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론
거짓말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4.22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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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프랑스의 우스개 이야기에 이런 것이 있다. 어느 젊은이가 몹시 사랑하는 아가씨가 있어 아내로 맞게끔 허락해 줄 것을 아버지에게 간청을 했다. 한데 아버지는 그 아가씨만은 절대로 안 된다고 완강히 거부했다. “실은 너의 어머니에게는 속여 왔지만 그 아가씨는 딴 데서 낳아놓은 아버지의 딸이기 때문이다”고 했다. 그래도 젊은이는 체념을 할 수가 없어 이번에는 어머니한테 가서 상의를 했다. 어머니의 대꾸는 예상 밖이었다. “그렇게 그 아가씨를 아내로 맞고 싶으면 맞아들이려무나. 실은 너의 아버지에게는 속였지만 너는 너의 아버지 자식이 아니니까 말이다”


부모들은 자기 자식에게 사실을 말하고 있지만 부모들의 결합은 거짓 위에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건 심한 경우이지만 남녀사이란 동서고금(東西古今) 할 것 없이 어느 만큼은 거짓으로 속이고 속는 사이라 해도 대과가 없을 것이다. 사나이가 마음먹은 여인을 낚아채고 싶을 때 그 낚싯밥은 화려한 거짓들로 영롱하다. 여인도 그렇다. 화장 자체가 속임수이다.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가 비극소설 ‘햄릿(Hamlet)’에서 햄릿은 백분(白粉)칠을 한 오필리아를 이렇게 질책하고 있다. “신이 만들어준 얼굴을 너희 여자들은 화장으로 속여 딴 얼굴로 만들고 있다고.

작자미상의 조선후기 한글 소설 ‘배비장전(裵裨將傳)’에서 애랑이는 거짓눈물 거짓정으로 배비장을 알몸으로 벗겨버리고 이빨까지 빼지 않던가. 따지고 보면 예의·도덕까지도 거짓에 오염되고 있음을 보면 이 세상 잘 돌아가게 하는데 거짓말은 윤활유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한데 거짓말에는 그 질이 악질(惡質)이고 양질(良質)이고에 따라 빛깔이 있다. 이탈리아 시인 단테(Dante)의 ‘신곡(神曲)’에 보면 지옥순례 길에 거짓말한 사람의 심판장면을 목격하는데 하얀 거짓말을 한 사람은 구제를 받고 검은 거짓말을 한 사람은 단죄를 받고 있다.

하얀 거짓말은 다치는 사람이 없는 선의(善意)의 거짓말이요, 검은 거짓말은 다치는 사람이 많이 생기는 악의(惡意)의 거짓말이다. 흑백 거짓말 말고 새빨간 거짓말도 있는데 이것은 우리 한국만의 고유한 거짓말이다. ‘한비자(韓非子)’에는 “거짓말에도 음양이 있어 음기는 악하고 양기는 선하다”고 했으며 당나라의 철학자 유종원(柳宗元)은 “백성을 다스릴 때 차가운 거짓말은 나라를 망치고 따스한 거짓말은 나라를 흥하게 한다”고 온냉(溫冷)의 원리로 거짓말을 표현하고 있다.

부처님께서는 네 가지 거짓말을 경계하라고 말씀하셨다. 첫 번째 옳은 것을 그르다고 하고, 그른 것을 옳다고 함이며, 본 것을 못 보았다고 하고, 못 본 것을 보았다고 하는 진실 되지 아니한 말. 두 번째 감언이설(甘言利說). 즉 겉으로 비단결 같은 말로 아첨(阿諂)하여 남을 속이는 말. 세 번째 악어(惡語). 즉 험하고 상스러운 욕설과 악담(惡談)으로 상대방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말. 네 번째 양설(兩舌). 즉 이 사람에게는 이 말을 하고, 저 사람에게는 저 말을 해서 이간(離間)질 시키는 말. 즉 듣는 데서는 칭찬을 하고 돌아서서는 악담을 하는 행위의 말.

선거철이 다가오고 있다. 온갖 장밋빛 공약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유권자들은 혼란스럽다. 어느 후보자의 공약을 믿어야 할지 말이다. 이 나라의 지도자님들께서는 부처님께서 경계하신 네 가지 거짓말이 아닌, 검은 거짓말이 아닌 하얀 거짓말·음기의 거짓말이 아닌 양기의 거짓말·차가운 거짓말이 아닌 따스한 거짓말·악의의 거짓말이 아닌 선의의 거짓말로 나라를 부강(富强)시키는데 노력해 주었으면 한다. 선거가 끝나고 내가 믿고 던져준 사람이 당선된 후 그 사람의 임기가 끝났을 때 유권자는 또 얼마나 허탈해 할는지 모른다. 한 표의 의사 표현이 민초(民草)들에게 오래가고 참여의 보람으로 오래 남았으면 한다. 산림은 너무 쓸쓸한데 속세는 거짓말들이 너무 난무하고 있구나!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어느 가수의 노랫소리가 귀전에 맴도는 4월이다. 이 글을 4월 1일 날 쓰게 되면 거짓말이 될까 봐서 만우절이 지나고 나서 쓰게 됨을 밝혀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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