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에 핀 봄
강가에 핀 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3.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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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내동초 교감·시조시인

아침 출근을 할 때 나는 작은 아들을 가끔 태워주고 간다. 그럴 때면 남강 가로 이어진 멋진 풍경을 만끽하면서 가곤 한다. 겨울이었을 땐 물위에서 떼 지어 노니는 겨울 철새들을 보면서 여유라는 것을 알 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강가에 피어나는 봄의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봄을 보았다.


겨울은 길다. 그리고 모든 나무들은 봄부터 가을까지 온갖 색깔로 물들인 잎들을 하나 둘 벗어버리고 긴 겨울을 차가운 바람과 날씨에 몸을 떨며 지나온다. 그리고 땅으로부터 하늘로부터 전해오는 기운을 느끼고 더 싱싱한 생명을 열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그 사람이 견디고 이겨낼 만큼만 시련을 준다”고 “그래야 그 삶은 아름답고 영광스런 삶이다.”라고 그런지 모른다. 그래서 봄에 오는 꽃들은 더 화사해보이고 아름다워 보이는 건지도.

강가에서 모든 이에게 유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저 아름다운 봄을 보면서 마음이 훈훈해져 오는 것은 그 봄의 기운이 전해져 오는 것일 거다. 매화꽃을 피우고 있는 몇 그루의 나무와 노오란 꽃을 피우고 있는 산수유꽃, 소리를 줄이면서 흐르고 있는 남강물을 바라보며 활짝 봄을 피우는 화사한 자태가 자꾸만 나의 눈을 유혹하고 있었다. 아니 마음을 유혹하고 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해마다 봄을 맞이하면서 많은 꽃들을 보아왔다. 매화꽃, 산수유꽃, 목련꽃, 벚꽃, 진달래꽃 등등 하지만 올해처럼 꽃들로 인해 나의 마음을 빼앗긴 것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꽃이 핀 길을 걸으며, 바람을 맞으며, 꽃잎을 받으며, 걸으면서도 나는 꽃이 좋구나, 아름답구나 하는 마음을 가지기만 하였지 저 봄들을 그저 보낸 것 같다. 그런데 유독 저 남강 가 커다랗게 서 있는 나무들 속에 피어 있는 봄들이 나의 마음을 끄는 것이다.

왜일까? 나이가 어느 정도 들어서 일까? 마음에 여유가 생겨서 일까?

차를 잠시 세우고 봄을 보면서 느끼고 생각해 보고 싶다. 하지만 아침의 출근길은 줄줄이 따르는 차들로 잠시의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아니다. 그것도 나의 마음인 것인지 모른다. 잠시 봄을 맞이해버리면 내일은 오늘 같은 이 마음이 아닐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오늘도 그냥 지나며 봄을 맞이하고 마음에 담아 가는 것일지도.

저 봄을 따라 피어나는 싱싱한 나뭇잎들을 보자. 겨울의 차디찬 바람이 없었다면 과연 저런 봄을 자라게 할 수 있을까. 저 활짝 웃는 봄의 웃음 속에 차디찬 겨울은 녹아내리고 따스한 봄의 바람이 피어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저 웃음 핀 꽃바람을 맞고 나뭇잎도 싱그럽게 움트고 자라나는 것 일게다. 겨울의 혹독한 시련을 잘 견딜수록 봄은 더 아름답고 더 싱싱하고 더 힘차게 피어나는 것인 것 같다. 저 꽃이 핀 봄들로 인하여 우리가 생활하는 사회 곳곳이 따스한 기운으로 감싸 돌아 사람들의 마음에도 봄이 스며들고 훈훈한 날이 되고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든 사람들을 보면 예전에 만났던 그 시절만 생각하고 옛 시절의 모습만을 기억하면서 얘기하곤 한다. 그렇다면 저 아름답게 웃는 봄을, 저 따스한 바람을 불어대는 봄을 가슴에다 넣어두고 항상 얘기한다면 어떨까! 만나는 사람마다 웃음을 얘기하고 아름다운 봄의 꽃을 얘기하고, 봄의 바람을 불어대면 사회는 항상 훈훈한 봄으로 피어오르지 않을까? 차가운 겨울의 바람은 밀려나고 들어오지 않게 되고, 사회에 넘쳐나는 바람은 봄의 따스한 바람이 되어 우리가 되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행복의 맛이 나지 않을까!

이제 조금씩 더 피어나고 그리고 싱그런 나뭇잎을 만들어 낸 봄바람으로, 한 잎, 두 잎 날려 보내는 꽃잎, 그 속으로 봄을 온 몸에 만끽하러 가보자. 그리고 봄을 가슴에다 넣자. 그 봄바람이 쌓이고 쌓여 우리의 삶에서 훈훈한 바람으로 피어올라 우리의 삶이, 우리의 생활 속이 훈훈한 봄바람으로 채워질 수 있도록, 그리하여 우리들의 얼굴에 온화한 미소가 번지고, 정이 가득한 말들이 새어 나오고, 우리의 손이 봄바람처럼 따스한 손길로 널리 널리 뻗어나도록 하자.

오늘도 아침 출근길에 가득 피어나는 봄을 가슴으로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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