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이야기
커피 이야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8.29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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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근/진주보건대학교
관광계열 교수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원두커피전문점. 행인들의 왕래가 많은 번화가는 물론이거니와 한적한 골목에도 향긋한 커피 향을 뿜어내고 있으니 가히 원두커피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커피가 들어 온 역사는 1895년(고종 32년)에 을미사변(아관파천 시) 때 러시아 공사를 통해서 시작되었다. 이때 러시아는 이미 커피가 일반화될 무렵이였다고 한다. 러시아 공사의 처형인 독일 여인 손탁 여사가 커피를 고종황제에게 진상하여 시음케 한 것이 최초라고 전해진다. 당시 고종은 세자(후에 순종)와 함께 약 1년간 러시아 공사관에 머물면서 커피를 마셨고 덕수궁으로 돌아온 뒤에도 그 맛을 잊지 못해 커피를 찾았다고 한다. 그때부터 커피는 궁중내의 기호식품으로, 주로 벼슬아치들이 즐겨 마셨다고 한다. 바로 숭늉문화에서 커피문화로 가는 하나의 전환점이 노릇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커피를 좋아했던 고종은 그로 인해 독살 될 뻔도 했다. 1889년 러시아 역관으로 세도를 부리던 김홍륙이 친러파의 몰락으로 관직에서 쫓겨나고 또 러시아와의 통상에 거액을 착복한 사건이 들통 나 흑산도 유배가 결정되자 앙심을 품게 되었다. 김홍륙은 덕수궁에서 일하던 하인 두 명을 매수, 고종의 커피에 독약을 타게 하다가 발각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손탁 여사는 러시아 공사관(정동 위치) 근처에 정동구락부라는 커피점을 열었는데 이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다방이라고 할 수 있다. 그 후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미군이 진주하면서 1회용 인스턴트 커피가 등장, 무질서하게 유출됨으로써 일반화되었다. 음성적으로 거래되던 인스턴트 커피는 1970년 우리나라 최초로 생산되면서 양성화되었는데 그 기업이 동서식품이다.
이와 같은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커피시장은 근년에 들어 세계인이 감탄하는 한국 경제 발전만큼이나 놀랍게 성장하고 있는데 2009년 말 기준으로 1조 9000억의 시장규모를 나타내고 있다. 커피를 알게 된 것이 100년 남짓한 나라, 세계에서 커피가 가장 늦게 전래된 나라의 하나인 우리나라는 이제 세계 11번째 커피 소비국으로 국민 1인당 연간 300잔의 커피를 마시고 있다. 해마다 10~20%의 고속성장을 하고 있으며 현재도 이 성장은 멈출 줄 모르고 있다. 특히 원두커피의 시장은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인스턴트 커피의 생산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인스턴트 커피 시장 역시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으며 원두커피의 시장이 인스턴트커피시장보다 더욱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원두커피 전문점의 시초는 1979년 서울 동숭동의 ‘난다랑’으로 알려져 있다. 커피의 수입자유화가 발표되기 전이라 당시 커피 생두를 어떻게 조달하였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생두를 들여와 직접 로스팅(커피콩을 볶는 작업)을 한 원두커피를 추출하여 판매하였으며 기존의 다방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일부 식자층을 중심으로 대단한 인기를 얻었다. 난다랑은 금방 전국적으로 70여개의 분점을 오픈하게 되었지만 정부의 커피 제조에 관한 규제로 문을 닫게 된다.
그 후 1988년을 시점으로 원두커피 전문점이 다시 생겨나기 시작했지만, 지금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원두커피를 가까이 하게 된 계기는 역시 1999년 한국 스타벅스 1호점 ‘이화여대점’이 들어서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 커피시장을 크게 3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1단계는 인스턴트 커피 시장이다. 우리나라에서 커피가 일반화되는데 큰 역할을 하였으며 특히 인스턴트커피와 프리마, 설탕이 우리 입맛에 꼭 맞는 황금비율로 섞인 믹스커피는 일찍부터 숭늉문화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2단계는 원두커피시장이며 지금이 바로 이 단계이다. 소득수준의 향상과 삶의 질이 높아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질 높은 커피에 대해 선호를 하게 되고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수준을 벗어나 커피의 품종에 따른 맛과 향, 그리고 문화를 즐기고자 한다. 그러나 커피소비자들은 커피의 맛과 향에 대한 정확한 판단기준을 가지지 못하고 판매자의 주관적 기준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앞으로 다가올 3단계는 소비자 주관적 커피시장이다. 판매자의 일방적인 등급기준에 의하기 보다는 소비자의 주관적 기준에 의해 커피를 평가하고 즐기게 되는 문화가 형성될 것이다. 이때가 되면 천편일률적인 커피 맛에 식상한 소비자는 자신의 기호에 꼭 맞는 커피를 찾고 즐기는 시대가 될 것이다. 커피시장이 보여준 지금까지의 성장속도를 본다면 이 단계는 생각보다 빨리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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