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고 싶은 하얼빈역 안중근 의사 의거 현장
다시 찾고 싶은 하얼빈역 안중근 의사 의거 현장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2.12 14: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남욱/진주보훈지청 보상과장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서울 남산에 있는 안중근 의사 숭모회 주관으로 전국 대학생 30명과 함께 안중근 의사 독립운동 발자취를 찾아 러시아와 중국일대를 다녀온 적이 있다. 중학교 시절 안중근 의사가 우리민족 최대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하얼빈 역에서 처단했다는 내용을 배운 적이 있어 당시 설레는 마음으로 현장을 찾았다.


우리 일행은 많은 인파가 붐비는 하얼빈 역사에 진입하기 위해 캐리어를 끌며 일행의 옷자락을 잡고서 간신히 역사 안에 들어섰다. 조선족 사학자 서명훈 교수께서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며, 1909년 10월 26일 의거 당시 상황과 하얼빈 역 바닥에 있는 삼각형 대리석과 사각형 대리석의 의미를 설명해 주었다.

삼각형의 뾰족한 끝자락은 안중근 의사가 총을 겨눠 쏜 자리이며, 사각형 대리석은 이토 히로부미가 총을 맞고 쓰러진 자리라는 뜻이었다. 설명이 없다면 이 두 자리가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심지어 하얼빈 시민조차도…


참으로 의미 있는 역사적 현장이지만 우리나라 영토가 아니기에 마음대로 표지석 하나 세울 수 없었다. 이러한 안타까운 마음을 조금이라도 치유하고, 국가안위 노심초사(國家安危 勞心焦思)라는 유묵에서 보듯이 오로지 나라를 구하기 위하여 하나뿐인 목숨을 내던진 고귀한 정신을 후대에 널리 알리기 위한 의거 현장의 안내판은 필요했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 6월 방중 때 시진핑(習近平) 주석에게 "하얼빈역의 안중근 의사 의거 현장에 기념 표지석을 설치하는 것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 후속조치로 표지석이 아닌 기념관을 건립하여 회답했다. 표지석을 세우는 데 협조해 달라는 우리 대한민국의 요청에 생각지도 못한 기념관까지 세워준 데 대하여 여야 국회의원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민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은, 서울 남산에 있는 안중근 의사 기념관 정도로 큰 규모는 아니지만 하얼빈시에도 안 의사의 사진, 유묵, 동상 등을 전시하여 활동상을 소개하고 있는󰡐조선민족예술관󰡑이 있고, 우리 정부에서 표지석을 요청한 만큼 총을 쏘는 모습과 총을 맞고 쓰러진 모습을 형상화한 조형물을 세워 그 의미를 소개했더라면 오히려 더 리얼하고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1월 19일 개관한 기념관은 하얼빈 시와 철도국이 역사 중앙에서 오른쪽으로 20m 가량 떨어진 1층 귀빈 대기실의 일부를 개조하여 100㎡ 규모로 마련됐다고 한다. 아무런 설명이 없던 장소에 한자로 󰡐안중근 의사 격살 이토 히로부미 사건발생지, 1909년 10월 26일󰡑이라는 표지판이 천정에 부착되어 있으니 생전에 다시 그곳 현장을 찾고 싶다. 표지석 건립에 협조해 달라는 요청에 기념관을 개관한 숨은 의도가 있는지는 몰라도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이번 기념관 개관을 계기로 한중 관계가 더욱 더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기념관 건립을 빌미로 우리나라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나아가 일본은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라고 막말을 쏟아 낼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에게 머리 숙여 사죄하고, 안중근 의사의 유해가 하루 속히 고국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