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강에서 하모니카 합주를 꿈꾸며
남강에서 하모니카 합주를 꿈꾸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2.16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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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상/경남과학기술대학교 식품과학부 교수

지난해 공무로 인해 어떤 장소에서 3주간 외부와의 단절(전화, 인터넷 등 일체)이 필요했던 시기가 있었다. 완전 통제된 곳이기 때문에 주어진 울타리 공간 내에서만 아침과 점심 식후 두어 시간 걷는 것이 육체적 운동의 전부인 것이다. 일상에서 전화기는 잠시 5분도 떨어질 수 없는데 그것이 가능할까 궁금하기도 했다. 매일매일 주어진 업무를 종료하고 나면 너무 무료할 것 같아 이것저것 생각을 했다.


평소 삶 속에서 한 가지의 악기를 다룰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은 항상 품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들의 일상이 허락을 쉽게 하지 않아서 인지 아니면 맘을 낼 수 없어서인지 도전이 쉽지 않았다. 대학을 다니면서 처음 접한 악기가 통기타였다. 혼자서 하려니 진도를 낼 수도 없고, 재능도 없었던 것 같다. 미련만 남아 있었다.

시간이 지난 얘기지만 나이 오십을 바라보면서 지인의 소개로 색소폰을 다룰 수 있게 됐다. 손가락의 움직임으로 계명을 선택하고 복식호흡으로 음량을 조절하는 두 가지 신체적인 활동 기능 이외에 악보를 읽어내는 그리고 기억해야 하는 정신적인 활동을 겸하는 좋은 기회였다. 바리톤의 절묘한 저음의 음색은 사람의 심장을 떨게 해 지나가는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무대경험도 쌓게 되고 사회성을 배우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울림이 큰 악기이기 때문에 연습공간이 매우 제약을 받는다. 그래서 나만의 공간을 연주실을 만들어 볼까도 생각을 해 보았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던 중 어떤 계기로 악기 연주를 못하게 되었는데 은색의 색소폰이 점차 어두운 색으로 변해 가고 있다. 한 가지 악기는 생활속에 같이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지금은 어느 기관의 장이 되신 분의 멋진 ‘소리 안 나는 악기’ 이야기를 잠시 소개할까 한다. 평소 부부 금실이 좋아 사모님과 같이 소금(小芩)을 1년 동안 열심히 연습을 했다고 한다. 대강당에서 교육을 마친 300여명의 여성 교육생들의 수고를 격려하는데 말로 전달하는 것 보다는 무언가 좀 더 창의적인 생각을 한 것이다. 일상 생활 속에서도 여유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동안 훈련한 소금을 연주 했는데, 10분 동안 소리를 전혀 내지도 못하고 연주를 마쳤다고 한다. 건반악기는 두드리면 어떤 행태로든 소리가 나지만 입으로 하는 소금은 어느 정도의 침이 작용을 해야 하는데 긴장하니까 침이 마르고, 입술을 모으지 못해 ‘소리 없는 연주’를 한 것이다.

우리는 건강한 100세의 시대에 살고 있다.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가 음악과 함께 하는 것이다’라고 감히 주장을 해 본다. 마음이 즐거우면 만사형통하기 때문이다. 기쁨이 충만하면 세상이 내 안에 있고, 배푸고 나눌 수 있다.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말이다.

진주는 남강이 동맥으로 흐르고 있다. 잘 정돈되고 많은 시민들이 활용하고 있는 강변도로가 음악 공연장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진양호 주변은 전통음악으로 풍성하고, 신안동 강변 무대에서는 기타 연주회가 있으며, 칠암동 무대는 하모니카 합주단이 매월 금요일 저녁에 8시에 100명이 모여서 합주를 하고... 물, 불, 빛의 도시 진주가 음악이 흘러넘치는 멋진 남강이 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지난 해 3주간의 공허함을 이겨내기 위해 초당선생으로부터 하모니카를 선물 받았다. 도.레.미.파 소리만 내는 수준이다. 처음하니까 잘 되는 것이 없다. 지금은 한 달 정도 됐는데 초보과정을 수행하고 있다. 하모니카는 하모니(harmony)라는 화음을 뜻하고 혼자서 멜로디와 반주를 겸할 수 있는 장점을 가졌다고 한다. 감각이 빠른 분들은 배우는 첫날부터 연주가 되니 상당히 접하기가 쉬운 악기인 것 같다.

하모니카 한 개만 있으면 모든 연주가 다 될 것 같았는데 연주 방법은 그 수를 셀 수 없다. 연주법 또한 싱글주법, 바이브레이션, 트레믈로, 베이스 등등 20여 가지로 다양하고 두 개를 한꺼번에 불기도 한다. 1년이 지나면 나도 멋진 연주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매일매일 틈을 내어서 소리 나는 악기를 연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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