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진/내동초 교감·시조시인
봄의 꽃들이 막 피어오르는가 했는데 벌써 날씨는 초여름의 기온으로 넘어가고 있다. 꽃들도 한꺼번에 만개하여 꽃 잔치를 벌여놓고 사람들을 끌어들이면서.
1940년대 이양하가 지은 수필 ‘신록예찬“이라는 작품이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두루 사시(四時)를 두고 자연이 우리에게 내리는 혜택에는 제한이 없다. 그러나 그 중에도 그 혜택을 풍성히 아낌없이 내리는 시절은 봄과 여름이요, 그 중에도 그 혜택을 가장 아름답게 나타내는 것은 봄, 봄 가운데도 만산(萬山)에 녹엽(綠葉)이 싹트는 이 때일 것이다’
지금 나무들을 보면 여리디 여린 연초록의 잎들이 싹을 틔우고 희망을 불태우고 있다. 저 조그마한 손들이, 내리쬐는 볕에 시들지는 않을까? 봄을 시샘하는 추위에 떨다가 피어나지도 못하고 고개를 꺾지는 않을까? 염려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계절은 어김없이 와서 저 자연의 힘을 보여준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대지를 밀어내고 그동안 모아 두었던 힘으로 여린 몸이지만 밀고 나와 자연의 조화로운 삶을 보여준다.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봄을 보면서 만산의 녹엽이 싹트고 자라나는 모습이 신비롭게 느끼지 않을 수 있는가! 자연은 우리에게 함께 하는 마음을 주고 그리고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느끼게 해주고 있다. 계절이 받는 혜택을 우리 인간이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의 삶이 조금 윤택해지면서 봄이면 꽃을 보러 가는 사람들의 행렬이 길어지고, 감탄의 물결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새싹이 움트는 소리 없는 저 모습을 보면서 경이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적은 것 같다. 나만 느끼는 것일까?
독일에서는 1주일에 1시간 이상 초등학생부터 숲에서 수업을 하도록 한다고 한다. 숲에서 자연을 느끼고 몸에 배이게 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는 어떨까? 주변을 돌아보면 온통 개발한다고 자연을 훼손한 모습만 볼 수 있다. 우리도 어릴 때부터 자연과 함께 하도록 하여 자연의 고마움을 알고 자연의 섭리를 알아가도록 하면 어떨까? 그러면 자살률도 줄어들 것이고 삶도 자연과 조화롭게 잘 살아갈 것이다.
저 봄의 소리와 함께 움트고, 초록으로 물들어가는 연초록의 여린 새싹들이 더욱 더 아름다워 보이고 경이롭게 보이는 것은, 우리들에게 새로운 삶을 느끼고, 함께 가자는 몸짓으로 보이는 것 같다. 아름다운 꽃만 감탄하면서 볼 것이 아니라 구석진 곳,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곳에서 겨울을 이겨내고 움튼 저 여린 새싹을 보면서 신록으로 짙어가는 미래를 보자.
우리의 마음에도 신록으로 물든 숲에서 새들의 아름다운 합창이 울려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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