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소설가
표현은 인생이다. 그게 아니면 인생은 표현이다. 표현이 빠진 인생을 생각해보면 도저히 생각이 진행이 안 된다. 당장 아무런 표현도 하지 말고 단 한 시간만 견디라고 하면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이렇게 중요한 표현을 우리는 너무 안일하게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표현이 인생이라는 이 엄연한 사실을 자칫 지나치고 표현의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는 건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보고 싶다.
표현을 잘 하면 인생이 완전히 달라진다. 오죽하면 말 한마디 잘하면 천 냥 빚도 갚는다고 했을까. 그런데 정작 내 인생인 표현은 너무 대는 대로 하고 있다고 관찰된다. 내가 표현이라는 말을 인식하게 된 건 불과 일 년 밖에 안 된다. 또한 말을 하는 것만이 표현이 아니라는 사실도 함께 인식하게 됐다. 그 이전에는 일상으로 표현을 하면서도 그것이 바로 인생이라는 인식을 못했던 것이다.
어떤 이는 인생이 표현이라는 사실을 인식했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할지도 모르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분명히 달라지고 기대와 상상 이상이다. 우리가 구멍가게를 개업하려고 해도 엄청 미리 계획하고 계산한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표현을 사업을 시작할 때의 집중력으로 한다면 인생의 성공은 따 놓은 당상이다.
표현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면 몸의 표현인 행동이 있겠고, 말로 하는 표현이 있겠고, 글로 하는 표현이 있겠다. 표현이라고 하면 우리는 의례 말을 생각한다. 그래서 말을 좀 잘해보기 위해 심지어는 웅변학원을 다니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막상 일상생활의 말은 그냥 대충 하게 된다. 왜 웅변학원에서 배운 것을 일상생활에서는 활용이 안 될까. 그것은 웅변을 할 동기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대박? 말이 나온 김에 말인데 통일은 대박이 아니다. 설사 통일이 대박일지라도 대박으로 접근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만에 하나 천에 하나 통일이 대박이라는 접근으로 통일이 된다면 참으로 끔찍한 일이다. 내 이웃이 하던 말이 생각나서 더 그렇다. 아직 ‘통일은 대박’이라는 도발적인 말이 나오기 몇 년 전 이야기인데 내 이웃이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빌어먹을, 통일이나 빨리 됐으믄 좋겄어. 쌔래 달려가서 땅이나 사야되겄다” 나는 그 말을 처음 듣는 순간 두 번 놀랐다. 어떤 사람 눈에는 북한 땅이 한 밑천 장만할 돈벌이로 보일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이 첫 번째 놀란 이유였다. 다른 하나는 나는 왜 북한이 돈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할까, 하는 것이 두 번째로 놀란 까닭이다. 통일이 대박이 되어서는 안 되는 까닭은 민족의 염원인 통일마저도 자본의 논리로 접근 한다면 참담하다.
지금 우리는 권력과 교묘히 연대하고 이익을 축척해가는 대기업의 사실상의 지배체제 속에 살고 있다. 줄잡아 십 년 동안 월급은 제자리인데 물가는 너무도 끈질기고 꾸준하게 오르고 있다. 내일이면 또 어느 품목이 올랐는지 마트 가기가 무섭다. 그런데도 누구 한 사람 물가와 서민의 삶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이가 없다. 그러기는커녕 사실인지 거짓인지 모를 거짓을 퍼뜨려 진실을 감추기에 바쁘다. 이런 판에 진지하고 성실하고 위대해야할 통일마저도 돈 놓고 돈 먹기식 자본논리로 접근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제발 우리 아무 데나 돈돈 하며 들이대지 말자. 설사 돈이 돼도 우리에겐 안돌아온다.
그런데 표현이 바로 인생이라는 인식과 함께 아주 전략적인 표현을 일생 해간다면 이것은 진짜 대박이다. 매순간 천 냥 짜리 말에 이어 천 냥 짜리 행동과 글이 일생 동안 이어진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떨리지 않은가! 그런 표현을 하는 매순간에 몇 천 냥이 쌓여가는 건 둘째 문제고 그 순간 자체가 승리다. 순간의 승리가 하루의 승리로 쌓이고 하루 하루의 승리가 일생 승리로 이어지고, 기가 막힌다.
결론을 겸해서 못을 박자면 이 모든 표현의 근본 동기가 가장 중요하다. 그것은 휴머니즘이어야 한다. 부처의 자비여야 한다. 예수의 사랑이어야 한다. 이런 위대한 동기로 천 냥 짜리 행동과 말과 글의 표현이 일생 이뤄지면 그 인생은 확실한 진짜 대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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