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재래시장침수와 특별재난지역선포
반복되는 재래시장침수와 특별재난지역선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8.3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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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숙/시인
물길과 꽃길의 고장 하동이 지난 2일 정부로부터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었다. 특별재난지역은 대형사고나 큰 재난을 당해 중앙정부 차원의 사고수습이 필요한 지역으로 지정된 곳을 말한다. 이렇게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재난관리법’에 따라 총리실 주관으로 수습하되, 응급대책·재해구호·복구 등에 필요한 행정·재정·금융·세제상의 특별지원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우리지역도 복구비의 부담이 총 395억3600만원 중 국고 316억700만원과 지방비 79억1500만원, 자체복구 1300만원을 부담하게 된다. 이 중 지방비도 도비와 군비가 각각 50%다보니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차체로서는 특별재난지역선포야말로 사고수습을 위한 구원투수를 얻은 격이다. 그러나 이달 초부터 재난관리과장을 총괄책임자로 하는 공무원들로 구성된 합동설계반의 특별활동을 비웃기라도 하듯 지난 7일 밤 하동재래시장은 2년 만에 또 침수를 당했다. 하여, 이곳이 상습침수지역이나 침수다발 지역으로 전국에 소문이 다 나게 생겼다. 아니 이미 알려져 버린 상태다.
태풍 무이파는 한순간에 재래시장 상가 침수는 물론 산사태, 가옥과 농경지 침수, 도로유실 등 막대한 재산상 피해를 입혔다. 이 같은 피해는 지난달 집중호우를 입어 특별재난지역 선포된 지 1주일 만에 또 당한 피해라 그야말로 설상가상(雪上加霜)이다. 특히, 재래시장의 침수는 지난 2009년 집중호우 때 침수된 이래 2년 만에 다시 침수가 반복되었으니 상가주민들의 원성이 극도에 이르러 있다.
쌀 일곱 포대에 설탕 네 포대, 게다가 주문 받아 만들어둔 떡이며 떡볶이용 가래떡까지 다 내다 버린 떡 방앗간 주인은 그래도 이건 아무 것도 아니란다. 기술자 불러 모든 기계를 일일이 뜯어서 부품 하나하나를 손으로 모두 닦아야 하니 그게 더 큰일이라며. 2년 전에도 하수가 역류를 해서 이런 작업을 반복했는데 또 이런 일을 당하니 속에서 천불이 난다며. 이러다가 몹쓸 병 얻게 생겼다고 울먹였다. 암으로 투병중인 칠순의 남편은 침수된 아내의 옷 가게에 나와서 퀭한 눈으로 마네킹마냥 우두커니 앉아 있었고 아흔의 한 노인은 일주일째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시장이 또 침수라는 소리에 퇴원을 강행해 오전 내 시장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있었다.              
물에 잠긴 가게의 집기들을 씻다가 속에서 화가 치밀면 빗자루를 들고 바닥을 뻑뻑 밀다가도 손님이 와 콩나물 천원어치를 달라고 하니 할머니는 그 와중에도 시루에서 콩나물을 뽑아줬다. 얼마나 급하게 쓸 곳이 있으면 이 와중에 나한테 와서 그것 주라고 하겠느냐며. 지자체장과 의회 의장과 하수도와 시장 담당 공무원들이 이런 장면들을 하나하나 처음부터 끝까지 동영상으로 기록하면서 목도를 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너무 컸다. 재래시장침수 건만 보면 이는 분명 천재(天災)적인 측면보다는 인재적인 측면이 훨씬 강했다. 다른 건 다 배제하고서라도 2년 만에 같은 장소에서 같은 재해가 똑같이 되풀이 되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왜냐하면 이곳은 군수가 3선 군수이고 의회 의장도 3선 의원이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물론 주민들도 이번 시장침수 문제에 대해서 군이 왜 보다 근원적인 대책을 세우지 못하는가를 묻고 있다. 군민들로부터 지난 10년 동안 연속으로 하동군의 전 행정권을 위임받았으면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중장기적인 대책을 철저히 세워야 했었다. 그건 재래시장상인들이 이미 30년 전에도 이보다 더 큰 물난리를 겪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 군의 수장들은 그때부터 하동군에서 월급을 받아온 공무원이 아니었던가.
정말로 주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군정을 펼치기 원하는가. 그러면 한해 걸러 하동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이런 일부터 없애야 한다. 모두가 천재(天災)라 할 폭우가 쏟아져도 그것들을 거뜬히 소화시킬 수 있는 하수도 시설을 갖추고 치산치수를 잘 해 재난을 사전에 예방하는데 행정력을 주력해보라. 피해 상인들은 물론 대부분의 군민들도 이를 시장통에서의 공연보다 갈사만권 개발보다 더 우선적으로 갈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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