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 그 그리움의 세계
푸른 하늘, 그 그리움의 세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4.14 14: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수정/창원대 교수·시인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하고 우리는 당연하게 노래했었다.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하고도 노래했었다.


이런 노래들은 이제 오직 과거형으로서만 우리에게 남아 있다. 우리의 ‘그때 그 시절’이 이미 과거로 흘러갔기 때문이지만 그것 때문만도 아니다. ‘푸른 하늘’ 그것 자체가 또한 과거라는 시간 속으로 흘러가버렸기 때문이다.

1년간의 보스턴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지 벌써 두 달이다. 이 두 달 동안 서울 상공에서 ‘푸른 하늘’을 거의 본 적이 없다. 아이들의 크레파스통에서 내가 아는 그 ‘하늘색’이라는 것이 지금도 그대로 쓰이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지금 우리에게 ‘하늘색’이란 희뿌연 회색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다.

지난 1년간 생활한 보스턴에서 하늘의 푸른 빛깔을 가리던 것은 오직 새하얀 구름과 눈비 그리고 안개뿐이었다. 저녁에는 서쪽 하늘가에 눈이 황홀할 만큼의 붉은 노을이 거의 매일, 그 옛날 ‘바람과 한께 사라지다’의 저 인상적인 마지막 장면과 큰 차이 없이 그려지곤 했었다. 거두절미하고 그것은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10여 년 전 독일의 프라이부르크에서 1년간 생활한 적이 있었다. 세계적 환경도시로 이름난 그곳의 하늘빛은 거의 눈이 시릴 정도였다. 과장이 아니다. 당연한 듯 펼쳐져 있던 그 하늘의 그 빛깔이 실은 엄청난 축복이었음을 지금 이 희뿌연 서울 하늘 아래서 새삼 되새겨보지 않을 수 없다. 그립게 혹은 부럽게.

서울 거리를 나다니는 사람들의 표정은 무덤덤하다. 더러 황사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나 대부분은 이제 이 빛깔을 당연한 듯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다. 적응할 것이 따로 있지…. 이건 아니다 싶다. 나라도 깃발을 좀 들어야겠다.

이 희뿌연 빛깔이 대재앙의 서곡임을 우리는 알아야한다. 이것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언젠가는 민족의 괴멸, 국가의 멸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삼천리 금수강산’은 이미 여기저기서 아득한 옛말이 되고 말았다.

어쩌면 좋은가. 황사와 저 죽음의 가루라는 미세먼저가 중국에서 날아오는 거라니 어쩔 수가 없는 것인가. 지구를 거꾸로 돌려 편서풍을 반대로 불게 할 수도 없고 더욱이 짐을 싸 나라를 통째로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도 없다. 애당초 나라의 터를 잘못 잡았다고 단군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것이 결국은 인간이 저질러놓은 일. 결자해지라고, 결국은 인간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결과에 대한 원인이 분명하니 그 원인의 제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온당한 논리다. 그러니 중국으로 가자. 가서 저 고비사막에 물의 만리장성을 만들어서라도 치수를 하고 나무를 심자. 중국의 모든 공장, 모든 자동차에 공해배출 거름 장치를 달아보도록 하자. 만일 그런 일들을 사업과 연계한다면 환경문제도 해결하고 돈도 벌고 일거양득이 되지 않을까. 중국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뭔가를 시작하겠다고 하니 길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는 정부대로 민간은 민간대로 이제 본격적인 협의에 나서야 한다.

원인의 제공자는 아마 중국뿐만이 아닐 것이다. 국내의 오염원도 만만치 않다. 중국을 상대하기보다야 쉬울 테니 우선 국내부터 조치를 취해야 한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태양열 지열 풍력 조력 기타 등등 청정에너지를 실용화하고 모든 자동차들도 전기차, 수소차로 바꿔나가자. 서울·부산 등 대도시에도 숲을 가꾸어 그 면적을 두 배 이상 늘려나가자.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그리고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지금 여기서 뭔가 하나를 시작하면 그 시작이 이윽고는 어떤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 시작이 없으면 결과도 없고 해결도 없다. 그러면 10년 후 20년 후에도 ‘푸른 하늘’은 여전히 당연한 현실이 되지 못하고 여전히 그리움의 공간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밤마다 모든 전자제품의 코드를 다 뽑아버리고서야 비로소 잠드는 저 기특한 아내에게서 나는 미래의 푸른 하늘을 보고 있다. 아름답지 않은가. 정녕 아름답지 않은가. 그 푸른 빛깔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