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숙/영산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운다. 내가 의식하면서 알고 배우는 것,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내 몸이 배워나가는 것 등 참 많은 것을 죽는 그 순간까지 배운다. 하지만 우리가 배웠던 것들이 쓰임새가 모두 있는 것도 있지만, 쓰임새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만약을 위해 배워야 하는 것도 있다. 또한 나를 위해 배우는 것도 있고, 타인을 위한 배려 차원에서 배워야 하는 것도 있다. 미국의 컬럼비아대학에서 MBA 과정에 참가한 사람에게 한 조사에서 최고경영자가 되기까지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요인이 무엇인지의 물음에 ‘대인 관계의 매너’라고 답한 이가 93%라고 한다,
선진국에 진입하기 시작한 우리 사회가 먼저 필요한 덕목으로서 ‘타인을 위한 배려’를 좀 배웠으면 한다. ‘우리’라는 범위가 줄어들고, ‘가족’ 중심으로 살아가기에 배려의 범위도 바뀌는 것일까?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니면 배려를 해야 하는 것인지조차 모르는 것인지 인상을 찌푸리게 만드는 상황들을 자주 접한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방문객 수가 늘어가고 우수한 우리 문화를 배우려는 외국인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제일 먼저 얘기하고 싶은 것은 대화의 예절이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반갑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한 팀이 서너 개의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다. 많은 인원이 서로 얘기를 나누기 위해서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고, 술이 들어가면서 그 목소리는 더 커진다. 다른 자리에 앉아 식사를 즐기는 손님들을 무시한 행위들이 계속 된다. 식당 전체에 쩌렁쩌렁 울리는 큰 목소리를 자랑이나 하듯 건배를 외치고 점점 더 얘기 소리는 큰소리로 변한다. 보다 못한 식당 주인이 다른 손님들을 위해 조금만 조용히 얘기해 달라고 부탁을 하자 오히려 식당 주인에게 화를 낸다. 술이 들어가거나 인원이 두 명 이상만 되면 용감해지는 것도 한 몫을 한다.
두 번째는 담배 예절이다. 공공장소에서는 정해진 흡연 장소에서 담배를 피우고, 어른들 앞에서는 담배를 가리고 피어야 하고, 지하철 입구나 버스 정류장과 같이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은 담배를 자제하는 것, 자동차 안에서 피운 담배꽁초를 밖으로 던지는 행위 등 하지 말아야 할 것 등등. 공중도덕 중 하나로 우리는 자주 대중 매체를 통해 배운다. 걸어가면서도 담배를 피워 뒤따라 걸어가는 사람이 담배 연기를 모두 들이마시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 또한 남을 위한 배려 차원에서 자제를 했으면 한다. 지켜야 할 공중도덕이기에 비흡연자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는 행위들을 볼 때면 흡연자에게 더 강한 제재가 가해지면 지켜지지 않을까 싶다. 최근 방문했던 대학교에서는 건물 안에서 흡연을 못하게 하니 건물 바로 앞은 흡연자들의 모임 장소가 되고, 그들이 피운 담배꽁초와 마구 뱉은 침으로 건물 앞은 지저분해져 청소하시는 분들은 하루에도 몇 번을 치운다고 하셨다. 여학생들의 흡연 또한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공부가 그렇게 힘이 들고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일까? 아니면 습관적인 흡연일까?
우리 사회가 더 좋은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타인에 대한 배려’를 우선 생각하고 살았으면 한다. ‘성공’한 사람으로 인정받으려면 자신을 챙기기에도 바쁘다고 하지만, 우선 배려가 안 되면 최소한 남에게 피해를 입히는 행위는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모든 것이 서열화 되어 평가받는 사회에서 ‘살아남는다’는 표현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힘든 삶을 살고 있다. 이런 바쁘고 각박한 세상 속에서 남을 챙기는 것은 쉽지 않다.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타인이 눈에 보이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상대방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배려는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배려가 고려된 행동은 몸가짐이기에 습관화 되는 것이 중요하다. 가정에서부터 이런 가정교육은 행해져야 하고, 집에서 가족간에 이루어지는 작은 것에서부터 자연스럽게 몸은 익히게 된다. 잘못된 행동에 대한 부모와 교사의 가르침이 쌓이고 쌓여서 아름다운 행동으로 나타날 것이다. 세월호의 사고에서 오늘도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운다. 남의 배려가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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