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자란다-생태계
기술은 자란다-생태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8.30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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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상/한국교원대
컴퓨터교육학과 교수
한국의 IT가 뒤쳐진다고 아우성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잘나가던 한국의 IT가 세계의 주요 기술을 못 따라가고 있다는 것인데 이 고민은 아이폰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동안 하드웨어적인 요소 기술의 장점을 극대화 하여 한국의 IT 기술은 전자, 특히 휴대폰으로 대표되는 무선 기술에서 세계적인 입지를 확보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의 기업들이 취한 입장은 이들 기술들이 발전해 나가는 추세를 선도하기 위하여 혁신적인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기 보다는 현재 나타난 기술을 좀 더 개선 시켜서 세계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여기에 애플의 스티브 잡스라는 거인을 중심으로 애플이 지닌 소프트웨어적인 장점을 십분 발휘하여 아이폰이라는 PC의 기능을 손바닥안의 휴대폰에 집어넣는 새로운 기술이 나타난 것이다. 그것으로 그쳤으면 그나마 견딜 만한데, 한국 기업들에게 문제가 된 것은 이 기술은 반드시 ‘운영체제’라는 것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 개념을 쉽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 사람은 자라면서 ‘한국적 요소’를 자기도 모르게 습득하게 된다. 그런 사람에게는 한국에서 만든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한국인이 공통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느끼며 웃거나 울거나 반응을 보일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인에게 통하는 이런 감정 유발 요인이 ‘한국적인 요소’를 습득할 기회가 없었던 사람에게는 대단히 어려운 것이다.
얼마 전에 어느 코미디언이 한국적 요소라고 생각한 코미디 영화를 만들어 미국에 가서 참패한 이야기를 생각해 보면 그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다. 그 영화가 한국에서도 성공했냐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한국의 유머가 미국의 유머로 통하기 어려운 것은 같은 사람이지만 한국인으로서 한국의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요소가 체득되어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요소, 즉 기계로 하여금 어떤 목적으로 동작할 수 있게 하는 명령을 받아서 기계(순전히 기계적인 부품들)가 작동하도록 중간 역할을 해 주는 것을 컴퓨터에서는 운영체제 하고 한다. 그러므로 운영체제는 기계를 움직이는 명령들을 위하여 존재하는 또 다른 프로그램으로서 컴퓨터에서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필수적인 것이다. 문제는 한국의 기업들이 이것이 없다 (한 업체가 갖고 있기는 하지만 세계적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다)는 것이다.
이러한 운영체제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이유는 스마트 폰이 단순한 과거의 휴대폰과는 다르게 컴퓨터의 기능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운영체제가 있다면, 이것은 다른 기기에 비슷한 프로그램이 작동할 수 있게 해 줌으로 얼마든지 유사한 기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그러기에 세계적인 운영체제가 나타나면 그것을 이용하여 하드웨어와 결합시키고자 하는 기업들의 이합집산이 이루어진다.
이것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학적 생태계처럼 기술들끼리 연결되면서 먹이사슬을 형성하기도 하고 공생을 추구하거나 상호 협력 과정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도 있다. 마치 플랑크톤이 어류의 기초 식물이 되고, 이를 바탕으로 더 큰 고기들이 성장하듯이 기술도 나름의 성장을 위한 연쇄고리와 이합집산이라는 짝짓기가 이루어지는 생태계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이 아무리 IT 분야의 하드웨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이 같은 생태계에서 반드시 있어야 할 부분이 없다면, 그 하드웨어 기술은 운영체제 같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연결하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기술을 가진 기업체에 주가 아니라 종속 요소로서 속할 수밖에 없고 이는 생태계에서 곧 낮은 먹이 사슬의 단계에 놓이게 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언젠가 이 칼럼에서 ‘기술은 계속하여 자라는 속성을 갖고 있다’고 말한 것처럼 끊임없이 기술이 뻗어나갈 환경에 대하여 고민하는 것이 너무나 절실하다. 그러기에 앞서가는 자는 언제나 외롭고, 개척자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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