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 대행
과제 대행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8.31 19: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진주 동진초등학교장
배병택

긴 방학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온 학교들은 대부분이 학생들의 방학 과제물을 받아서 평가를 하고, 우수한 학생에게는 시상도 할 것이다. 그런데 이들 과제들의 대필, 대행, 학부모 과제화 등의 논란은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석사, 박사학위 논문에서부터 대학생들의 리포트 대행은 물론이고 초중고생들의 수행평가 대행까지 성행하고 있는 상황이니 당연한 일이다. 인터넷에는 한 건당 500원에서 2000원, 3000원 정도만 주면 과제나 리포트를 쉽게 내려받을 수 있으며, 가족 신문은 1장에 1000원, 드로잉 및 수채화는 4절지 기준 4만원 등등 과제 대행이 성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대행업자들은 대행한 것이 드러나지 않도록 학년에 맞게 완벽하게 해준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고객을 끌기도 하며, 현장체험을 대신해주는 업체도 성업 중이라니 방학과제가 잘못 시행됨으로써 나타나는 부작용이 염려스럽다. 이런 일들은 지나치게 많은 양의 과제와 학생들의 수준, 해결 가능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과제를 제시한 데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모 시도의 초등학교 학부모라는 네티즌은 초등학교 1학년 딸을 둔 맞벌이 주부로 가족 신문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다고 하소연 한다. 딸의 방학 숙제인데 도저히 1학년생이 할 수 없는 수준이라 엄마가 혼자 다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 학년보다 높은 수준의 방학 숙제를 너무 많이 내 줘 결국 엄마 숙제가 되고 있으며, 아이에게 도움도 안 되고 부모들의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고 말한다.
학교에 따라 과제물을 평가하여 시상하거나 수행평가로 반영하거나 하니 학부모로서는 어떻게든 해보내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일 것이다. 현장학습 보고서를 쓰는 일도 여간 힘 드는 일이 아니다. 꼭 현장체험 보고서를 써야하는지 모르겠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으로 느끼는 일일 터인데 말이다.
학생들을 둔 적지 않은 가정에서 과제물 때문에 소동을 겪기도 하였을 것이다. 방학과제나 학기 중의 과제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나 태도, 능력, 해결하여본 경험 등으로, 이런 능력들은 우리가 강조하는 자기주도 학습력의 한 부분이다. 과제 대행이나 학부모 힘으로 해결한 과제는 학습능력 신장에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어렵고 힘든 일을 편법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를 길러주게 되어, 인성교육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학부모들을 힘들게 할 뿐이다. 과제는 과제를 제시하는 교사의 전문성을 재는 척도가 된다. 좋은 과제는 학생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수준이고 분야여야 하며, 지역 혹은 가정환경에 비추어 해결이 어려운 과제는 피해야 한다. 과제를 제시할 때는 과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정보, 자료가 있는 곳, 해결 방법 등을 자세히 안내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과제 대행업이 저렇게 성행하지는 않을 것이고, 학습력을 기르는 즐거운 과제가 되지 않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