 뚜렷한 사후관이 없다. 이를 단적으로 들면 공자에게 한 제자가 "죽음이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내 아직 삶도 다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알겠느냐?"는 답으로 사후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다고 '논어'에 나와 있다. 그러나 지방(紙榜)을 써놓고 제사를 지내고 죽은 후 3년간 시묘(侍墓)를 하는 전통이 유교에서 나온 것임을 볼 때 유교의 사후관은 인간이 죽으면 육체는 썩어 없어지지만 영혼은 살아 있음을 인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기독교에서는 부활 승천한 예수가 이 땅에 재림하여 천년동안 이 지구를 다스린 후에 모든 죽은 자들이 부활하게 되는데 그때 재판을 받아 선(善)한 자는 영원히 축복을 받아 천국으로 올라가고 악인들은 영원한 지옥으로 떨어진다고 한다.

불교에서는 생사관이 분명하고 종교적인 논리가 비교적 선명하다. 즉 우리가 살아가는 현세와 래세, 이후의 돌고 도는 윤회(輪回)에 이르기까지 연기사상(緣起思想)에 입각한 체계를 갖고 있다. 인연법이란 인(因)과 연(緣)이 모여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고 보는 사상이다. 그런데 그 인연은 현생만이 아니라 과거, 현재 미래의 삼세(三世)에 걸쳐 이루어진다고 한다. '구사론(具舍論)'에 보면 중생들이 미혹의 세계를 윤회하는 과정 중에 네 가지 단계가 있다고 설하고 있다. 이것을 사유(四有)라고 하는데 생유(生有), 본유(本有), 사유(死有), 중유(中有)의 네 가지 과정을 거치면서 윤회한다는 것이다. 생유는 세상에 태어나는 찰나, 즉 어머니 태속에 수정되는 찰나를 말하고, 본유는 생을 받은 뒤 죽을 때까지의 생존 기간이며, 사유는 임종하는 찰나이고, 중유는 임종해서 다음 생을 받을 때까지의 삶을 말한다고 한다.

이 사유설에 의하면 인간이 죽음을 맞아 다음 생을 받을 때까지 중유라는 기간을 거치는데 이 중유를 중음신(中陰身)이라고 한다. 이때 중음신에 해당하는 영(靈)은 몸뚱이는 없고 영식(靈識)만 남아서 향냄새를 먹게 된다고 한다. 우리가 시신(屍身)을 염(殮)하고 향을 피운다거나 제사 때 향을 피우는 것은 중음신이 향을 먹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중유는 다음 생까지 49일 동안의 기간에만 존재하는데 아주 선하거나 아주 악한 사람은 죽는 즉시 곧 다음 생을 받기 때문에 중음의 몸을 받지 않지만, 대부분 보통의 영(靈)들은 중음으로 있는 동안 다음 생이 결정된다고 한다.

따라서 이 기간 동안에 이승을 떠난 부모나 가족, 친지들이 다음 생에서 좋은 곳에 태어나라고 간절히 소망하는 기도가 바로 49재(齋)인 것이다. 사람이 죽을 때에 남겨 놓고 가는 것과 가지고 가는 것이 있다. 남겨 놓고 가는 것은 그가 이 세상에 살아 있을 때에 사회에 주었던 선악간(善惡間)의 업(業)이고, 가지고 가는 것 또한 그가 이 세상에 살아 있으면서 행동했던 선악간의 업에 의해 찍혀진 각인(刻印)자국이다. 사람은 누구나 질병과 노쇠, 그리고 죽음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누구나가 고통 속에서 한 걸음 한 걸음 무덤을 향하여 걷고 있는 것이 바로 인간의 모습이다.

나는 이 세상에 왔다가 가면서 선한 열매를 남겨 놓고 갈 것인지 악한 열매를 남겨 놓고 갈 것인지는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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